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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4차산업 헛발질 정책 ④ 코딩은 개발자만 하는 게 아니다

교육부의 ‘디지털 인재 양성 종합 방안’ 발표에 비난 쇄도 교육계, “IT업계 개발자 양성에만 지나치게 치우친 정책” 석·박사 급의 난이도 높은 교육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다는 지적도

사진=유토이미지

교육부의 ‘디지털 인재 양성 종합 방안’을 놓고 업계 안팎에서 연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교육부는 종합방안에 따라 디지털 산업계에서 활약할 전문 인재부터 인문‧사회계열 등 각자의 전공 분야에 디지털 기술을 융합하는 인재, 일상에서 디지털 기술에 친숙한 인재 등 수준별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맞춤형 정책들이 범부처에서 다양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초·중등학교에서 코딩교육이 필수화되며 초등학교에서는 정보선택과목이 도입될 방침이다. 또 방과후 코딩교육을 진행을 비롯해 방학 중 SW(소프트웨어)·AI(인공지능) 캠프도 지원한다. 아울러 영재학교·과학고 대상 SW·AI 분야 특화 교육과정 운영 지원을 강화하고 디지털분야 핵심 인력을 조기 육성할 수 있는 영재학급을 2025년까지 70개로 확대 운영한다.

이번 발표를 두고 지방의 모 4년제 대학 통계학과 교수는 “코딩은 개발자만 하는 게 아니라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과학적인 문제 풀이를 위해 코딩을 하는 작업이 있다”며 컴퓨터 공학 전공자의 진로 중 가장 숙련도가 낮은 직군인 IT 업계 개발자 양성에 지나치게 치우친 정책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서울 명문대 기계공학 박사 출신의 모 대기업 연구원은 “우리 과도 박사 과정 중에 프로그래밍을 엄청나게 많이 했다”며 “단지 Matlab으로 하는 공학 연구용 프로그래밍과 IT 업계에서 말하는 프로그래밍의 차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개발자 양성이 디지털 교육인가?

정부의 이번 방침은 지난 문재인 정부 내내 이어졌던 ‘디지털 뉴딜’의 연장 선상에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정작 제대로 된 컴퓨터 공학 교육 또는 데이터 과학을 쓰는 자연과학, 경제학 등의 다양한 학문 분야에 대한 교육은 배제하고, 지나치게 IT개발자 양성에만 초점을 맞춘 교육이라는 것이다.

특히 IT 개발과 관련하여 저숙련 노동자 양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다, 고기능 개발 인력이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을 지원하기보다는 조달청 발주로 무늬만 ‘AI’, ‘인공지능’, ‘빅데이터’인 단순 IT프로젝트만 대규모로 만들어냈다는 것이 업계의 총평이다.

과학적 프로그래밍(Scientific Programming)이란?

해외에 AI대학을 설립하고 교육과정 인가를 받은 모 스타트업 대표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과학적 프로그래밍과 IT 개발을 분리해서 인식해왔다”며 “우리 학교도 IT개발 가르치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풀기 위해 커리큘럼에 수학 및 통계학을 30% 이상 포함시키고, 코드 작업 관련 수업들도 모두 수학적, 통계학적 이해 없이는 문제를 건드릴 수도 없을 만큼 수준을 높인 덕에 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과학적 프로그래밍이란 기존의 수학·통계학 도구에서 쓰는 수식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할 경우 복잡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경우의 수를 모두 정리하여 현실 가능성이 높은 결론을 찾아내는 프로그래밍으로, 우주물리학에서 혜성의 궤도를 예측하거나, 자산 가격 움직임의 가능성 합계를 바탕으로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의 가격을 계산하는 작업 등을 일컫는다.

이런 석·박사급의 난도 높은 교육에 대한 지원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에서 5.5년 만에 초고속으로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단순한 정책을 제시한 탓에 이미 일선 대학에서는 “Yuji박사가 제출한 논문이 인정받았다고 아무나 박사하는 줄 아는 모양”이라는 폭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Yuji박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국민대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의 영문 제목에 ‘회원 유지’를 ‘member Yuji’로 기재한 부분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IT개발자가 아니라 연구 인력을 길러내는 정책 나와야

IT 업계에서는 개발자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재가 그렇게 많지 않고, 굳이 초등학교부터 질낮은 프로그래밍 교육을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크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무리수를 뒀다는 반응이다.

데이터 과학의 연관 학문인 통계학, 계산과학, 기계공학, 경제학 등의 학문 관계자들은 “지난 정부 내내 정부의 헛발질로 컴퓨터 공학 전공 교수들 몇몇이 엄청난 정부 지원을 받아 가놓고는 정작 결과물 하나 제대로 나온 게 없는 상황이 아니냐”는 강한 비난과 함께 “국가적 역량 성장은 저숙련 개발자를 다수 양산해내는 교육보다 소수의 전문적인 과학적 프로그래밍 인력을 길러내는 데서 시작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코딩에 대한 매우 기초적인 이해도에 기반한 교육 정책 대신, 국가적 역량을 길러낼 수 있도록 우수 연구 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특히 ‘과학적 프로그래밍’ 훈련이 이뤄지는 다양한 전공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공약으로 정권을 잡았다. 그러나 과학, 기술 분야에서 나오는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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