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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커버그 “직원 해고 이유는 효율성”, 속속 드러나는 ‘몸집 불리기’의 반작용

지난 2년간 계속된 실리콘밸리 정리해고 폭풍, 올해 더욱 가속화
성장에서 효율로 선회한 빅테크 선두로 국내 기업들도 인력 감축
장밋빛 미래 낙관에 규모 불렸지만, 엔데믹 전환되자 수익성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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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해고가 잇따르고 있는 이유에 대해 ‘효율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당시 장밋빛 전망에 취해 과잉 채용했던 것에 대한 정상화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메타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물론 국내 IT 업계에서도 전방위적 인력 규모 확장을 멈추고 ‘선택과 집중’ 기조로 전환하고 있다.

“팬데믹 당시 초과 채용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드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지난 16일 방송된 팟캐스트 ‘모닝 브루 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여전히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팬데믹 기간 전자상거래 판매는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이는 큰 온라인 광고 매출을 가져왔다”며 “그러나 팬데믹 이후 사람들이 사무실로 나오고 경제는 조정을 받고 성장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타를 포함한 많은 기업이 그들이 초과 채용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에 대대적으로 이를 줄여야 했다”고 덧붙였다.

‘해고가 AI 발전과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오히려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기업들이 겪었던 어려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고통스럽지만 ‘몸집 줄이기’에 따른 혜택이 있다는 것을 기업들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Companies are realizing that, while painful, there are benefits to being ‘leaner’)”이라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메타의 해고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정말 힘들었고 우리는 많은 재능 있는 사람들과 헤어졌다”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회사가 더 슬림해지는 것이 더 효율적으로 만든다”고 강조했다. 앞서 메타는 지난 2022년 11월을 시작으로 수만 명의 직원을 감축해 오고 있으며, 저커버그는 2023년을 ‘효율성의 해’로 명명하기도 했다.

실리콘밸리, 올해만 벌써 4만여 명 인원 감축

최근 들어 얼어붙은 고용 시장이 해빙기에 접어들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지난 2022년부터 불어닥친 감원 칼바람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까지 26만 명의 기술직 근로자를 해고했던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들은 올해 들어서만 벌써 4만 명에 가까운 직원의 책상을 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기술기업의 감원 현황을 추적하는 사이트 레이오프(layoff.fyi)에 따르면 새해부터 17일(현지시각)까지 메타를 포함해 MS, IBM, 아마존, 구글 등 157개 빅테크 기업들에서 약 3만9,608명이 감원된 것으로 파악됐다.

MS는 게임 기업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완료하면서 게임 부문에서 1천900명을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고, 앞서 구글도 올해 더 많은 일자리를 감축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또 최근에는 미국의 대형 네트워크 장비 업체 시스코와 전자서명 업체 도큐사인도 자체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전체 인력의 약 6%를 감원했으며,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 스냅챗의 모회사 스냅도 직원의 10%를 줄일 계획이다. 비대면 서비스 줌(Zoom)도 지난해 2월 전체 직원의 15%에 해당하는 1,300여 명을 해고한 데 이어 1년 만인 이달 1일 약 150명을 추가로 감원했다. 아마존 역시 의료·약국 사업 부문에서 인력 수백명을 감원했고, 자회사 트위치도 최근 500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국내 IT 업계도 마찬가지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영어교육앱 계열사 케이크에 대한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전체 인력의 50%를 상회하는 규모로, 네이버가 계열사 인력을 50% 이상 구조조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수익이 나오지 않는 사업이나 계열사에 대해 과감히 정리하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사업에 인력과 투자를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도 지난해 7월 전체 인력의 30%에 대한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했으며, 컴투스 역시 이달 초부터 일부 개발자를 상대로 권고사직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컴투스의 자회사 컴투버스가 메타버스 사업 확장에 실패한 이후 희망퇴직·전환배치 등 경영 효율화 작업에 나선 데 이은 행보다. 엔씨소프트도 지난해 10월 비용 절감을 목표로 ‘변화경영위원회’를 출범한 뒤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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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과 함께 찾아온 수익성 악화 그림자

IT 업계의 구조조정 한파는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인력 규모를 전방위로 확장했던 기업들이 이제는 선택과 집중으로 기조를 전환했음을 의미한다. 팬데믹 당시 언택트(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자 테크 기업들은 장밋빛 미래를 낙관하며 너나 할 것 없이 몸집을 불려 나갔다. 여기에 경기 침체를 우려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수준을 제로 수준까지 떨어뜨리면서 갈 곳 잃은 뭉칫돈이 실리콘밸리로 쏟아졌다. 이에 많은 테크 기업들은 높은 연봉은 물론 웃돈까지 앞세우며 인력 확보에 공을 들였다. 당시 아마존, 알파벳 등 주요 빅테크에서만 무려 90만 개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났을 정도다.

그러나 엔데믹으로의 전환과 함께 버블도 점차 사그라들었다. 아직까지 완전한 언택트나 확장현실(XR), 메타버스 등이 실현되는 건 매우 먼 미래라는 자각도 찾아왔다. 기술에 대한 투자금이 대폭 쪼그라들었고, 소프트웨어 구매 및 클라우드 서비스는 위축됐으며 공룡 빅테크 기업들의 수익성도 악화했다. 이에 성장보다 생존이 중요해진 기업들은 재정비에 돌입했다. 팬데믹 시절 과도하게 불린 몸집을 줄이는 동시에 그간 벌려놨던 미래 유망 사업들을 하나둘 축소하는 식이다.

여기에 테크 기업들은 투자자들에게 수익성을 더욱 개선해야 한다는 압박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테크 기업들의 성장은 벤처 투자자들로부터의 주식과 투자(차입)를 통한 자금에 크게 의존해 왔으나, 2022년 1월 0~0.25%에서 1년 6개월에 걸쳐 미국 기준금리가 5.25~5.5%까지 가파르게 오른 탓에 ‘고(高) PER(주가수익비율)주’로 분류되는 미국 기술주들의 주가가 큰 타격을 입었다. 실제 2022년 나스닥은 1만5,800선에서 1만88선까지 약 36% 추락했고 고점 대비 주가가 반토막 이하로 내려앉은 기업들도 속출했다.

이미 회사 규모가 커질 대로 커져 과거와 같은 성장성을 보여주기는 어려운 데다 투자자들마저 테크 기업에 등을 돌리는 상황 속에서 테크기업 경영진들은 과감한 결단을 통해 ‘변화’를 보여줘야만 했다. 과도해 보일 정도로 대담한 감원을 통한 비용 절감 노력이 바로 그 결과인 셈이다. 이같은 전략은 적중했다. 메타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S&P500 기업들 가운데 가장 우수했고, 실적 발표일인 지난 2일 메타의 주가도 20.32% 폭등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아마존도 2023년 한 해 동안만 3만5,000여 명을 대량 해고하는 전략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괄목할 만한 실적을 보였고, 주가 역시 오름세를 이어가며 전고점 돌파를 목전에 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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