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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4차산업 헛발질 정책 ③ – 대학에서 부트캠프 교육?

지난 22일, 교육부 ‘디지털 인재 양성 종합 방안’ 발표 6개월짜리 ‘부트캠프’로 인재 양성이 가능한가? 대학과 직업학교 구분도 안 되는 교육부 정책

지난 22일 교육부가 발표한 ‘디지털 인재 양성 종합 방안’ 중에는 대학 학부 4학년에 부트캠프 과정을 수료한다는 항목이 있다. 교육부 담당자에게 질의한 결과, 현재 서울 강남 인근에서 진행되고 있는 6개월짜리 부트캠프 과정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의 컴퓨터 공학과 교수는 “안 그래도 학생들이 강남 IT 학원에서 받은 것 같은 코드 몇 줄과 코딩 라이브러리 몇 개 붙여서는 졸업작품이라고 제출하는 상황이라 제대로 된 컴퓨터공학 교육이 안 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이미지 인식 전공자 관점에서 “AI라고 말들은 많이 하지만, 저희 랩에도 라이브러리 붙여넣기 말고 제대로 계산과학적 이해를 갖춘 대학원생도 없는 상태”라고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다.

부트캠프 교육의 실체

IT 업계에서 강도 높은 6개월 개발자 교육과정으로 명성이 높은 B모 학원의 경우, 실제로 졸업생은 “반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30% 미만”이고, 제대로 교육을 소화하는 학생들은 거의 없는 상태라고 한다. 심지어 그 교육내용이 학부 4학년 컴퓨터 공학 교육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체에서 IT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는 졸업생은 매우 드물다고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은 기초적인 개발 면접도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SI 업체들로 알려진 외주 전문 IT 기업으로 취직하게 되고, 6개월 교육과정 1개 클래스에 1명 미만의 학생만 10년 후에도 개발자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이 현실이라고 언급했다. 심지어 그런 10년 차 개발자 중에서도 1년 차 개발자 경력만 10년 쌓인, 기술력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6개월 부트캠프 출신으로 10년간의 내공이 쌓인 개발자가 나오는 것은 기적이라는 것이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한다.

실제로 부트캠프에서의 교육과정은, 컴퓨터 공학과 4년 교육 콘텐츠를 하루 8시간씩 밀어 넣기 형태로 교육이 이뤄지고, 학생들은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언어의 기본 개념인 ‘OOP (Object-Oriented-Programming)’, ‘다형성(Polymorphism)’조차도 면접 중에 대답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현재 개발자 10명이 있는 IT 스타트업 대표는 “그간 약 200명 정도 면접을 본 것 같다. 이제 학원 출신은 면접 보지 말자고 개발팀 전체에서 결론을 내렸다”며, 현재 사내에 있는 개발 인원은 전원 컴퓨터 공학 및 관련 전공 전공자라고 말했다.

대학 교육과 직업 교육의 차이

4년제 대학교수들은 대학 교육과 직업 교육이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일 수밖에 없는데, “이 정책은 학교더러 학원이 되라는 것”이라며 불만을 성토했다.

해외에 AI 전문 대학을 설립해 운영 중인 국내의 모 스타트업 대표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교육품질관리 (Quality Control)에 엄청난 강조를 하고, 직업학교 교육을 하고 있으면 학부 학위가 아니라 직업학교 학위로 학위 프로그램의 이름을 강제로 변경하기까지 한다”며, 이번 교육부의 정책 개편이 대학 교육과 직업 교육의 차이를 망각한 정책이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는 해외보다 눈에 띄게 단순한 프로젝트 위주, 코드 복사 및 붙여넣기 수준의 단순 업무 위주로 IT 개발 업무가 돌아가고 있으며 이렇게 운영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로 정부 기관들이 조달청을 통해 발주하는 프로젝트들에 의존해서 수익성을 만들어 내는 국내 IT 업계의 실상을 들었다. 이렇게 IT 업계가 유지되는 구조가 6개월 단기 부트캠프를 통해 길러낸 저숙련 노동력에게 저임금을 지급하면서 속칭 ‘인력 갈아 넣기’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이번 개편안은 결국 저숙련 인력을 좀 더 많이 길러내도록 대학들을 압박하고, 프로그래밍 교육 시장의 발전을 막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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