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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속에서 급성장하는 글로벌 무기 시장, 한국 기업에 기회 될까

러·우 전쟁 장기화로 전 세계 주요국 일제히 국방 예산 확대
미국, 무기 매출액에 투자금까지 독식하며 방산 강국 위용 과시
정부 계약·수출 의존하는 중소 방산 기업의 생존 전략은?
출처=산업연구원

지난해 2월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발발하며 글로벌 방위산업이 전환기를 맞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많은 국가가 국방 관련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각종 무기를 비축하면서 1990년대 이후 최대의 호황기에 접어든 것이다.

대다수 국가는 자국의 안보를 위해 무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방산 물품의 특성상 빠른 개발과 양산이 쉽지 않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에 휴전 국가라는 특수한 안보 환경 영향으로 꾸준한 기술 개발과 생산 능력 유지에 힘써 온 한국 방산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

1,000조원 넘은 미국 국방 예산, ‘역대 최대’

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프랑스, 폴란드, 일본 등 세계 주요국들은 앞다퉈 국방 예산을 확대 편성하고 있다. 장기화한 러·우 전쟁을 비롯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최근에는 중국과 대만의 충돌 가능성까지 대두되며 전 세계가 전쟁의 영향권에 놓였기 때문이다. 미국은 올해 국방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이자 전년보다 10% 늘어난 8,160억 달러(약 1,067조원)로 확정했고, 프랑스는 향후 7년간 국방 예산을 과거 7년 예산의 136%에 해당하는 4,000억 유로(약 560조원)로 증액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프랑스 외에도 독일, 영국, 네덜란드 등 다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자국 방어와 우크라이나 무기 원조를 위해 국방 예산을 대폭 확대했다. 특히 폴란드의 경우는 올해 자국 GDP의 4%에 달하는 수준의 예산을 편성하며 대규모 무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미국이 중동지역 경찰 역할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직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쿠웨이트 등도 무기 구매를 늘리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차단하며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 국가들의 향후 10년(2023~2032)간 국방예산은 기존 전망치 대비 2조 달러(약 2,600조원), 무기 획득 예산은 6,000억 달러(약 780조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폭발적인 성장을 앞둔 글로벌 방위산업의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불꽃 튀는 경쟁이 시작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수출 급증에 민간 투자도 방산에 집중

현재 전 세계 최대 무기 수출국은 미국이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방산업체들의 무기 수출액은 2,056억 달러(약 267조원)로 전년 대비 49% 증가했다. 이같은 수출 증가의 배경으로는 러·우 전쟁 발발을 비롯해 중국의 군사 위협 증가, 러시아와 중국 제재에 따른 방산시장 점유율 재편, NATO 및 대만, 일본 등의 무기 구매 수요 확대 등이 꼽힌다. 전 세계 국가들이 앞다퉈 증액한 국방 예산의 상당 부분이 방산 강국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미국 내에서도 국방 분야 기업에 대규모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방위 산업의 발전이 국가 차원의 핵심 안보 및 경제 과제로 대두되며 기존 기업들은 물론 신생 스타트업도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기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는 자국은 물론 글로벌 VC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실례로 AI 기반 국방 드론 공급 기업인 쉴드AI(Shield AI)는 이달 초 2억 달러(약 2,6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27억 달러(약 3조5,5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는 지난해 말(22억 달러·2조9,000억원)과 비교해 약 22% 증가한 수준이다. 업계는 AI 기술을 접목한 무기들이 상용화에 성공하면 수많은 군인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만큼 지금과 같은 투자 열풍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AI 파일럿 및 무인 전투기의 임무 수행 상상도/사진=코난테크놀로지

폐쇄적인 국내 시장에서 해외로 눈 돌린 AI 방산 기업들

한국은 올해 9월까지 22조5,000억원의 방산 수출 수주액을 기록하며 정부가 제시한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목표에 한 걸음 다가섰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으로는 K2 전차, K9 자주포 등 일부 수출주력제품의 높은 가성비와 다른 우방국 대비 신속한 납기 능력, 상대적으로 우수한 기술 이전 및 산업협력(절충교역) 및 제공 능력 등이 꼽힌다.

다만 방산업계는 미국과 같은 대규모 민간 투자를 기대할 수 없어 정부 계약 또는 수출에만 의존해야 하는 현실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로 국방 산업은 연구개발(R&D)에 필요한 시간과 자금에 비해 수익으로 이어지기까지 매우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폐쇄적인 시장의 성격 탓에 사업의 성공 여부와 그 시기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방산 기업들은 대부분 현대자동차그룹, 한화그룹, HD현대중공업 등 대기업의 자회사가 주를 이룬다.

탱크나 함선 등 대형 무기 개발에 투입할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은 무인 이동체(드론), 로봇 등으로 글로벌 방산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향후 국제 정세가 안정돼 무기 수요가 줄어들어도 재빨리 적용 분야를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AI 파일럿 개발 업체 코난테크놀로지를 비롯해 국방 드론 개발 기업 두타기술, 니어스랩, 파블로항공, 센서피아, 디브레인, 로봇 분야의 컨트로맥스, 링크플로우 등이 방위사업청의 지원으로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획기적인 기술로 글로벌 방산 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우리 기업들의 노력이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져 활발한 투자를 끌어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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