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샌드박스 도입’ 통해 모빌리티 혁신하겠다는 정부, 현실과 괴리감 없도록 추진돼야

민간 주도 모빌리티 혁신 위해 오는 10월 ‘규제샌드박스 도입’ 추진 도시 전체 친화도시로 조성하는 ‘모빌리티 특화도시’도 함께 시행 그간의 규제샌드박스 제도들, “실효성 떨어져 한계 드러났다”는 지적도

사진=국토교통부 블로그

국토부가 모빌리티 규제샌드박스와 지원센터 운영을 위한 정책 연구용역 진행에 나섰다. 올 하반기 자율주행차와 에어택시 등 첨단 모빌리티에 특화한 규제샌드박스의 본격적인 도입을 위해서다. 다만 그간 다른 분야에서 도입된 규제샌드박스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과 함께 향후 현실과의 괴리감을 좁히는 방향으로 제도가 추진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래 모빌리티,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이동 방식 전환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모빌리티 수단과 공유차량, 전동 킥보드로 대표되는 개인형 이동장치(PM) 등의 새로운 서비스가 연달아 등장하고 있다. 이는 큰 틀에서 새로운 교통수단의 등장은 정해진 노선과 시간에 따라 이동했던 공급자 중심의 기존 이동방식이 목적지까지 최적의 경로와 수단을 선택할 수 있는 수요자 중심의 이동 혁신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러한 대전환의 선도국가가 되기 위해 정부는 민간이 자유롭게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모빌리티 혁신 및 활성화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모빌리티법’) 제정안이 그 첫 단추였다.

정부는 ‘모빌리티 규제샌드박스’ 도입이 모빌리티법의 핵심이라는 입장이다. 어명소 국토부 제2차관은 “자율차, 에어택시 등의 첨단 모빌리티 수단은 기존 교통서비스와 달리 실증의 범위가 매우 넓다. 기존 제도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에 규제샌드박스 도입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민간이 혁신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

국토부는 최근 규제샌드박스와 관련된 정책 연구용역까지 진행하며 제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1일 나라장터 입찰 공고에 게시된 ‘모빌리티 규제샌드박스 및 지원센터 운영 방안 마련’에 따르면, 오는 10월부터 모빌리티 규제샌드박스 제도가 시행된다.

규제샌드박스는 신설되는 모빌리티 특화형과 기존 스마트시티로 나뉠 예정이다. 모빌리티 특화형은 자율차·에어택시·공유차량 등 이동 수단 서비스가 대상이 되고, 스마트시티는 도시 단위 기술·서비스 모델이 서비스 대상이다. 스마트시티에 적합하지 않은 모빌리티에 실종특례나 임시허가 등을 부여해 서비스의 안전성과 혁신성을 확보하는 식이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도시계획 단계부터 모빌리티 친화적 도시로 조성하는 ‘모빌리티 특화도시’에 대한 지원 규정도 도입한다. 신도시, 구도심 등을 대상으로 약 3곳의 신규 사업지를 조성하고 본격적인 조성에 나선다.

국토부 관계자는 “무엇보다도 민간이 혁신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인력양성, 창업 활성화에 이어 해외 진출까지 지원할 계획이다”라며 “전담 기관인 ‘모빌리티 지원센터’도 운영해 민간 혁신 지원을 위한 공공의 역할과 역량을 계속해서 강화할 것”이라 전했다.

모빌리티 토론회 자료집/사진=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규제샌드박스 한계, 제도의 실효성 고려해 추진할 필요

규제샌드박스는 신사업·신기술 활성화를 위해 관계 법령에 기준·규격·요건 등이 미비하거나 적용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라도 실증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디지털 규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과 기술 발전의 결과를 신속하게 반영해야 하지만, 다양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법령의 제·개정이 기술혁신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비판에 2019년 규제샌드박스가 첫 도입됐다.

부처·분야별로 살펴보면 △산업융합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규제자유특구 △스마트시티 등 6개 규제샌드박스가 가동 중이다. 특히 기존 규제샌드박스 승인 건수 860건 가운데 모빌리티 분야가 약 10%에 이를 정도로 실증에 대한 요구가 뜨겁다.

그러나 규제샌드박스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원소연 한국행정연구원은 “기업이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가장 요구하는 점은 규제특례를 위한 부가조건의 합리화”라면서 “기존 규제 체계에서 금지된 서비스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기 위해선 공간적·시간적 제한 등 허용을 위한 제한사항을 부가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부가조건이 유의미한 데이터를 모을 수 없을 정도로 제한적이거나 또는 너무 엄격해 실제 사업을 시작하기 어려운 경우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이해관계자 및 기득권자들의 반대로 아예 규제샌드박스의 문턱을 넘지도 못하는 사례도 많다. 특히 다른 분야보다 신·구 산업간 갈등이 비교적 큰 산업 분야의 경우 기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이해관계자의 반대 때문에 새로운 사업이나 서비스가 시장 진입조차 못 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규제샌드박스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무조건 부가 조건을 엄격하게 제한하기보단, 안전과 시범 적용의 효과성을 모두 다 확보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원 연구원은 “기존 시장 기득권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새로운 서비스 등이 테스트 기회조차 얻지 못 하는 악순환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기업의 목소리를 통해 규제 애로를 개선하기 위한 원스톱 창구로서의 규제샌드박스는 유지하되, 이제는 경직된 우리나라의 규제체계를 유연하고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혁신의 실험장’으로서 규제샌드박스의 과제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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