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웹툰 시장 양분한 네이버·카카오, 현지 업계도 K-웹툰으로 ‘맞수’

전자책 수준 웹코믹, 웹툰보다 가독성↓
아마존·애플도 日 웹툰 시장 ‘출사표’
독보적 라이브러리는 여전히 카카오·네이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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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무타스

일본 웹툰 시장이 급속히 개편되는 모습이다. 기존 종이만화 중심의 사업을 전개하던 대형 만화출판사들이 속속 웹툰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이들 가운데 다수는 경쟁력 확보 방안으로 한국 웹툰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나섰다. K-웹툰 지식재산권(IP)이 일본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가운데 기존 시장에 진출해 있던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이 시장 점유율 방어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기획부터 제작까지 ‘모바일 특화’ K-웹툰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웹툰 IP 업체 크랙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일본 웹코믹 플랫폼 메챠코믹을 운영하는 아무타스(Amutus)로부터 18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를 통해 아무타스는 크랙엔터테인먼트의 지분 약 10%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설립된 크랙엔터테인먼트는 웹툰 작가 및 작품을 섭외해 오리지널 웹툰을 기획·제작하는 기업이다. 대표작으로는 ‘악마의 소원’, ‘요나의 법칙’, ‘러브짐’ 등이 있으며, 네이버웹툰과 리디를 비롯한 다수의 플랫폼에 작품을 연재하고 있다.

아무타스가 운영하는 메챠코믹은 일본 내 최대 규모의 웹코믹 플랫폼이다. 소년점프, 매거진포켓 등 대형 만화출판사가 론칭한 앱을 제외하면 웹코믹 플랫폼 업계에서는 가장 많은 이용자를 자랑한다. 웹코믹은 기존 출판용 만화를 웹 기반 전자책으로 변환해 서비스하는 것으로, 세로로 긴 형태가 주를 이루는 스마트폰을 사용해 읽을 때는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챠코믹이 한국 웹툰 IP 기업과 협업에 나선 것은 일본 시장 내 한국 웹툰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데 따른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일본 웹툰 시장에서 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플랫폼 라인망가와 픽코마는 각각 우리 기업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이 운영하는 서비스로, 2020년 이후 줄곧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일본 웹툰 이용자들은 한국 작품의 독창성과 다양성은 물론, 독자 친화적인 화면 구성, 전 페이지 채색 등을 장점으로 꼽았다.

이번 전략적 투자를 기반으로 메챠코믹은 모바일 환경에 적합한 웹툰 IP를 한층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무타스는 크랙엔터테인먼트에 앞서 웹툰 팬커뮤니티 서비스 ‘숄더’ 운영사 비랩트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바 있으며, 여성향 웹툰 플랫폼 피너툰을 그룹 회사로 편입하는 등 한국 웹툰 IP 기업들과의 협업을 활발히 진행해 왔다.

한국 작품에 대한 일본 웹툰 업계의 관심과 투자는 비단 아무타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 최대 캐릭터 비즈니스 기업 반다이는 우리 기업인 와이랩 스튜디오 일본 지사에 15억원을 투자한 바 있으며, 아마존은 일본에서 ‘플립툰’이라는 이름의 웹툰 플랫폼을 론칭하며 국내 제작사인 키다리스튜디오, 레진엔터테인먼트의 작품을 공급받았다. 이 외에도 라쿠텐, 애플 등이 웹툰 시장에 진출하며 한국 작품 독점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웹툰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오랜 시간 세계 최대 만화 강국으로 불렸지만, 웹툰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인 탓에 우수한 작품을 독점 제공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모바일 기기에 적합한 세로 모드와 컬러로 제작된 한국 웹툰 IP를 확보하기 위한 일본 기업들의 전략적 투자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바일도, 웹코믹도 韓 기업·작품이 독식

다만 이같은 노력에도 아직은 네이버의 라인망가와 카카오 픽코마가 일본 웹툰 시장을 장악한 모습이다. 특히 단일 앱으로 운영되는 픽코마는 현재 사용자 수 기준으로 일본 웹툰 시장 점유율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모바일 앱 정보 분석 기관 데이터닷에이아이에 따르면 픽코마의 지난해 2분기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000만 명을 웃돌았으며, 거래액은 250억 엔(약 2,255억원)에 달했다. 픽코마는 2021년 대원미디어 자회사 스토리작과 합작해 일본에 별도의 웹툰 스튜디오를 설립하는 등 콘텐츠 라이브러리 확대와 이를 통한 시장 점유율 방어에 힘을 쏟고 있다.

카카오보다 앞서 일본에 진출한 네이버 라인망가는 2020년 픽코마에 시장 점유율 1위를 내주긴 했지만, 전자책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며 반전의 기틀을 다졌다. 2022년 4월 소프트뱅크 그룹 계열사 이북 이니셔티브 재팬(이북재팬)을 인수한 라인망가 운영사는 야후재팬 포털과 연동해 만화 콘텐츠를 제공하며 빠르게 이용자를 되찾았다. 그 결과 불과 4개월 만인 2022년 8월 라인망가와 이북재팬 월간 통합 거래액으로 역대 최고치인 100억 엔(약 903억원)을 달성했다.

현지 업계에서는 네이버 라인망가와 카카오픽코마의 양강 체제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아마존과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연이어 일본에서 웹툰 서비스를 시작하며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들 기업이 선보인 콘텐츠 대부분이 한국 등지의 제작사에서 공수해 유통하는 작품인 만큼 라인망가나 픽코마의 방대한 라이브러리에 견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라인망가 관계자는 “우리는 작품을 유통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현지 창작자를 발굴하는 등 생태계의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실력 있는 창작자 발굴 사례를 꾸준히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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