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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업종별 구분 안 되면 최저임금 인상은 어렵다?

최저임금위 올해도 협상 시한 넘겨 동결 주장하는 사용자 측과 20% 인상 주장하는 노동자 측 대립 첨예 업종별 차등 지급 등 사용자 측 주장 기각 학자들 “인력 이탈 우려 커, 단순히 정치적으로 결정할 문제 아냐”

지난 7일간 ‘최저임금’ 관련 키워드 클라우드/출처=MDSA R&D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달 29일 제9차 전원회의에서도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지난 2014년, 2022년을 제외하고는 10년 동안 단 한 번도 법정 기한까지 합의안을 도출한 적이 없다. 결국 이달 4일에 ‘연장전’에 해당하는 제10차 전원회의가 이어질 방침이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오는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확정 고시해야 하는 만큼, 관계자들은 행정절차를 고려해 봤을 때 7월 둘째 주까지는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도 합의가 불발된 주원인은 노동계의 인상안 요구분과 경영계의 타협안 간극이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20%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경영계는 동결을 요구한다. 제9차 전원회의 막바지에 올해 대비 약 2% 인상된 9,800원대에 합의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으나, 여전히 양측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 챙겨주다 소상공인도 폐업할 판국?

경영계는 이미 고용 없이 고용주가 단독으로 운영하고 있는 소상공인 업체들의 숫자가 60%를 넘은 데다, 인건비 문제로 폐업을 고민하는 소상공인이 크게 늘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2018년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비중은 59.2%였으나 지난 2022년에는 64.8%로 증가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 자영업자 수는 657만 명으로 2017년보다 180만 명 이상 늘었다. 반면 연간 평균소득은 2017년 2,170만원에서 2021년에는 1,952만원으로 떨어졌다.

경영계에서는 최저시급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를 고용하는 소상공인들이 이미 고용을 포기하고 폐업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무작정 최저임금을 인상할 것이 아니라 산업별 차등 적용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체인화 편의점, 택시 운송업, 숙박·음식점업(일부 제외) 등 3개 업종에 대해서라도 최저임금을 낮게 적용할 수 있도록 타협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난달 22일에 열린 제7차 전원회의에서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 안건은 반대 15표 찬성 11표로 부결됐다.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근로자위원 8명 중 공익위원 상당수가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노동 관련 학자들은 최저임금을 산업별로 차등 결정할 경우 결국에는 특정 산업에 인력 공급이 크게 축소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현실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업종별 구분, 음식점, 숙박, 택시, 편의점에라도 적용하자?

최저임금위원회의 사용자 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반박 논리로 “숙박음식업의 경우 작년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서 최저임금 수준이 중위 임금의 90.4%였다”며 “이는 숙박음식업의 (임금) 지급 능력에 대한 고려 없이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한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에는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업종별 차등 지급이 가능하도록 열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1988년 최저임금 도입 첫해에만 업종별 차등 지급이 결정됐고, 그 이후에는 일괄 적용돼 왔다.

최저임금위 사용자 위원들은 입장문을 통해 “최저임금위가 또다시 업종별 구분 없이 단일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허탈감과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사용자위원 측에서 내년도 전 업종 차등 적용에 대한 사회적 우려와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해 숙박 및 음식점업, 체인화 편의점업, 택시운송업으로 한정해 일단 시행하자는 양보안까지 제시했는데도 외면했다”며 “영세한 소상공인들은 고용을 포기하거나 가게 문을 닫으라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7일간 ‘최저임금’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출처=MDSA R&D

업종별 구분,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누리꾼들은 속칭 ‘꿀 알바’에 해당하는 편의점, 음식점 업무 등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을 낮춰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보인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이 빠르게 인상하면서 편의점과 음식점에서는 인력 공급을 줄이고 로봇 및 자동화 시스템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추세다. 최저임금이 상향할수록 로봇으로 대체되는 속도만 높아지는 것을 이미 경험함에 따라 거듭된 임금 인상은 소상공인들에게 무리한 요구일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한 것이다.

반면 물가 상승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최저임금이 지나치게 낮은 탓에 되레 노동 의욕을 상실한 젊은 층이 증가하고 있는 현 세태를 임금 상향을 통해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저임금이 상대적으로 더 낮은 산업군이 생겨날 경우 많은 인력이 의도적으로 해당 산업을 기피하게 되고, 이는 결국 인력 확충을 위해 더 높은 임금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낳는다는 학자들의 주장에도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최저임금 격차를 둘 경우 임금이 낮은 지역일수록 인구 유출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은 점, 산업별 격차를 둘 경우에는 임금이 낮은 산업군에서 인력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들며 현실성이 낮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한국처럼 지역 간 이동이 쉬운 경우 기술 전문성이 낮은 산업군일수록 임금 격차에 따른 인력 이동이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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