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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전세사기 덕분에 전세가(價)는 내렸다?

전세사기, 깡통전세 확산에 전세 수요 급감, 전세 가격도 동반 하락세 자칫 임대인 신용 불량에 전세자금대출 안전성에 의문 생길수도 은행권에 우려 전파되기 전에 적절한 정책 대응 필요

지난 7일간 ‘전세사기’ 관련 키워드 클라우드/출처=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MDSA R&D)

24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이 4억9,833만원으로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이 5억원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20년 9월(당시 4억6,833만원)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2020년 10월에 5억804만원으로 5억원을 돌파한 후, 2021년 9월에는 6억2,680만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정부의 대출 규제로 전세자금 대출이 중단되면서 6억원 초반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10월에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6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내내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요지부동이던 전세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6개월 사이에 1억원 이상 하락한 셈이다.

전세가(價) 하락의 3요소: 금리, ‘전세사기’, ‘깡통전세’

부동산 관계자들은 금리 인상이 부동산 가격 폭락과 전세가격 하락을 이끈 것은 맞으나, 최근 들어 전세가격이 유독 더 빠르게 하락하는 이유로 ‘전세사기’와 ‘깡통전세’를 꼽았다. 작년 하반기부터 서울 및 경기도 일대에서 시세를 분명히 정하기 어려운 빌라 등지에서 전세사기가 가시화되었던 탓에 아파트가 아니면 전세를 피하는 경향이 나타나 빌라 등의 경우 전세가격을 기존보다 10%에서 많게는 20%까지 인하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났다는 것이다.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도 전세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라는 것이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주 동탄역 일대에 오피스텔 250채를 가진 부부가 전세금 반환을 포기하고 ‘경매에서 낙찰받아라’는 배짱 태도를 보였다는 소문이 돌자, 인근 지역 전세 수요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세 계약을 지금이라도 월세로 전환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빗발치는 가운데, 전세 문의는 지난주 내내 단 한 건도 없었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깡통전세’ 우려와 맞물리면서 전세는 시세보다 10%에서 20%이상 할인되어야 수요자를 찾을 수 있는 상황이 된 만큼, 집주인도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전세사기 때문에 전세가격 하락? 정부는 뭘 하나?

전세사기 사건들 때문에 전세가격이 더 빠르게 하락 중이라는 발언들이 SNS를 장식하자 세입자들은 정부에 불만의 목소리를 돌리는 모습이다. 전세라는 제도가 국내에만 있는 만큼,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으로 세입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특별법이 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사기가 들끓는 것은 정부가 전세 관리를 잘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전세사기 사건이 확산 보도되자 각종 법령을 빠르게 재정비 중이다. 그러나 이미 전세계약으로 입주한 세입자들에 대한 보호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전세 수요 급감이 임대인들에게 계약 갱신을 통한 전세금 반환을 막고 있는 문제도 ‘깡통전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입자들이 전세 계약을 회피하고 월세로 전환을 요구하면서 임대인들도 은행 대출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고, 대출이 어려운 임대인들의 경우 ‘경매에서 낙찰받아라’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세사기를 막겠다는 정책이 자칫 전세가격 하락을 가속화시켜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를 불안에 떨게 만드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는 만큼, 부동산 관계자들은 정부의 대책 마련에도 신중할 것을 요청했다. 사건이 있을 때마다 즉각 대응 형태의 전세 안정화 대책이 나올 때마다 한편으로는 전세 수요 급감 및 전세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정책 파급효과를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난 7일간 ‘전세사기’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출처=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MDSA R&D)

전세사기로 전세가격 하락, 결국 금융시장 불안은 더 커질 것

금융권 관계자들은 전세사기에 대한 우려가 전세가격을 더 낮추게 될 경우 임대인과 임차인 양쪽이 부담을 짊어지게 되면서 신용 악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그간 전세자금대출은 정부 부담이 90% 이상인 만큼 안전자산으로 분류되었으나, 자칫 전세사기로 인한 시장의 우려로 은행이 신용 불안을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지난 2021년에 전세로 들어갔던 세입자들이 뚝 떨어진 전세가격으로 재계약을 하면서 대출 상환이 크게 일어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2021년 10월 전후에 입주한 세입자들은 약 30%에서 많게는 50%까지 전세가격이 폭락한 상황이라 대출 축소에 따른 은행들의 수익성 감소도 우려된다.

지난 2021년 10월에 변동금리로 대출한 세입자의 경우 6개월마다 이자율을 재심사하는 현재의 전세자금대출 제도 기준으로, 지난 3월까지는 지난해 10월에 결정된 코픽스(COFIX)인 1.73%에 추가금리를 지급했으나, 올해 4월부터 변동된 코픽스가 3.07%에 달하는 만큼 최소 1.3% 이상의 이자 부담이 늘어났다. 올해 10월에 2년 계약의 만기가 닥친 세입자라면, 5억원 전세자금대출 기준 150만원 상당의 이자가 220만원으로 크게 뛰어오른 만큼 전세자금대출을 대부분 상환하지 않으면 높은 이자 부담에 가계 운영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2021년 10월 당시의 코픽스 기준으로 월별 이자 지급액이 120만원이 채 되지 않았던 만큼 2년 사이 2배에 가까운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가계들의 올 하반기 전세대출 상환이 폭증할 경우 자칫 또 다른 역전세대란이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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