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말라가는 구직시장, “경력 이직도 어려울 것”

신입 채용 감소에 구직자들 '난감', "일자리 어디서 구하나"
사회적 '비관론' 확산, '쉬었음' 인구 중 20대 32만 명 달해
대기업도 피하지 못한 침체기, 안정성 지표도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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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 담당자가 뽑은 ‘2024년에 주목할 HR이슈’ 설문조사 결과/출처=인크루트

인사 담당자들이 올해 HR(인사·노무) 분야에서 떠오를 가장 큰 이슈로 ‘신입 직원 채용 감소’ 및 ‘이직 자제(리텐션)’를 꼽았다. 결국 경기 침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구직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최근 들어 중소기업을 넘어 대기업들까지 수익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기업 내부적인 분위기 조정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현 구직 상황이 사회적으로 고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24년에도 신입 채용 줄어들 것”

HR테크 기업 인크루트는 인사 담당자(기업 회원) 768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4일부터 21일까지 ‘2024년에 주목할 HR이슈’를 설문조사한 결과를 3일 발표했다. 설문조사엔 대기업 45개, 중견기업 109개, 중소기업 614개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설문 조사는 인사담당자가 올해부터 적용될 인사제도, 임금, 복지, 그리고 최근 동향 등 여러 이슈 중 올해 관심 있게 보는 HR이슈를 1개 이상(복수응답)을 꼽는 형태로 진행됐다. 가장 많이 꼽힌 건 신입 채용 감소(28.9%)였다. 인크루트는 “2022년과 2023년 모두 채용 규모가 전년에 비해 줄었는데, 2024년에도 신입 채용 위축이 더 심화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정규직 대졸 신입 모집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경향이 발견됐다. 지난해 ‘신입 모집과 관련해 차질이나 변경 사항이 있나’는 질문에 기업의 60.4%가 ‘있다’고 답했으며, 그중 24.5%가 ‘계획한 신입 채용 축소나 취소(경력직 수시 충원 집중)’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로는 ‘전체 채용 규모 감축'(21.3%), ‘신입 채용을 수시 채용으로 전환'(17.0%)이 이어졌다. 신입 채용 위축과 더불어 경력직 리텐션 현상(23%)도 올해 예상되는 특징 중 하나로 꼽혔다. 경력직 리텐션이란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경력직들이 퇴사 및 이직을 자제하고 재직 중인 회사에 오래 다니려는 현상이다.

이외에 구직 포기자 증가(20.5%)에 대한 언급도 많았다. 신입 채용이 축소되면서 구직자들이 구직을 포기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일할 능력은 있지만 특별한 사유 없이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 중 20대는 32만2,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 과정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16.3%)도 네 번째로 꼽혔다. 최근 채용 과정에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HR SaaS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자기소개서를 AI로 평가하는가 하면 인·적성검사를 온라인 게임화하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 △주 52시간제 유연 적용(15.9%) △이직시장 활발(14%) △ 희망퇴직, 권고사직 등 사내 실업의 증대 (10.7%) 등이 올해 주목할 HR이슈로 꼽혔다.

Downward arrow made of dollar coins and banknotes on white background - Concept of loss of money and downward trend of dollar currency
사진=Adobe Stock

신입 채용 위축, 결국 수익성 악화가 원인

인크루트의 설문조사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신입 채용 위축이다. 특히 대기업의 대졸 신입 채용이 점차 감소하면서 취업 문이 더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진다. 실제 인크루트에 따르면 전체 응답 기업 중 정규직 대졸 신입을 1명 이상 채용한 곳은 68.2%였다. 이는 작년의 68.3%와 비슷한 수준인데, 채용률을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73.3%, 중견기업 83.5%, 중소기업 65.1%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은 최근 5년간 조사에서 가장 낮은 채용률을 기록했다. 대기업 채용률은 2019년 94.5%, 2020년 89.5%, 2021년 91.9%, 2022년 87.2%로 하락세다. 대기업의 경우 정규직 정기 공채가 지난해 17.4%에서 올해 43.9%까지 크게 올랐지만 이것이 전체적인 채용 규모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올해 대기업 채용 규모는 한 자릿수 33.3%, 두 자릿수 54.5%, 세 자릿수 12.1%로, 지난해의 한 자릿수 24.4%, 두 자릿수 58.5%, 세 자릿수 17.1%였던 것과 비교하면 한 자릿수 비중은 늘고 세 자릿수 비중은 줄었다.

사회 전반에서 신입 채용 위축 현상이 나타나는 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수익성 자체가 적절히 견인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외부감사를 받는 비금융 국내 기업 3만129곳의 지난해 수익성 지표는 전년 대비 대부분 악화했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평균 5.3%로 2021년보다 1.5%p 떨어졌고, 세전 기준 순이익률도 같은 기간 7.6%에서 5.2%로 하락했다. 특히 중소기업(영업이익률 기준 5.6%→5.5%)보다 대기업(7.2%→5.3%) 수익성 하락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성한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반도체와 화학제품 등 주력 수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의 경우 판매가격 하락과 재고자산 평가손실 확대로 수익성이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결국 벌어들이는 돈이 없으니 인력 유지에도 힘을 못 쓰고 있다는 의미다.

안정성(재무건전성) 지표 악화도 눈에 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 총액을 자기자본 총액으로 나눈 비율인 부채비율은 102.4%로 전년 말(101%) 대비 1.4%p 상승했다. 이는 한은이 외감기업 경영 분석 조사 대상을 확대한 2013년 이후 2014년(106.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이자보상비율은 전체 평균 455.4%였다. 2021년 654%보다 200%p 가까이 급락한 셈이다. 이자보상비율이 100%를 밑돌아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 못 하는 기업의 비중은 35.1%로, 전년(34.1%)보다 1%p 상승했다. 경기 침체로 대졸 신입 채용이 크게 줄어든 이후 대기업들마저 인력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그나마 신입 구직자들의 취업 등용문으로 작용하던 인턴 채용 비중도 크게 줄어 들었다. 현 상황이 사회적으로 고정되지 않도록 정부의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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