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크부터 비전펀드까지 ‘손실 릴레이’, 소프트뱅크그룹 2분기 9,311억 엔 적자

4분기 연속 적자 기록한 소프트뱅크그룹, 위워크 파산보호 여파
'반짝 흑자' 기록했던 비전펀드도 바로 적자 전환, 실적 미끄러져
이어지는 고금리·엔저로 전망 비관적, 적자 늪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손정의(손 마사요시)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또다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파산 위기에 접어든 ‘위워크’ 투자 손실, 비전펀드 손실 등이 줄줄이 그룹의 발목을 잡는 양상이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소프트뱅크는 회계연도 2분기(7~9월)에 9,311억 엔(약 8조1,23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흑자 전망’ 뒤엎고 대규모 적자

애초 시장 전문가들은 소프트뱅크그룹이 2분기에 약 2,000억 엔(약 1조7,448억원) 규모의 흑자를 낼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소프트뱅크그룹은 흑자는커녕 직전 분기(-4,776억 엔)에 비해 두 배에 달하는 적자를 떠안게 됐다. 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의 ‘봄날’이 사실상 끝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7~9월 중국 알리바바 지분을 매도한 영향으로 3조 엔(약 26조1,729억원) 이상의 흑자를 낸 뒤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대규모 손실의 주요 원인은 손 회장이 ‘인생의 오점’이라고 평가한 위워크 투자였다. 소프트뱅크는 위워크 투자로 인한 회계연도 상반기(4~9월) 손실이 2,344억 엔에 달한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가 약 5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공유 오피스 기업 위워크는 경영난에 시달리다 이번 주 파산보호 신청을 낸 상태다. 소프트뱅크 산하 스타트업 투자 펀드인 비전펀드 사업도 고전 중이다.

손 회장은 지난 6월 소프트뱅크그룹 주주총회에서 투자 ‘방어 모드’에서 벗어나 ‘공격 모드’로의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실적 악화를 뒤엎을 만한 성과는 결국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이코스모증권의 토모아키 가와사키 수석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낙관하기 어렵다”면서 “이제 관심은 소프트뱅크의 인공지능(AI) 관련 회사 투자가 주주 가치와 자산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 집중된다”고 설명했다.

‘적자, 또 적자’ 맥 못 추는 비전펀드

소프트뱅크 산하 비전펀드 역시 부진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비전펀드의 연간 손실은 자그마치 320억 달러(약 42조원)에 달했다. 손 회장이 2017년 첫 번째 비전펀드를 출시한 이후 최대 손실액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순손실은 7,834억 엔(약 6조8,385억원)으로 시장 추정치(2,059억 엔)를 한참 밑도는 ‘어닝 쇼크’ 수준이었다.

이후 비전펀드는 2023 회계연도 1분기(4~6월)에 1,598억 엔의 투자 이익을 기록하며 ‘반짝’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영국 반도체 설계 업체 ARM 등 자회사 주식 투자가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회계연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곧바로 2,589억 엔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을 기록, 다시금 ‘적자의 늪’에 빠졌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중국 AI 기술회사 센스타임, 노르웨이 창고 자동화 업체 오토스토어, 미국 물류 자동화 업체 심보틱 등의 기업 가치가 미끄러지면서다.

이에 업계에서는 한동안 대규모 손실이 이어질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제기된다. 전 세계를 덮친 고금리로 기업들의 주가가 줄줄이 하락하는 가운데, 그 손실이 비전펀드에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달러 대비 엔화 약세도 실적에 꾸준히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소프트뱅크 수익의 ‘기둥’으로 꼽히는 산하 투자 펀드 사업이 눈에 띄게 휘청이는 가운데, 소프트뱅크는 과연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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