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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시장 휘어 잡는 인플루언서들, “지금은 바야흐로 ‘대인플루언서’ 시대”

인플루언서 인식 향상 '가속화', 전통 미디어서도 '속속' 출연
마케팅 담당자 80% "인플루언서 마케팅 효과적, 투자 대비 수익도 좋아"
시장 양분하는 인플루언서, 비주류 중심의 '틈새시장'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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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레뷰코퍼레이션

국내에서 활동 중인 인플루언서 10명 중 8명이 앞으로 인플루언서가 하나의 직업군으로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미 인플루언서를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자리 잡혀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엔 인플루언서들이 종전의 연예인, 모델 등이 걷지 않는 ‘틈새시장’의 길을 파고들면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기에 인플루언서가 전문 직업으로 자리 잡는 날이 머지 않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플루언서, 곧 전문 직업으로 자리 잡을 것”

19일 인플루언서 플랫폼 기업 레뷰코퍼레이션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인플루언서산업협회와 함께 239명의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8%는 인플루언서가 향후 전문 직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이들 응답자 중 19%는 이미 전업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었으며, 47%는 향후 인플루언서 활동을 전업으로 전향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인플루언서 유관 산업 성장 가능성과 함께 직업으로서의 인플루언서에 대한 인식을 확인하고 인플루언서들의 경제적 수입 창출 활동에 대한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실시됐다.

설문조사에 응한 이들은 전업 인플루언서로 전향하기 위해선 △인플루언서 플랫폼 활동 △협찬 콘텐츠 제작 △커머스·공동구매 등 부가적 활동 △PB·굿즈 제작·판매 등의 수익 활동이 필요하다고 꼽았다. 직업으로 인식되기 위한 최소한의 수입은 연 소득 3,000만원 이상에서 5,000만원 이하가 가장 많았다. 개인이 아닌 기업이나 단체에 소속돼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53%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장대규 한국인플루언서산업협회장은 “인플루언서가 직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대중 차원의 사회적 인식 제고와 인플루언서 사업을 영위하는 주체들의 비즈니스 확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전업으로 활동 중인 인플루언서가 중가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저작권을 포함한 권익 보호 활동은 물론 인플루언서 직업윤리 준수 교육, 홍보 등과 관련해 협회 차원에서 지원과 활동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흐려진 미디어 경계, 인플루언서 진출 범위 ‘확대’

사실 인플루언서를 하나의 직업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는 이미 사회 전반에 자리 잡혀 있다. 잘만 하면 고소득의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는 건 물론, 일정 궤도에 오를 경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신문, TV, 라디오, 잡지 등 전통적인 미디어가 지니고 있던 영향력은 오늘날 대부분 인플루언서의 몫으로 돌아갔다. TV 프로그램에 연예인이 아닌 인터넷 방송인 등 인플루언서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는가 하면, 어린이 채널을 중심으론 저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유튜브 영상이 몇몇 시간대에 편성되기도 한다. ‘대인플루언서의 시대’ 아래 전통적 미디어와 신흥 미디어 사이의 경계가 흐려진 셈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비대면 산업의 대표 격이던 인플루언서의 파이가 크게 늘었다. 인플루언서의 산업적 가치는 글로벌 기업 마케터들의 인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인플루언서 마케팅 전문기업 미디어킥스의 ‘2019 인플루언서 마케팅 설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마케팅 담당자의 80%가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71%가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통해 접근한 고객과 트래픽의 품질이 다른 마케팅 방법을 이용했을 때 보다 더 좋다고 평가했다. 응답자 중 89%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투자 대비 수익이 여타 마케팅 방법과 비교해 같거나 더 우수하다고 답했고, 65%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예산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플루언서에 대한 가치평가는 이미 완료된 상태라 봐도 무방하다. 웬만한 자격증 하나보다, 높은 팔로워 수가 더 큰 능력으로 인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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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F/W 서울패션위크에서 런웨이에 선 AOA 혜정의 모습/사진=THE STUDIO K

커지는 인플루언서 ‘파이’, “시장 나뉘었다”

앞으로도 인플루언서의 파이는 점차 커질 전망이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대행사 오비어스리는 ‘트렌드 리포트: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차차 인플루언서가 자체적인 생산의 주체가 될 것”이라며 “비디오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그간 비주류였던 틈새시장은 주류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플루언서가 연예인, 모델 등 종전의 직종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BTS나 블랙핑크 등 연예인이 세계적 인기를 구가한다 해도 유튜브, 인터넷 방송 플랫폼 등에서 소소하게 노래 부르는 이들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 대중이나 업계 관계자들이 기대하는 장면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가장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분야가 패션 업계다. 하이패션 모델계의 모델을 구분하는 미적 기준과 SNS 인플루언서의 인기를 판가름하는 미적 기준은 상당 부분에서 차이가 난다. 패션계에 몸을 담고 있는 디자이너들은 통상 자신이 디자인한 옷에 초점을 맞추길 바란다. 지나치게 글래머러스하거나 지나치게 성적 매력이 표출되는 모델에 대한 수요가 현저히 적다는 의미다. 하이패션 화보의 주 고객층이 여성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반면 인스타그램 등 SNS 모델은 종전의 패션모델 필드에 비해 전반적으로 ‘널널’하다. 모델이 되기 위한 키, 몸무게 등 신체적 조건은 물론 성적 이미지의 활용까지 모든 부분에서 기준 자체가 다르다. 결과적으로 인스타그램 모델이란 인플루언서의 등장이 새로운 ‘틈새시장’을 열어냄으로써 신규 소비층을 끌어모은 셈이다. 인플루언서의 등장은 시장이 나뉘기 시작했다는 신호탄 정도로 받아들이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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