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성 떨어지는 수소차 시장, 현대차그룹 ‘수소 비전’의 향방은

수소 비전 발표한 현대차그룹, 실상은 머스크 “수소차 개발은 바보 같은 짓” 언급 현실화되나 ‘산더미’ 과제에 파묻힌 현대차그룹, 섣부른 성공 예단 못 해

수소차 ‘넥쏘’/사진=현대차그룹

수소연료전지차(수소차)의 상용화·대중화를 위해 달려오던 현대차그룹의 ‘수소 드라이브’가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이에 상대적으로 수소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면서 현대차그룹이 수소 전략에 변화를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차 비전을 포기하지 않겠단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비관론이 적잖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수소 비전 ‘급브레이크’ 밟은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개최된 북미 최대 ‘청정 운송수단 박람회’에서 1회 충전으로 720㎞ 주행 가능한 ‘엑시언트 수소 전기트럭 트랙터’의 양산 모델을 선보였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상업용 차량뿐 아니라 해양 선박, 항공 모빌리티까지 연료전지 기술을 광범위하게 적용해 수소 모빌리티를 혁신하고 수소생산부터 저장, 운송에 이르는 통합된 수소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에 앞서 현대차그룹은 문재인 정부 당시 ‘수소비전 2040’를 내놓으며 수소차의 상용화·대중화를 위해 페달을 밟아 나가겠다는 의지도 표명한 바 있다. 이같은 배경 아래 SK E&S, 환경부 등과 함께 수소통근버스 보급을 확대하는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아울러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에 수소전지를 적용하고, 2030년께 수소차 가격을 낮춰 대중화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그러나 최근엔 현대차그룹이 수소차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고 급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모습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에서 수소차 경쟁력 강화를 맡았던 김세훈 부사장(당시 수소연료전지개발센터장)과 임태원 부사장(당시 수소연료전지사업부장)은 지난해 말 임원 인사를 통해 물러났다. 수소차 넥쏘 부분 변경 모델 출시 일정도 줄곧 미뤄지고 있다. 업계 사이에선 수소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느린 탓에 전기차를 염두에 둔 전략 변화라는 해석이 나왔다. 수소차 시장보다 무서운 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전기차 분야에 자원을 좀 더 집중 투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권 변화에 따라 정부 정책의 무게추가 움직이고 있는 것 또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엑시언트 퓨얼셀’/사진=현대차그룹

‘엑시언트 퓨얼셀’ 후속 모델 개발 잠정 중단

이런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양산한 대형 수소트럭 ‘엑시언트 퓨얼셀’의 후속 모델 개발을 잠정 중단했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기존 2세대의 한계를 극복한 3세대 수소연료전지 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었다. 직전 세대보다 부피를 줄이거나(30%), 용량을 개선하는(200㎾) ‘투트랙’으로 진행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엑시언트 퓨얼셀의 후속 모델에는 용량을 대폭 높인 200㎾ 3세대 연료전지를 탑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바 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최근 방침을 바꿔 ‘200㎾ 연료전지 개발은 5년 뒤 상황을 보고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자체 결론을 내렸다. 200㎾ 연료전지 개발을 사실상 포기한 셈이다. 기술력 부족과 이에 따른 시장성 부족이 주원인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차량 연료전지 가격을 3,000만원 내외로 추정하는데, 일반 전기차만큼의 수익성을 내고 시장을 키우려면 이 가격을 절반 이상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를 꾸준히 이어 가야 하지만, 현재 기술력으로는 짧은 시일 내 달성하기 역부족인 상황이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단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현대차그룹의 수소차 전략에 대해 “수소차를 만드는 건 바보 같은 일”이라며 평가절하한 바 있다. 실제 수소차 대비 전기차가 더 효율이 좋다는 건 이미 대부분의 업계가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전기차의 내구성이 수소차 대비 훨씬 좋은 데다, 연료 충전 비용은 물론 충전소 설치비도 수소차보다 전기차 충전소가 압도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수소차 포기 않는다는 현대차그룹, 하지만

다만 현대차그룹은 수소차를 전면 포기하진 않겠단 입장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7월 그룹 내 간부들에게 수소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현대차그룹이) 전기차와 함께 수소 부문에서도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도약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엔 ‘인베스터 데이’에서 수소를 핵심 사업으로 꼽으며 중·장기 전략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목표로 했던 일정들이 지연되긴 했지만, 수소 상용차 시장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트럭과 버스를 전기차로 할 경우 배터리가 커져야 하고 차 무게도 무거워진다. 도심항공교통(UAM)도 배터리로 운행할 경우 무거워지는 단점이 있어 수소전지도 계속 개발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이 수소 사업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수소차를 비롯해 수소 시장 규모가 커져야 한다. 지금은 충전 시설 등 인프라 부족으로 수소 산업의 핵심인 수소차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세계에서 수소차가 가장 많이 팔린 우리나라조차 수소차 충전기가 전국 200기도 되지 않는 형국이다.

수소 생산 비용을 낮추고 수소 연료전지 성능을 개선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글로벌 수소 생산의 90% 이상이 천연가스에 고온·고압 수증기를 반응시켜 추출하는 ‘그레이 수소’인데, 이 과정에선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 청정 에너지로 볼 수 없다. 태양광·풍력 발전으로 얻은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만들 수 있지만 비용이 2배 이상 들어간다. 업계에서 현대차그룹의 성공을 섣불리 예단하지 못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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