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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 잃고 가라앉는 IT 업계, 해고 칼바람 막으려면 ‘성장’뿐이다?

찬바람 몰아치는 IT 업계, 글로벌 빅테크까지 줄줄이 구조조정
빅테크 경쟁과 함께 급성장한 AI, 인간 빈자리까지 메꾼다?
중국 경기 침체로 빅테크 매출 직격탄, 새로운 성장이 고용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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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T 업계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초거대 시장’ 중국의 침체로 글로벌 IT 기업의 매출이 줄줄이 급감하는 가운데, 위기를 감지한 기업들이 AI(인공지능) 등으로 인력 공백을 대체하며 다운사이징(downsizing)을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전반에 찬바람이 몰아치자, 일각에서는 IT 기업들이 새로운 ‘기회의 땅’을 찾아 나설 때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인도 등의 거대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면 IT 업계의 고용 역시 자연히 정상화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1월에만 3만 명 잘렸다, IT 업계의 ‘해고 폭풍’

IT 업계 감원 추적 사이트 레이오프(Layoffs)에 따르면, 올해 1월 112개의 IT 기업이 2만9,995명에 달하는 직원을 해고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IT 업계의 구조조정 바람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양상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은 전체 직원의 2%(약 150명)를 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전체 직원의 15%(약 1,300명)를 해고한 이후 1년 만의 구조조정이다. 줌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비대면 수요를 흡수하며 급성장했으나, 엔데믹 이후로는 새로운 성장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업체 옥타(Okta)도 지난해 2월 이후 1년 만에 감원을 단행한다.토드 맥키넌 옥타 CEO는 성명을 통해 “(지출) 비용이 여전히 너무 높다. 회사의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 어디에 투자할지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전체 직원의 7%(약 400명)를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과잉 고용’을 근거로 300명을 해고한 뒤에도 좀처럼 인건비 지출 부담을 해소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IT 대기업들도 줄줄이 해고를 단행하고 있다. 미국 온라인 결제서비스업체 페이팔 역시 올해 2,500개의 일자리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간편 결제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며 수익성이 악화하자, 2만9,900명의 전체 직원(2022년 말 기준) 중 9%를 해고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게임업체 액티비전블리자드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게임 부문에서 약 1,900명을 감원할 예정이며,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음성 비서 담당 부서와 픽셀, 핏빗 담당 팀에서 약 1,0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IT 업계 자동화 기조, ‘AI’에 밀려나는 인간들

업계에서는 AI 기술의 발전과 인력 자동화가 IT 기업들의 ‘감원 폭풍’에 불을 붙였다고 본다. 최근 △MS △구글 △아마존 등 거대 IT 기업들은 자체 AI 모델 개발을 통한 첨단 기술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에는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가 올해 하반기 애플 자체 개발 AI를 공개할 것이라는 깜짝 소식을 발표하기도 했다.

거대 빅테크 기업들이 치열한 AI 경쟁을 벌이자, 관련 기술 수준 역시 자연히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인력의 공백을 AI가 대체하는 ‘자동화’ 시대가 가까워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경기 침체기 속 다운사이징 필요성을 느낀 빅테크 기업들은 일부 인력을 AI로 대체하는 파격적인 전략을 펼치며 인건비 지출을 줄여나가고 있다. 일례로 구글은 지난해 5월 AI 기반 광고 플랫폼 ‘퍼포먼스 맥스(Performance Max)’에 생성 AI 기능을 탑재하고, 광고 영업팀 인력 수백 명을 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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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역시 지난해 11월 음성 비서 알렉사 팀원 수백 명을 해고하고, 음악과 게임 사업에서 철수했다. 이후 아마존은 알렉사에 생성 AI를 탑재하고, 대형언어모델(LLM) 개발 및 AI 스타트업에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해고 및 서비스 종료를 통해 수익성이 부족한 기존 사업의 덩치를 과감히 줄이고, AI를 활용해 그 빈자리를 메꾸기 시작한 것이다.

여유 잃은 빅테크, 성장 잡아야 고용도 산다?

빅테크 기업들이 줄줄이 덩치를 줄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는 현시점 대다수 빅테크 기업이 이전과 같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없는 상태에 빠졌다고 본다. 초거대 시장인 중국의 경기 침체 영향으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경제는 △미·중 갈등 △부동산 경기 침체 △높은 청년 실업률 등 악재의 영향으로 낭떠러지에 몰려 있다. 14억 명에 달하는 중국 내 잠재 소비자들의 지갑이 점차 닫히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해 4분기 애플의 중국 내 아이폰 매출은 13% 급감했다. 애플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중국의 아이폰 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위기를 감지한 애플은 또 다른 동력원을 찾기 위해 중국 밖 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새로운 공략 대상으로 ‘인도’를 점찍었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이 품고 있는 폭발적인 ‘성장 가능성’이 애플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인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스마트폰 시장으로 꼽힌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약 1억5,200만 대에 달한다. 이는 중국(약 2억8,000만 대)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14억 인구를 보유한 거대 시장인 만큼 미래 시장 성장 동력도 충분하고, 비싼 프리미엄 스마트폰 선호도 역시 높다. 애플에 있어 인도는 잠재 수요가 잔뜩 잠들어 있는 ‘기회의 땅’인 셈이다.

이는 비단 애플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을 제치고 인구 1위 국가로 발돋움한 인도는 IT 업계 내에서 ‘포스트 차이나’로 주목받고 있다. 성장 동력을 잃은 빅테크 기업들이 재기하기에는 손색없는 땅이라는 의미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차후 IT 업계 고용 시장의 향방이 인도에 달려 있다는 분석마저 제기된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인도 시장의 거대한 수요를 흡수할 경우, 고용 역시 자연스럽게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 분위기가 뒤집힐 것이라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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