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업계 IPO 출사표 줄 이어, 무리한 상장 추진 우려 시선도

2024년 IPO 추진 바이오 기업 총 16곳
대부분 기술특례상장 노려, 부실 상장 우려↑
무리한 상장 부작용엔 ‘투자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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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제약·바이오 업계의 투자 한파 속에서 자금 융통을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올해만 16개 기업이 기업공개(IPO)를 위한 발걸음을 서두르면서다. 시장에서는 이들 기업의 공모가가 대부분 200억원(약 1,530만 달러)을 하회하는 등 비교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무리한 상장 추진에 따른 투자자들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200억원 이상 공모 금액 기록한 바이오 기업 단 2곳

12일 업계에 따르면 체외진단 전문 기업 오상헬스케어는 오늘 13일 코스닥 시장을 앞두고 있다. 지난 2월 공모가 2만원을 확정한 오상헬스케어의 공모 금액은 약 198억원으로, 상장 시가총액은 2,821억원(약 2억1,500만 달러)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당초 공모 예정가가 1만3,000원~1만5,000원에 총 공모 금액 129억~149억원 수준이었던 만큼 시장에서는 오상헬스케어의 공모가 기대 이상의 흥행을 이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다만 회사 측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오상헬스케어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수익이 각각 1,500억원과 1,2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이번 공모가는 아쉬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오상헬스케어 관계자는 이같은 실적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공모가에 대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일회성 실적이라는 일각의 평가가 있었고, 동종업계 상장사들의 적자가 이어지면서 주가수익비율(PER)을 통한 비교에서도 낮은 성적을 받았다”고 밝혔다.

오상헬스케어는 코로나19로 인한 추가 수익에 대해서는 보수적 평가를 위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적용했지만, 공모가 하락을 막을 수는 없었다고 전했다. 또 기대 이하의 공모 금액에도 상장을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서는 “오상헬스케어의 전신인 인포피아 시절부터 오랜 기간 투자 관계를 유지해 온 주주들과의 재상장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오상헬스케어의 뒤를 이을 차기 IPO 주자는 암 정밀의료 및 조기진단 플랫폼 개발·운영사 디앤디파마텍이다. 해당 기업의 희망 공모가는 2만2,000~2만6,000원 수준으로 아직 확정 전이다. 최종 공모가가 희망 수준에서 확정될 경우 디앤디파마텍의 총 공모 금액은 최대 286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는 이달 말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재제출하는 시점에 수정될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바이오 업계는 지난해 최악의 IPO 혹한기를 보낸 바 있다. 글라세움과 뉴온, 레보메드, 메디컬아이피,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쓰리디메디비젼, 엔솔바이오사이언스, 한국의약연구소 등 지난 한 해에만 8개 기업이 IPO를 자진 철회했고, 당초 계획대로 증시 입성에 성공한 기업들도 200억원 이하의 낮은 공모가에 만족해야 했다.

실제로 지난해 IPO를 마친 바이오인프라는 137억원의 공모 금액을 기록했고, 에스바이오메딕스(135억원), 큐라티스(140억원), 와이바이오로직스(135억원) 등 대부분 기업이 100억원대 중반의 공모가에 머물렀다. 심지어 공모 금액이 1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사례도 다수 발생했다. 프로테옴텍(72억원), 유투바이오(49억7,000만원), 에스엘에스바이오(53억9,000만원) 등이 대표적 예다. 지난해 200억원 초과 공모 금액으로 증시에 입성한 바이오 기업은 지아이이노베이션(260억원)과 큐로셀(320억원) 단 두 곳뿐이다.

IPO 직후 유상증자 나서기도, “피해는 투자자들 몫”

올해 상장을 앞둔 바이오 기업은 앞서 언급한 오상헬스케어와 디엔디파마텍을 비롯해 스트바이오메디컬, 씨어스테크놀로지, 아이빔테크놀로지, 엔지노믹스, 이엔셀, 코루파마 등 총 16곳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엔지노믹스와 코루파마 등 일반 상장을 추진 중인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통한 증시 입성을 준비 중이다. 기술특례상장은 기술 혁신성을 인정받으면 최소한의 재무 요건만 갖추고도 상장할 수 있는 제도로, 기술력과 성장성을 입증한 기업에 투자 유치의 기회를 넓혀준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기술특례상장에 대한 부실 상장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술력에 대한 검증 시스템이 미비해 시장 참여자들이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한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 149개 기업(스팩합병 및 상장폐지 종목 제외) 중 102곳의 주가는 공모가를 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 참여자들의 투자 심리가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다는 점도 증시 입성을 서두르는 바이오 기업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신약개발을 비롯한 임상 실험이나 해외 진출 등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바이오 분야의 특성상 200억원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공모 금액은 단발성 자금 융통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시장에서는 상장 1년도 지나지 않아 추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도 포착된다. 지난해 8월 10일 코스닥에 상장한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가 대표적 예다. 당시 182억원의 공모 금액을 모으며 증시에 입성한 해당 기업은 이달 28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전환사채(CB)와 교환사채(EB) 등 주식관련 사채 발행 규정 신설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 투자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기업이 200억원의 공모 금액을 확보한다 해도 그 금액으로 버틸 수 있는 건 길어야 2년”이라고 진단하며 “상장 이후 얼마 가지 않아 유상증자를 하면 결국 손해는 투자자들의 몫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하는 업계의 분위기도, 무리한 상장을 허용하는 금감원도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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