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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긴장에 글로벌 사업화 제동 걸린 中 센스타임, ‘창업자 부재’로 연일 주가 하락

상장 이래 최저가 기록, 더딘 주가 회복
‘중국 내 한정’ 시장 인지도·성장성
글로벌 사업화 도전 문턱에서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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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센스타임 본사/사진=센스타임

중국 최대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업 센스타임(商湯科技)의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창업자인 탕샤오어우 교수의 부고 소식에서 비롯된 이번 주가 하락은 18일 18% 이상 급락을 기록한 후 1홍콩달러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 AI 학계의 권위자이자 센스타임의 상징과도 같았던 탕 교수의 부재 여파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1년 사이 50% 넘게 빠진 주가

지난 22일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센스타임은 전 거래일 대비 6.09% 하락한 1.08홍콩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센스타임의 주가는 탕 교수의 부고 소식이 알려진 이후 첫 거래일인 18일 급락해 줄곧 1.1홍콩달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는 올해 1월과 비교해 50% 넘게 하락한 수준이며, 같은 기간 홍콩 항셍지수(-18.89%) 낙폭의 2배를 훌쩍 웃도는 하락세다. 시장은 투자자들이 탕 교수의 부고 소식과 함께 ‘패닉셀(공황매도)’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했다.

18일 상장 이래 최저가를 기록했던 센스타임의 주가는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장은 올해 홍콩 증시의 약세와 센스타임의 적자 행진, 창업자 부재라는 삼박자가 맞물리며 패닉셀의 회복이 늦어진 것으로 풀이했다. 실제로 전 세계적 AI 열풍이 불었던 올해 상반기 센스타임의 주가는 4월 11일 3.7홍콩달러까지 치솟은 바 있지만, 7월을 기점으로 꾸준히 하향세를 그려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내에서는 센스타임의 실적이 개선될 여지가 큰 만큼 주가 또한 반등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천멍주 궈하이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거시 경제의 회복 속도가 다소 느리긴 하지만, 센스타임의 전반적인 실적이 견조한 모습을 보이는 데다 생성형 AI 관련 수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전망에 반기를 들기도 한다. 센스타임의 최대 장점으로 꼽혔던 꾸준한 실적 향상이 신뢰도를 잃었다는 지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1월 미국의 공매도 투자사 그리즐리리서치는 보고서를 통해 센스타임이 매출 왕복거래를 통한 허위 실적을 발표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리즐리리서치는 “센스타임은 성장 가능성 없는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 사업과 미래 수익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일부 AI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라며 “센스타임의 AI 기술 관련 각종 발표는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후 센스타임은 공식 입장을 통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그리즐리리서치의 보고서 발간 직후 4% 넘는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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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타임의 안면 인식 AI 서비스 화면 예시/사진=센스타임

안면 인식 기술 비롯 AI 사업 적극 전개

센스타임에 따르면 탕 교수는 이달 15일 오후 11시 45분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회사 측은 17일 공식 성명을 통해 부고 소식을 알리며 “‘혁신을 통해 AI 기반의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한다’는 탕 교수의 비전 아래, 센스타임의 모든 구성원이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고 그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항상 영감을 주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박사 출신의 탕 교수와 동료, 제자들은 2014년 안면 인식 알고리즘 가우시안페이스(GaussianFace)를 개발해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훈련을 마친 가우시안페이스가 약 6,000명의 유명 인사 얼굴 사진 1만3,000여 장이 탑재된 LFW(Labled Faces in the Wild) 데이터 세트에서 98.52%의 정확도를 자랑하면서다. 이는 직전 최고 기록이던 97.53%의 정확도를 뛰어넘는 성적으로, 해당 기술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탕 교수와 동료들은 같은 해 센스타임을 설립했다. 이후 센스타임은 압도적인 시장 인지도와 성장성을 바탕으로 중국 내에서 ‘네 마리의 작은 용’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가파른 사업 성장세를 그리던 센스타임은 2019년 미국 상무부의 무역 블랙리스트에 오르며 사업에 위기를 맞기도 했다. 미 상무부가 안면 인식 및 영상 분석 기술이 중국 정부의 신장 위구르족 감시를 돕고 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2021년 12월에는 미 재무부의 투자 제한 블랙리스트에도 오르며 자금 확보에도 일부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이후 센스타임은 중국 내 대기업과의 협업에 집중했다. 그 결과 알리바바그룹의 지원으로 생성형 AI 사업을 확대했고, 텐센트그룹의 모바일 게임을 활용해 증강현실을 구현하는 데도 성공했다. 다만 활발한 기술 개발에도 실적은 적자 행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센스타임의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1% 증가한 14억3,000위안(약 2,535억원), 영업 손실은 전년 동기보다 2% 줄어든 31억4,000만 위안(약 5,684억원)을 기록했다.

적극적 기술 개발에도 시장 확대는 ‘먹구름’

계속되는 적자 행진에도 센스타임은 신기술 개발에 꾸준히 자금과 인력을 투입했다. 지난해 8월 출시된 장기 로봇 위안뤄보와 지난 4월 공개된 생성형 AI 센스챗은 이같은 연구의 결과다. 이 중 센스챗은 중국 최초의 1,000억 매개변수 기반 대형언어모델(LLM)로 텍스트 편집, 스마트 파트너, 종합 지식 데이터베이스, 수학 컴퓨팅, 프로그래밍 비서 등을 제공한다. 센스타임은 센스챗이 출시와 동시에 금융, 의료, 자동차, 부동산, 에너지, 미디어, 산업 제조 등 산업 전 분야에서 500곳 이상의 협력사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 협력사 대부분이 중국 내 기업인 탓에 투자 수익 대비 매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업계에서는 센스타임이 지정학적 긴장의 희생양이 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의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적극적인 기술 개발에도 글로벌 사업화의 도전을 넘어서지 못한 센스타임이 회사의 매출 하락은 물론 주가 하락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원성까지 모두 감내하고 있다는 것이다. 센스타임 역시 이같은 현실에 유감을 표한 바 있다. 미 재무부의 투자 제한 블랙리스트 등재 소식 직후 센스타임은 “미국이 제시한 혐의는 근거가 없고, 우리 회사에 갖고 있는 근본적 오해를 반영한다”고 지적하며 “우리는 전개 중인 사업에 있어 각국 사법권 내 관련법과 규정을 모두 준수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와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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