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 장기 주택 임대 진출 선언, 뉴욕 내 단기 임대 제한에 고육지책

에어비앤비 대표 “내년부터 최대 1년 임대기간 제공한다” 뉴욕시에서 단기 임대 금지한 탓이라는 평 지배적 이번 개편으로 여행업 전반 아우르는 슈퍼앱으로 거듭나겠다 선언도

임대료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숙박시설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AirBnB)가 단기 주택 임대를 넘어 장기 주택 임대 시장으로 서비스를 확장한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대표는 “최대 1년의 임대기간을 제공하겠다”며 “내년부터 기존 단기 주택 임대 시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장기 임대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에어비앤비

에어비앤비, 단기 임대 시장에서 장기 임대 시장으로 서비스 확장

체스키 대표는 다음 달로 예정된 업데이트가 에어비앤비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라며 여행은 에어비앤비의 강점이지만 궁극적으로 여행을 넘어서 일상생활의 더 큰 일부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2분기에 예약된 총 숙박일수 중 30일 이상 장기 숙박이 차지하는 비중이 18%에 불과한 만큼 앞으로 더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낙관했다. 그는 “팬데믹 이후 사람들이 노트북으로 재택할 수 있고 여름휴가를 떠나기 때문에 한 달, 두 달, 세 달이라는 미지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의사 결정이 사실은 뉴욕시의 단기 임대 제한 정책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놓는다. 그간 에어비앤비는 뉴욕 등 도시의 주택 재고를 고갈시켜 임대료 상승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에어비앤비의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 뉴욕시가 최근 거주자가 에어비앤비를 통해 자신의 집에 방을 임대하는 것을 제한하는 규정을 도입하자,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뉴욕의 숙소 중 약 4분의 3이 사라졌다. 최대 시장에서 단기 임대가 어려워진 만큼, 전략을 바꿔 장기 임대로 시장을 변경해 뉴욕시의 규정을 회피하겠다는 방침으로 해석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특히 에어비앤비 서비스 내에 이미 장기 시장 수요가 18%나 되는 점을 지적하며, 장기 고객의 1번 결제가 2박 3일 단기 결제 고객의 수십배에 달하는 서비스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절반 이상의 수요가 이미 장기 고객들에게 제공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공식적으로 장기 임대 서비스로 전환해 뉴욕 시내의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이 서비스를 떠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사업 전략이란 것이다.

에어비앤비 장기 임대 검색 결과/출처=구글

에어비앤비 장기 숙박, 단기 임대보다 장점 있나?

서울에서 12년째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하고 있다는 A씨는 에어비앤비보다 2~6개월 단위의 단기 임대 계약이 비용 측면에서 절감이 크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에어비앤비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에어비앤비는 숙박비에 최소 5%에서 많게는 15%까지 수수료를 책정하는데, 장기 투숙객의 경우 호스트와 쌓인 친분을 활용해 에어비앤비를 통하지 않고 계약을 연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미 장기 숙박이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서비스 개편이 이뤄지는 것을 두고 아예 부동산 중개업으로 진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파견 직원, 교환학생 등 6개월~1년 사이 중장기 방문객들의 경우, 미국에서 복잡한 신용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간편하게 거주지를 확보하려는 성향이 강한 만큼, 위워크와 같은 공유 사무실 구조의 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기고된 카일 배런(Kyle Barron) 전 전미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연구원과 에드워드 쿵(Edward Kung) UCLA 조교수, 데이비드 프로세르피오(Davide Proserpio) 서던캘리포니아대 조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에어비앤비 서비스가 주택 가격 및 임대료 인상을 야기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장기 임대가 단기 임대로 바뀌는 데 제한을 걸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놨다. 단기 임대만 남을 경우 직접 거주하지 않는 상업적 호스트들만 남는 반면, 장기 임대 위주로 시장이 형성될 경우 유휴 공간 재활용이라는 장점을 살리는 가운데 상업적 호스트보다 임대인-임차인 관계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 임대 시장 진출로 임대료 인상 주범 오명 벗을 수 있을까

HBR 기고글에서 저자들은 임대인-임차인 관계가 형성될 경우 인근 지역에 대한 임대료 상승효과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것을 지적하며 집주인들이 유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중장기 임대로 서비스가 확대될 경우 기존의 부동산 중개업자들과의 충돌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온라인 생활정보지 크레그리스트(Craigslist) 등을 통해 발품을 팔았던 수요자들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최대 1년에 달하는 중장기 임대 계약을 진행할 경우 부동산 중개업이나 중개 웹사이트 서비스 대신 에어비앤비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껏 단기 임대로 인해 호텔 및 여행업계 전반과 악전고투를 벌어야 했던 에어비앤비의 도전이 부동산 중개업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다.

에어비앤비 글로벌 정책 및 커뮤니케이션 책임자 제이 카니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뉴욕의 정책이 주택 위기를 해결하진 못하고 호텔 객실 요금만 높일 것이라며, 에어비앤비는 이번 개편을 통해 렌터카, 다이닝 팝업 등을 추가해 여행객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슈퍼앱’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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