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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벤처투자는 언제하면 제일 좋을까?

종목만 묻는 투자자, 왜 혐오의 대상이 됐나 벤처투자의 성공, 적기보다 전략이 중요한 이유 ‘컬리’ 사례로 비춰 본, 스펙만 보는 투자의 위험성

사진=쏘카

지난달 22일 논란 끝에 공모가 28,000원으로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한 ‘쏘카(SOCAR)’가 9월 5일 상장 15일 만에 22,000원 아래로 떨어졌다.

쏘카 공모에 참여했다가 20% 정도 손해를 본 투자자와의 대화에서 “45,000원에서 30~40% 인하한 가격으로 공모했으니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실망이 크다”며 “쏘카가 엄청 작을 때 투자한 사람은 그래도 돈 벌을 것 같은데, 차라리 아예 벤처투자를 안 하는 게 맞는 거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벤처투자의 적기(適期)가 언제인지에 대한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직 상품도 없는 데다 비전문가 입장에서는 기술력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시점에 시드(Seed) 투자를 했다가는 회사가 망하면서 투자한 돈을 모두 잃을 수도 있지 않은가. 게다가 쏘카처럼 상장이 되거나 배달의 민족 서비스를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처럼 고가(高價)로 매각되는 경우는 벤처기업 중 1%도 되지 않는다.

언제하면 좋나? 어떤 회사에 투자하면 좋나?

‘투자를 언제하면 좋을까’라는 질문보다 ‘어떤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옳을까’라는 질문으로 바꿔야 하지 않느냐는 반문에 “종목 알려주세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 중견 펀드매니저는 가장 혐오하는 투자자 집단을 “종목을 알려달라고 하는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한다. 어떤 산업군에 비전이 있는지, 그 산업군에서 성장세에 있는 기업들의 재무 자료, 기업 보도, 여타 전문가들의 판단을 믿고 투자하는 게 최선임에도, 그러한 노력은 하지 않은 채 단순히 종목만 묻는다는 것이다.

모 벤처기업가는 이미 잘 알려진 산업군에 있는 상장사 투자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신규 산업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회사에 투자하는 경우에는 투자자도 학습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간 국내 VC(Venture Capital, 벤처투자사)들이 ‘남들이 투자하니까 나도 투자한다’는 방식으로 벤처기업들의 가치만 부풀려놨는데, 실제 기술력을 검증하는 능력도 없으면서 이른바 ‘묻지마 투자’를 하는 양태가 잘못되었다는 지적이다. 위의 ‘종목 알려달라’와 하등 다를 바 없는 묻지마 투자는 우연의 확률에 기대하는 수밖에 없는 ‘투기’라는 것이 벤처기업가의 주장이다.

일찍 할수록 좋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보는 눈만 있다면 일찍 투자할수록 좋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VC 업계에서 잔뼈가 굵고 신생 벤처의 확장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있는 VC라면 초기 벤처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 벤처기업 운영자는 “VC 업계 관계자 중 실제로 해당 사업을 구체적으로 아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지적했다. 투자 미팅에서 사업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해도 관심을 보이는 경우는 하나도 없고 ‘유명 버즈워드 (Buzzword, 유행어)가 들어가 있으면서 수익성이 좋다는 내용만 볼 줄 아는 사람들’이 VC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속칭 ‘쩐주’로 불리는 기관 투자자들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자금경색의 가속화에 대해 한 VC 관계자는 “올 초부터 거품이 빠지며 바이오·커머스·플랫폼 업체들이 생사기로에 몰렸다”며 “끝까지 살아남은 곳은 최근 파격적 밸류조정에 나서고 있고, 프리밸류 1,000억원을 제시했던 A사는 현재 300억원으로 낮춰잡고 펀딩 중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어떤 회사에 투자해야 할까요?

‘말귀 못 알아먹고 괴롭힐 줄만 아는 사람들’이라는 혹평으로 VC 업계를 무시하며 독자 생존을 선택한 또 다른 벤처기업가는 “투자자가 기업의 기술력을 이해 못 하고 투자하는데 어떻게 제대로 된 벤처투자가 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이어 “안정적인 영업현금흐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계속된 성장을 위해 이윤을 남기지 않고 재투자에 매진하는 기업 현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으면서 벤처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라며 투자를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묻지마 투자의 한 예시로 ‘컬리(Curly)’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시장 장악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커 포기해야 했던 사업 모델을 ‘무모하게 도전’하는, ‘스펙만 화려한’ 벤처사업가만 덜컥 믿고 1조원에 가까운 투자금이 들어갔다”며 “그런데 6조, 7조원의 상장 가치를 이야기하던 기업이 거품이 빠지면서 이제는 2조원도 어렵다는 증권업계의 평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반면 물류 업계 사정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있으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던 ‘오아시스마켓’은 화려한 외형은 없지만,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 매출액 50억원 중 1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확보한 해당 벤처기업가는 “수많은 실력파 벤처들이 ‘스펙만 화려한 포장’에 실패해 투자받지 못 하고 있으며, 초기 4~5년간 자체 생존을 위한 먹거리 발굴에 시간을 허비한다”며 “대부분의 초기 사업모델은 그 시간을 지나며 사업성이 떨어지게 되고, 벤처기업가들은 사업 초기의 장대한 꿈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VC 업계가 지난 10여 년간 기술력 평가할 능력도 없으면서 묻지마 투자를 했던 것과 같은 선택을 한다면 쏘카, 컬리와 같은 거품 가득한 투자를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며 “제대로 된 투자를 하고 싶다면 그 산업과 기술을 이해하기 위해 공부하고, 이름 없이 고생하고 있는 벤처기업들을 찾아가라”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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