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 분산 처리’로 기지국 효율화? 일본 소프트뱅크의 ‘도전 아닌 도전’

'분산처리' 기술 도입 나선 소프트뱅크, 엔비디아와 손잡았다
시장선 이미 '낯익은' 기술, "'그만큼 성공률 높다는 뜻"
자본과 인력까지 갖췄다, "기술 개발 크게 어렵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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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모습/사진=소프트뱅크

일본 통신업체 소프트뱅크가 AI 정보처리 분산 기술 실용화를 위해 미국 반도체 대기업 엔비디아와 협력체계를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분산 기술을 통해 기지국을 효율화하겠다는 게 소프트뱅크의 제1 목표다. 현재 시장엔 이미 AI 분산형 처리 기술이 나와 있는 만큼, 자본과 인력을 이미 갖추고 있는 소프트뱅크 입장에선 차후 성과 창출이 무난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 AI 분산처리 기술 개발 착수

14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NHK 등은 소프트뱅크가 휴대전화 기지국을 활용해 AI 정보처리를 분산시키는 기술의 실용화를 위해 엔비디아와 새로운 단체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AI 정보처리 분산화를 통해 AI 정보를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거치지 않고 처리하고 스마트폰에서 고도의 AI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소프트뱅크와 엔비디아가 설립하는 새로운 단체는 ‘AI-RAN(무선 접속망) 얼라이언스(동맹)’로, 에릭슨(스웨덴)·노키아(핀란드) 등 세계 통신업체 10개사가 참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AI를 활용한 기지국 기술의 세계 표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닛케이는 전망했다.

닛케이는 “소프트뱅크는 AI를 활용해 통신량(트래픽)이 특정 기지국에 집중되는 것을 막는 것 이외 기지국 전력 절약 기술 실용화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NHK는 일본 전역에 있는 휴대전화 기지국은 소프트뱅크만 20만 곳에 달하는 등 그 규모가 상당하다며 양사의 이번 협력이 기지국의 새로운 활용 방법으로 주목받는다고 평가했다. 아사카와 나오키 닛케이BP 편집위원은 “RAN의 지능화는 최근 모바일 업계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라며 “소프트뱅크가 제안하는 AI-RAN은 무선 리소스의 효율화를 주요 목적으로 하면서 기지국 등에 설치한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등의 계산 자원을 AI 컴퓨팅의 기반으로도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9월 영국 반도체 기업 ARM의 나스닥 상장을 시작으로 IT 업계의 AI 경쟁에 합류했다. 당시 시장에선 ARM의 상장이 미국의 연재 최대 규모 IPO가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소프트뱅크의 AI 사업에 대해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ARM이 대규모 AI 모델을 만드는 데 필요한 GPU가 아닌 CPU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최근 주목을 받는 AI와 연관성이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ARM이 최근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 전망치를 발표하며 엔비디아의 뒤를 이을 새로운 AI 수혜주로 급부상하면서 소프트뱅크의 AI 사업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손 회장의 AI 사업 추진 의지도 강하다. 손 회장은 최근 AI 칩 제조를 위해 7조 달러(약 9,349조9,000억원) 규모의 펀딩을 추진 중인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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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센트ML

“자본 이미 충분, 기술 구현 무난하게 이뤄질 듯”

소프트뱅크가 AI 정보처리 분산 기술을 통해 얻고자 하는 최종 성과는 기지국의 효율화다. 정보 분산처리 기술을 활용하면 다수의 컴퓨터 시스템을 활용하더라도 각각의 시스템은 독립적인 정보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양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당장 분산처리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이 든다 하더라도 한 번 구축해 장기간 사용했을 때의 비용은 오히려 절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프트뱅크 입장에서 딱히 ‘도전적인’ 기술 개발에 뛰어든 것도 아니다. 분산처리 기술은 이미 여타 기업에서 구현에 성공한 기술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센트ML이다. 센트ML은 사용 가능한 하드웨어 리소스의 활용을 최적화해 GPU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전형적인 분산형 AI 클라우드를 구축했다. 비용과 전력 소비, 배출량 등의 요소를 고려해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활용도가 낮은 영역을 찾아 작업을 자동 분산해 처리 속도를 높이는 게 분산형 AI 클라우드의 동작 근간이다. 센트ML의 소프트웨어는 작업 중 비효율성을 파악하면 자동으로 작업을 재분배, 처리 속도를 높이고 칩 사용량을 극대화해 비용을 절감한다. 이와 관련해 센트ML 측은 “현재 시장 전체의 GPU 평균 활용률은 고작 30%에 머물러 있다”며 “우리 기술을 활용하면 시스템을 최대 8배까지 가속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소프트뱅크가 위시한 분산형 클라우드의 완성형에 가까운 기술은 이미 시장에 나와 있다. 소프트뱅크의 도전 아닌 도전에 성공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더군다나 소프트뱅크는 이미 어느 정도의 자본과 인력을 갖추고 있는 일본의 3대 이동통신사 중 하나다. 돈과 인력만 쏟아부으면 분산처리 기술 구현에 무난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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