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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벤처투자 시장 바닥 찍었는데, AI 관련 투자는 홀로 ‘활황’

지난해 벤처투자액 81억 달러, 전년 대비 12.4% 감소
특히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 위축에 업계는 고사 위기
홀로 뜨거운 AI 반도체 분야, 글로벌 뭉칫돈 쏠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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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벤처투자액이 전년(2022년) 대비 12.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이후 2년 연속 감소세로, 투자 건수와 신규 결성 벤처펀드 건수 또한 2년째 감소했다. 특히 바이오를 비롯해 IT, 유통 업종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는데 이는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산업 재편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 금액· 투자 건수 모두 2년째 감소세

20일 중소벤처기업부는 ‘2023년 국내 벤처투자 및 펀드결성 동향’을 발표했다. 해당 동향은 중기부 관할의 벤처투자회사(창투사)와 금융위원회 소관 신기술금융사업자(신기사)의 투자실적을 합산한 결과다. 중기부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액은 10조9,133억원(약 81억5,764만 달러)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벤처투자회사는 5조3,977억원, 신기사는 5조5,156억원을 기록했다. 벤처투자사는 전년 6조740억원 대비 1조3,663억원(20%), 신기사는 전년 5조7,066억원 대비 1,910억원(3.3%)으로 각각 줄었다.

지난해 투자 건수도 7,116건으로 전년 7,470건보다 4.7% 감소했다. 건별 평균 투자액은 16억7,000만원에서 15억3,0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다만 피투자기업수는 2022년 4,002개에서 지난해 4,026개로 소폭 증가했다. 피투자기업의 업력별로는 ‘7년 초과 후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액은 전년 대비 6.9% 늘어난 5조1,616억원을 기록한 반면, 3년 이하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는 전년보다 20% 감소한 2조6,808억원, 3~7년 중기 기업에 대해선 28.3% 감소한 3조709억원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벤처투자 시장의 중장기 성장을 견조하게 뒷받침할 수 있도록 벤처펀드에 대한 정책금융 마중물을 조기에 투입하고 민·관 공동펀드 조성, 신규 출자 재원 발굴 등 다각도로 투자 재원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중기부는 이를 위해 올해 모태펀드 출자 규모 9,100억원 전액을 1분기 내에 출자할 예정이며, 민·관이 함께 조성하는 ‘스타트업코리아펀드’도 민간 출자자 의견수렴 등을 조속히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국내 VC가 해외 출자자를 유치하는 데 필요한 투자경력을 쌓을 수 있게 하기 위해 모태펀드의 글로벌펀드 출자사업에서 해외 벤처캐피탈(VC)과 공동 운용하는 자펀드의 비중도 확대할 계획이다.

바이오·IT·유통 분야 투자 크게 꺾여

최근 5년새 벤처투자는 2019~2021년 증가세를 나타내다 2021년 이후 2년 연속 위축세를 보이고 있다. 중기부에 따르면 2019년 7조5,278억원이던 투자액은 2021년 15조9,371억원으로 크게 늘었지만 2022년 12조4,706억원으로 전년 대비 21.7%(3조4,665억원) 감소했다. 지난해에도 감소세가 이어졌으나 감소폭은 전년 대비 10%대로 좁혔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바이오, IT, 유통 관련 업종의 투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중기부에 따르면 바이오·의료, IT, 유통·서비스 업종의 투자액은 전년 대비 각 12.3%, 36.5%, 43.3%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22년 해당 업종들에 전체 투자의 70% 이상이 몰렸던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특히 바이오 관련 벤처투자의 경우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2021년에 견줘볼 때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바이오 벤처가 관심을 잃자 자금 확보가 어려워진 업계는 고사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1호 성장성 특례로 코스닥에 입성했던 셀리버리마저 자본잠식으로 인해 시장 퇴출 위기에 직면하면서 심각성이 더욱 대두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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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혹한기에도 질주 이어가는 AI 분야 

3개 업종의 투자 감소 배경으로는 다른 분야로의 성장동력 이동이 꼽힌다. 실제로 국내 벤처투자 위축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AI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열기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AI 관련 스타트업 중에서도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은 AI 반도체 분야로, 지난해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AI 반도체 전문기업 모빌린트는 지난달 200억원(약 1,494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지난 2021년 90억원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한 이후 약 3년 만에 받은 후속 투자로 누적 투자금 규모는 3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표 AI 반도체 스타트업 사피온과 퓨리오사AI도 연내 각각 시리즈 B와 시리즈 C 클로징을 앞두고 있으며, 최근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완료한 리벨리온은 기업가치 7,900억원(약 6억 달러)을 인정받아 1,700억원(약 1억2,705만 달러)의 투자금을 모집했다.

AI 스타트업에 쏠리는 투자 열기는 비단 국내에만 한정된 현상은 아니다.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AI 스타트업 투자액은 270억 달러(약 35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금이 전년 대비 30% 가까이 줄어든 1,706억 달러(약 224조1,684억원)인 것에 비춰볼 때 AI 분야에만 투자가 집중된 것을 알 수 있다.

전반적인 업계 상황과 비교하면 AI 스타트업의 투자 상승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미국 역시 IT 하드웨어와 의료 서비스, 소비재 등 대부분 기술 분야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투자액이 대폭 줄었다. 최근 경기 침체 불안과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VC를 통한 자금 조달이 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AI는 테크 분야의 유일한 한 줄기 희망이 되고 있다. 특히 기존 콘텐츠를 활용해 새로운 결과물을 만드는 생성형 AI 기술은 글로벌 대기업들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유치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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