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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데이터센터 짓는 AWS, 한국 시장 본격 진출하겠다지만 “공공 부문은 국내가 선점, 저변 확장 어려울 듯”

세계 1위 AWS, 한국 진출 가시화했지만 업계는 "글쎄"
공공 부문 선점한 국내 업체들, 수요 높은 IT 기업은 '자체 서버' 이미 있어
경쟁 업체 추격에 진 빼는 AWS, 한국 투자 효용성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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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가 한국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부지를 매입하고 건축 허가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시장 진출 11년 만의 일로, 급증하는 국내 클라우드·인공지능(AI) 수요에 대응하면서 비용·서비스 효율성을 높이겠단 전략이다. 이로써 오는 2027년까지 국내 클라우드 인프라에 약 8조원을 투자하겠다는 AWS의 계획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공 부문을 이미 국내 업체가 선점한 상황에서 AWS가 제힘을 쓸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업계의 평가가 나온다.

AWS, 인천 부평 인근 부동산 매입

AWS는 최근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해 인천 부평 인근 공업 지역에 토지 등 부동산을 매입했다. 매입 주체는 AWS가 출자해 세운 아마존코퍼레이트서비시즈코리아다. 아마존코퍼레이트는 인천시로부터 이 토지에 건물을 신축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건물은 주용도인 방송통신시설 1개동, 부속용도인 데이터센터 4개동 등 총 5개동으로 구성된다. 데이터센터는 대지 면적 3만2,476㎡, 연면적 4만4,812㎡, 건축 면적 9,469㎡에 이른다. 연면적 기준 축구장 면적(약 7,000㎡) 대비 약 6배 수준이다. 최대 지상 7층·지하 1층, 최고 높이 72m에 100메가와트급 안팎 전기가 필요한 메가급으로 구축될 예정이다.

AWS가 국내에 자체 데이터센터 건립을 타진하는 건 폭증하는 수요에 대비해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성 및 안정성을 강화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AWS는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 압도적인 수치(70%)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 및 대형 스타트업 등 다수 고객사를 확보한 덕이다.

AWS는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금융·공공 등 대형 시장이 여전히 남아 있어 향후 수요가 더욱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생성형 AI 등 AI 서비스가 증가하면서 AI 기반 인프라인 클라우드 수요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지속 성장할 것으로 판단되지만 상면 임대료도 점차 높아져 AWS 입장에서 중장기적으로 비용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기존 임대 상면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체 데이터센터 확보 이후엔 추가 임대를 줄이는 방향으로 노선이 바뀔 것”이라고 전했다.

공공 부문 디지털 전환 박차, AWS가 노리는 지점은

실제 공공 부문에선 지난 2021년부터 디지털 전환에 본격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해 발표된 제2차 전자정부 기본계획 내용에 따르면 정부는 향후 2025년까지 행정기관의 클라우드 전환율을 100%까지 끌어올리겠단 목표를 내세웠다. 공공 부문 클라우드 전면 전환을 통해 정부의 디지털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셈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정부의 클라우드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스마트 근무환경 구현을 위한 원격근무 및 온라인 회의 등과 같은 비대면 채널에서 클라우드를 사용하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데다, 한국판 디지털 뉴딜 정책에서 강조했던 공공 마이데이터 사업을 보다 활성화할 때 클라우드의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AWS가 클라우드 시장의 확장성을 전망한 게 마냥 허황된 이야기는 아니었단 의미다.

다만 문제는 최근 AWS의 글로벌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클라우드 외 국내 클라우드 기업인 네이버클라우드, KT클라우드, NHN클라우드 등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 확장성이 보장된 공공 부문 수요의 경우 이미 국내 클라우드사가 사실상 먹어버리다시피 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클라우드 3사는 이미 공공 부문 수요 등을 바탕으로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수혜자는 단연 KT다. KT에 따르면 KT클라우드는 기존 수주한 공공 클라우드 사업에서 매출이 일어나고 데이터센터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감에 따라 지난해 전년 대비 57% 늘어난 6,780억원의 연간 매출을 기록했다.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서 이미 42%의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주도권도 확보했다. AWS가 한국 시장에서 가질 수 있을 만한 파이의 면적이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공공 부문을 제외하면 클라우드 업체가 진출할 만한 계열은 그나마 IT 업계인데, 국내 유수의 IT 대기업들은 이미 대부분이 자체적인 클라우드 서버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AWS가 나설 수 있는 범주는 거의 스타트업뿐인데, 소위 ‘돈 없는’ 스타트업이 AWS의 매출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시장 일각에서 나오는 ‘AWS의 데이터센터 구축이 국내 산업계에 파급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란 주장이 다소 힘을 잃은 이유다. AWS가 오는 2027년까지 한국 클라우드 인프라에 58억8,000만 달러(약 7조8,5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긴 하지만, 이는 리전 구축을 포함해 연결, 운영, 유지 보수 등과 관련한 모든 자본·운영 비용을 포함한 액수다. 국내 기업들이 각 부문을 선점한 현시점에 AWS가 제힘을 쓸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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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비중 적은 AWS, 글로벌 경쟁사 추격도 ‘바짝’

더군다나 국내에선 AWS를 사용하는 비중 자체가 적다. AWS가 글로벌 1위 기업이긴 하나, 최소한 한국에선 그만한 위상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단 의미다. AWS만의 강점도 많이 퇴색됐다. 이전까지만 해도 AWS는 저렴한 맛에라도 사용할 만한 서비스였지만, 최근엔 클라우드 산업계 전반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AWS가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기 어렵게 됐다.

특유의 먹통 문제도 AWS의 발목을 잡는다. 블랙프라이데이 직전 AWS 먹통 사태가 발생한 바 있음은 이미 유명하고, 지난 2021년 말께엔 한 달에 세 번이나 먹통 사태를 일으키면서 각종 논란을 부추기기도 했다. 당시 외신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소부터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AWS를 사용하는 서버에 전반적인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웹사이트상의 장애를 추적하는 다운디텍터는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를 비롯해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 업무용 메신저 슬랙 등에서 AWS 장애로 인한 문제가 보고됐다”고 전했다.

글로벌 경쟁사의 추격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도 AWS에 있어 부담 요소 중 하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3위 구글은 지난 2022년부터 꾸준히 핀포인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모기업 알파벳을 통해 미국 선물 거래 회사 CME 그룹에 10억 달러, 보안 업체 ADT에 4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파격 마케팅을 통해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단 취지다. MS도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MS는 여러 스타트업 지분을 사들인 뒤 이들이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함으로써 서서히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분 투자를 통해 다년간 자사 클라우드 제품을 쓰도록 계약을 맺어 저변 확대를 노리겠단 것이다. 국내외 할 것 없이 격화한 클라우드 업계 1위 쟁탈전에 AWS의 승기는 확신하기 힘들다. 국내 업체의 공공 부문 선점으로 한국 시장 확장성도 보장받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AWS가 취할 출구전략은 무엇일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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