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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분사하는 ‘다음’ 인수해 한국 검색 시장 진출한다?

카카오·다음 분리, 사내독립기업으로 포털 영광 다시 재현한다 전문가들, 현실적으로 매각 수순으로 봐야한다는 지적 빙, 덕덕고 등이 주요 매수자라는 분석도

4일 카카오가 포털 사업 부문인 다음을 사내독립기업(Company in Company·CIC)으로 분리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음의 검색,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 갖는 서비스 가치에 집중하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사업 부문을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 한메일 서비스로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왔던 다음은 이후 네이버에 검색 포털 서비스에 밀리면서 검색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검색 서비스 자체 기능보다 더 커진 콘텐츠 서비스

IT 업계 전문가들은 다음의 몰락을 검색 역량 발전의 실패보다 콘텐츠 역량의 발전 실패에서 찾는다. 구글 검색 대비 여전히 2000년대 초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네이버가 2023년에도 국내 검색 점유율에서 65%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검색 기능을 확대하는 대신 지식인 서비스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고 이후 블로그, 카페에 이어 쇼핑몰 등을 잇달아 출시했다. 현재 네이버 포털의 전면엔 뉴스보다는 블로그나 프리미엄 블로그인 포스트, 카페 게시글 등이 주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으며, 특정 콘텐츠를 검색할 경우 쇼핑탭에 최저가 검색 서비스를 연계해 상단에 노출시키고 있다.

포털 서비스의 성장이 검색 기능의 발전보다 부가 기능의 발전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은 카페 서비스 이외에 이용자들에게 가까이 가는 서비스를 내놓는 데 실패했다. 지난 2007년부터 본격화된 UCC 경쟁은 잠시 반짝 성공을 구가했으나, 유튜브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시장의 중심이 완전히 넘어갔다. 이어 스포츠 중계, 웹드라마 등의 동영상 서비스에서도 다음이 주춤하는 사이 네이버가 소비자들의 선택지로 제시되면서 검색 점유율은 자연스레 네이버로 쏠리게 됐다.

2014년 카카오와 합병, 사실상 포털 서비스 포기

IR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검색 시장 점유율이 여전히 10%대를 유지하던 2010년 이전만 해도 다음 포털에 대한 인수·합병 수요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IB 관계자에 따르면 2008년에 구글이 국내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다음 인수를 고민했으나, 당시 이재웅 대표의 보유 지분이 15% 남짓에 불과했던 데다, 구글이 재무정보의 외부 공개를 꺼려 100% 인수가 가능한 서비스를 찾던 상황이었던 탓에 인수건이 무산됐다고 전했다. 이어 자산 분리 매각 등도 고려 대상이 됐으나, 가격 문제로 논의가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후 2014년에 카카오와 합병될 때까지 수 차례에 걸쳐 반등을 모색했으나, 뜻대로 진행되지 않자 결국 매각을 결정했고, 카카오에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단계적으로 다음의 주요 인력들이 퇴사 절차를 밟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다음 카페 등에 온라인 광고 지면 판매를 담당했던 관계자 A씨는 다음 카페의 광고 효과가 나쁘다는 소문이 널리 퍼진 탓에 네이버 카페 및 블로그에 비해 ‘디스플레이 광고’ 단가를 많이 받을 수 없었고, 검색 점유율이 떨어지면서 검색 광고도 점점 수익성을 잃었던 것이 결국 쇠퇴의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네이버와 공동으로 설립한 뉴스제휴평가심사위원회(이하 ‘제평위’)도 2015년 설립 당시에는 다음의 주요 인력들이 남아있었으나, 이후 검색 트래픽을 빠르게 상실하면서 다음 인력들 대부분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을 잘 아는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제평위 2.0 출범을 앞두고 이번 기회에 제평위를 떠나는 것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직도 원하는 곳이 있다?

국내 트래픽을 제대로 계산하기 어려운 글로벌 웹 트래픽 분석 서비스 스탯카운터(StatCounter)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기준 국내 검색 엔진 점유율은 구글이 66.1%, 네이버가 28.5%, 빙이 2.67%, 다음이 1.35%다. 국내 트래픽이 고려된 인터넷 트렌드에 따른 정보에 기반해도 같은 기간 네이버가 61.2%, 구글이 28.6%, 다음은 4.8%에 불과했다. 해외 트래픽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에 국내에서도 5%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IB 업계 전문가들은 지난 2010년까지 구글이 국내 시장 진출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다음에 관심을 표명했던 것처럼, 최근 들어 챗GPT로 검색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려고 노력 중인 MS의 빙이 다음 인수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중화권에서 점유율을 키우고 있는 덕덕고(DuckDuckGo) 등이 국내 줌(Zum)에 관심을 표현했던 사례를 지적하며, 차세대 구글을 꿈꾸는 일부 검색 엔진들이 한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관점에서 다음을 저가 인수하는 데 관심을 보일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카카오는 2014년에 다음과 합병을 진행하면서 약 1조원 규모로 다음의 가치를 산정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분사 후 다음CIC에 배정되는 사업 라인을 단정할 수는 없으나, 지난 1분기 매출액이 800억원대에 불과했던 점을 비춰볼 때 2014년 당시 합병 산정 가액의 30%에 해당하는 3천억원 정도에서 매수자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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