한미 금리역전,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 압박 받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시 한번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을 단행하자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됐다. 2년 반 만에 발생한 금리역전이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연준는 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p 올린 2.25∼2.50%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한국 기준금리 2.25%를 역전하는 상황이 발생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미 금리역전, 금융방어력 고려해 금리 인상 단행하나?

한미 금리역전으로 외국인 자금이 한국 주식·채권 시장에서 빠져나가 금리가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자금 유출을 막으려면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최소 0.53%p 높아야 된다고 추정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미국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가계 등 민간의 취약한 금융방어력을 고려해 인상 폭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물가상승 압력과 한미 금리역전으로 한은이 연말 2%대 후반에서 3%까지는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이 이번에도 0.75%p를 올려 금리역전이 되리라는 것은 이미 예상했던 만큼, 다음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또 한 번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p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3번 남은 금통위, 복잡한 내부 셈법

금통위 기준금리 결정은 연말까지 세 차례(8·10·11월) 남아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빅스텝을 결정한 후 “당분간 금리를 0.25%p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연말 기준금리가 2.75∼3.0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시장 전망에 대해 합리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은 입장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가 큰 상황에 물가관리만을 명분으로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릴 수 도 없다. 7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6월(3.9%)보다 0.8%포인트 오른 4.7%로 집계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상황만 본다면 강도 높은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지만 실물경제 침체 우려로 미국 금리인상 속도를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하반기 가파른 물가 상승속도가 잡히지 않는다면 한은은 강도 높은 금리인상을 결정할 수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당장 빅스텝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8월 초에 나오는 미국 물가 지표가 관건”이라며 “일단 물가가 조금씩 안정되는 분위기라는 시각이 있는데, 물가가 잡히지 않을 경우 미국 금리 인상 경로가 가팔라질 수 있어 한은의 대응에도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뿐만 아니라 환율이 금리 인상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넘어가면 한은이 빅스텝을 한 번 더 밟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Similar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