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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 월가, 인플레이션 ‘평균 회귀’할 것이라는 기대 보고서 나와

미 BofA 애널리스트, 물가 상승세 ‘평균 회귀’ 시점 곧 온다 주장 전문가들, 지난 코로나 회복기와 사정이 달라 “섣부른 예측은 어렵다” 러-우 전쟁 추이가 인플레이션 방향을 결정하리라는 것에는 대체로 공감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미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에서 인플레이션이 축소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최근 들어 물가 상승 기조가 약해지고 있는 것은 지난해 5월부터 이어진 인플레이션이 ‘평균 회귀’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CPI)도 올 2분기 들어 4%대로 떨어지고, 2024년 말에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의 목표치인 2%대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5년, 10년 인플레이션 예측 변화/출처=Koyfin

인플레이션은 평균으로 회귀한다?

최근 들어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주요 OPEC+ 국가들의 석유 감산 결정에 따라 원자재 가격 상승 압박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기저효과 등의 이유로 인플레이션이 올해부터는 가파른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달 12일(현지시간) 발표로 예정된 3월 미국 CPI는 지난달의 6.0%에서 더 떨어진 수준인 전년 대비 5.2% 인상에 그치리라는 것이 현재 월가의 컨센서스다. 올 2분기에 들어서면 더 하락해 4%대의 인상폭에 그칠 것으로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내다봤다.

경제학계에서는 중앙은행이 통화량 공급 목표를 유지할 경우, 일시적인 수요 및 공급 충격에 의해 인플레이션이 야기될 수는 있더라도 목표치로 수렴할 것이라는 주장을 오랫동안 해 왔다. 거시경제학자들에게 ‘인플레이션의 정상성(Stationarity of Inflation)’으로 요약되는 물가 움직임은 시계열 자료에서 일시적인 외부 충격에 의해 기존의 움직임이 변하더라도 곧 원래 움직이던 구간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고교 시절에 배운 ‘Sine’, ‘Co-Sine’ 그래프들이 대표적인 예시다.

인플레이션 연준 목표치로 회귀 중?

반면 주요 연구들이 OECD 국가들에서만 이뤄졌을 뿐, 개발도상국들과 통화관리가 되지 않는 국가들의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는 반론과 함께, 현재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코로나 회복기 대량으로 푼 보조금 등의 원인으로 미국 경제 내 통화 정책의 효과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아 당분간 평균 회귀를 주장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향후 5년간 인플레이션 기대치 값으로 주로 쓰이는 ‘BEI(Breakeven Inflation Rate)’는 미국 일반 국채와 인플레이션 연동 미국 국채(TIPS) 간 수익률 격차를 나타낸다. 현재 BEI는 2.3%다. 블룸버그 마켓이 집계한 값에 따르면 5년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2.32%, 10년 목표치는 2.25%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평균 회귀 현상이 지속적으로 진행될 경우 2024년 하반기까지 5년, 10년 목표치로 인플레이션이 회귀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시장의 인플레이션 예측보다 미 연준이 지정하는 값에 끌려가는 것이 그간 BEI의 움직임이었다면서, 2020년 초에 코로나 충격으로 BEI가 일시적으로 하락했다가 빠르게 회복세를 보였던 것과 최근의 공급 충격을 같은 선상에서 놓고 해석하는 건 현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글로벌 물류와 소상공인 등이 치명적인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나섰던 반면, 이번 에너지 전쟁에 따른 공급 충격 여파의 경우 시장과 정부 모두 충격을 흡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장기에는 우리 모두 죽는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

한 전문가는 ‘장기에는 우리 모두 죽는다’는 경제학자 케인스의 말을 빌려, “경제 펀더멘털(기초)이 튼튼하면 미 연준의 목표치로 인플레이션이 돌아간다는 말 자체는 맞다”면서도 “문제는 그 장기 현상까지 기다리기에는 현재의 물가 상승률과 가파른 이자율 상승이 시장 전체에 엄청난 부담이 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 연준이 물가 잡겠다고 이자율을 내년 하반기까지 계속 현 상태로 유지할 가능성은 낮지만, 그랬을 때 장기에는 우리 모두 죽는다는 점이 수많은 기업들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답했다.

인플레이션의 평균 회귀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답변한 다른 경제 전문가도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까지 겹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장기화되면서 출구를 찾는 것은 합리적이지만, 에너지 전쟁이라는 대외 변수가 있는 상태에서 벌써부터 인플레이션의 정상성을 논의하기는 어렵다”며 “미국 은행들이 위기 상황이라 연준이 금리를 더 인상하기는 어렵겠지만 지금은 미 연준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요약되는 글로벌 에너지 전쟁이 언제 종료되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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