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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 앱스토어 허용하겠다” DMA 앞에 무릎 꿇은 애플, IOS 생태계 독점 포기

DMA 시행이 부른 'IT 지각변동', IOS 앱 외부 배포 허용
반복되는 IT업계 반독점 분쟁·EU 규제 압박이 애플 짓눌러
깐깐한 이용 약관으로 실효성은 의문, 추후 판도 변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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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이 결국 애플의 독자적 앱스토어 생태계를 무너뜨렸다. 유럽 지역 내 아이폰 이용자들이 애플 자체 앱스토어 외부에서도 IOS(애플 운영체제) 앱을 다운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12일(현지시간) 애플은 자사 개발자 블로그를 통해 “올해 늦은 봄부터 개발사들이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아이폰 앱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 업계에서는 애플이 신규 앱스토어에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다는 점을 고려, 애플 독점 생태계가 이른 시일 내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DMA 본격 시행, 애플도 못 버텼다

애플의 견고한 ‘독점 앱스토어’ 전략을 무너뜨린 것은 EU의 빅테크 규제 법안인 DMA였다. DMA는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으로, 일정 조건을 충족한 거대 플랫폼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안에 따르면 게이트키퍼 지정 기업들은 외부 앱 및 대체 앱스토어를 설치하는 등 자사 플랫폼과 제3자 서비스 간 상호 운용을 허용해야 한다.

애플은 2008년 앱스토어 출시 이후 개발자들이 앱스토어에만 독점적으로 앱을 제공하도록 규제해 왔다. 하지만 지난 7일부터 EU 27개국 전역에서 DMA가 전면 시행되며 상황이 급변했다. 유럽 지역 내에서 이전과 같은 독점 전략을 추진할 경우 애플 측에 막대한 리스크가 돌아오게 된 것이다. DMA상 의무를 위반한 기업은 전 세계 연간 총매출액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위반이 반복될 경우 과징금 비율은 20%까지 상승할 수 있다.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제작사인 미국 에픽게임즈와의 갈등 역시 애플 측에 압박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2020년 에픽게임즈는 아이폰 앱스토어의 인앱 결제 강제·30% 수수료 정책에 반발,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후 지난 1월 미국 대법원 측은 애플이 앱스토어 외부 결제 시스템을 허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놨다. 앱스토어 시장 독점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 애플에 일종의 경고를 보낸 것이다.

애플의 앱스토어 독점 ‘횡포’

그간 애플의 앱스토어 독과점 문제는 다양한 업계 내 분쟁을 야기해 왔다. 이달 유럽 시장 내에서 발생한 에픽게임즈와 애플의 ‘개발자 계정 제거’ 갈등이 대표적인 예다. 에픽게임즈는 지난 6일(현지시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애플이 에픽의 개발자 계정을 제거했다(Apple Terminated Epic’s Developer Account)”는 제목의 공식 입장문을 내놨다. 애플이 DMA를 위반하고 에픽게임즈 측의 유럽 지역 개발자 계정(스웨덴 AB 계정)을 제거, 에픽게임즈 스토어·포트나이트 등을 앞세운 자사의 유럽 시장 입점 계획을 방해했다는 주장이었다.

IT 매체 더 버지에 따르면, 이후 애플의 프레드 세인츠(Fred Sainz) 대변인은 “당사는 법원으로부터 ‘타사의 심각한 계약 위반 행위에 대해 권한 해지를 통해 대응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며 “우리 상대의 과거, 현재의 행위를 토대로 권리 행사를 결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2020년부터 갈등을 이어온 에픽게임즈 측에 일종의 ‘보복’을 가했다는 평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DMA 준수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 강경 조치를 단행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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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을 접한 EU는 애플의 조치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 7일(현지시간) 티에리 브르통 EU 산업 담당 집행위원은 X(옛 트위터)에서 “DMA하에서는 개발자(에픽게임즈)를 침묵시키려는 게이트키퍼(애플)의 위협이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 역시 “DMA에 따라 애플 측에 이번 사안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후 에픽게임즈는 지난 9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에픽게임즈의 유럽 개발자 계정(스웨덴 AB 계정)의 정지가 해제된다고 전했다. EU의 규제 공세 속 도주로를 잃은 애플이 이틀 만에 패배를 인정한 것이다.

애플 독점 체제, 당장 무너지진 않는다?

누적되는 시장 압박을 견디지 못한 애플이 IOS 생태계 제3자 진입을 본격 허용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사실상 현재의 애플 독점 구도를 완전히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애플이 내건 까다로운 조건이 신규 경쟁자 진입의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애플의 이용 약관에 따르면, 신규 앱스토어는 은행에 100만 유로(약 14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해당 예치금이 100만 유로 이하까지 떨어질 경우 폐업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더해 애플은 신규 앱스토어에 100만 다운로드 이후 ‘핵심 기술 수수료’ 명목으로 다운로드 건당 50센트(약 600원)를 자동으로 청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대해 애플은 아이폰 생태계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다운로드 수치가 백만 건을 돌파할 경우 개발사가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수천 달러에 달한다는 점이다. 애플 앱스토어의 강력한 수수료 정책에서 벗어난 앱 개발 ·운영사들이 새로운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차후 개인 개발자가 IOS 앱스토어 시장에 진입하는 사례는 사실상 극소수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애플의 깐깐한 약관을 수용할 수 있는 것은 자본 및 시장 기반을 갖춘 일부 기업들뿐이라는 지적이다. DMA를 제정한 EU 의원들이 아직 애플의 신규 앱스토어 약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업계는 차후 애플의 조치가 야기할 유럽 IT 생태계의 변화에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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