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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인수로 테슬라 지분 대거 잃은 머스크, “지분 25% 못 받으면 AI 사업 외부로”

"25% 지분 없는 것 불편하다" 일론 머스크, 지분 확보 필요성 주장
트위터 인수전 이후 지분 13%까지 감소, 정작 X는 '위태위태'
미래 먹거리 AI 앞세워 협상 나선 머스크, 업계 '알트만 퇴출' 연상
일론머스크_테슬라_20240118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추가적인 테슬라 지분 확보를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15일(현지시간) 머스크는 본인의 소셜네트워크 X(옛 트위터) 계정에 “25%의 투표권 없이 테슬라를 인공지능(AI) 및 로봇공학 분야의 리더로 성장시키는 것이 불편하다”며 “지분을 확보할 수 없다면 나는 테슬라가 아닌 곳에서 (AI) 제품을 만드는 것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2022년 X 인수로 대규모 지분을 잃어버린 가운데, 테슬라의 미래 먹거리인 AI 사업을 앞세워 추가 지분 확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머스크, AI 사업 언급하며 추가 지분 요구

지난해 3분기 테슬라의 마지막 재무 보고에 따르면, 머스크는 테슬라 지분의 약 13%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 보통주 31억9,000만 주 중 4억1,100만 주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머스크는 X 게시글을 통해 “(현재 지분은)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는 되지만, 결정을 뒤집기에는 부족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지분 확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테슬라 외 기업에서 AI 신제품을 개발하겠다는 엄포까지 놨다.

머스크는 지난 2021년 테슬라의 첫 AI 데이 행사에서 “테슬라는 단순한 전기차 제조 회사가 아니라 AI 분야의 선두 주자임을 보여주고자 한다”며 관련 사업 확대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현재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개발 중이며, 도조(dojo) 슈퍼컴퓨터 프로젝트에도 10억 달러(약 1조3,300억원) 이상을 투입한 상태다. 사실상 머스크는 테슬라가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던 AI 사업을 ‘인질’로 삼은 셈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머스크의 지분이 손쉽게 확대될 수는 없을 것이라 본다. 현재 상당수의 주주가 머스크에게 반감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 주주들은 지난 2018년 머스크가 받은 급여가 과도하다고 판단, 이를 승인한 이사회를 신탁 의무 위반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테슬라 주주인 투자회사 ‘퍼스트 아메리칸 트러스트’의 제리 브라크먼 사장이 머스크의 반유대주의 행보를 근거로 이사회에 그의 정직을 요구하기도 했다.

자신만만하던 인수전, 결국 X도 테슬라도 놓쳤다

머스크의 지분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22년부터다. 당시 머스크는 440억 달러(약 59조원)에 달하는 트위터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해 테슬라 주식을 대거 매각하면서다. 첫 매각은 2022년 4월로, 매각 규모는 약 80억 달러(약 10조9,000억원) 수준이었다. 당시 머스크는 “더 이상의 매각 계획은 없다”고 공언했으나, 이후 8월 70억 달러(약 9조5,000억원), 11월 39억5,000만 달러(약 5조4,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추가로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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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매각은 2022년 12월 35억8,000만 달러(약 4조7,000억원) 규모였다. 이후 머스크의 테슬라 지분은 13.4%까지 낮아졌다. 테슬라 내 영향력 약화를 우려해 지분 매각을 꺼리던 머스크가 일종의 ‘도박’을 건 셈이다. 하지만 머스크 인수 이후 X의 운영 상황은 썩 녹록지 않다. 머스크의 ‘반유대주의 논란’이 트위터의 주요 수입원인 광고 사업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인수 후 상장폐지 절차를 밟아 X의 분기별 실적을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거대한 악재가 닥쳤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머스크의 반유대주의 행보 이후 넷플릭스(300만 달러), 에어비앤비(100만 달러), 우버(80만 달러) 등의 주요 고객이 X 내 광고를 철수했다. 이외로도 IBM, 애플, 디즈니, 코카콜라, 마이크로소프트 등 200개 업체가 X로부터 등을 돌렸다. 뉴욕타임스는 이들 기업 중 100곳 이상은 이미 광고를 끊었으며, 수십 곳은 광고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X는 지난달 가짜 뉴스 유통 명목으로 EU(유럽연합) 디지털서비스법(DSA)의 최초 공식 조사 대상으로 선정, 본격적인 ‘규제 레이더망’에 들기도 했다.

‘AI 기술’ 앞세운 협상, 순순히 먹혀들까

X의 성장세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머스크는 뒤늦게 지분 회복을 주장하고 나섰다. AI를 앞세운 머스크의 돌발 발언으로 시장 전반이 술렁이는 한편, 일각에서는 AI 사업이 ‘인질’이 된 현 상황을 보고 오픈AI의 샘 알트만 퇴출 사태를 연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오픈AI 이사회는 지난 17일 ‘경영 능력을 확신할 수 없고, 소통에 솔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알트만의 해임을 결정한 바 있다. 대주주인 MS마저 발표 직전에야 소식을 접할 만큼 갑작스러운 해고였다.

이사회의 해임 발표에 오픈AI 직원들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알트만과 공동창업자인 그렉 브룩먼이 새로운 AI 연구팀을 이끌기 위해 MS에 합류할 것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이들과 함께 MS로 이직하겠다는 직원들이 줄줄이 엄포를 놓기도 했다. 대주주인 MS마저 MS 이직 의사를 밝힌 오픈AI 직원들을 기꺼이 수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오픈AI는 순식간에 귀한 AI 전문 인력들을 통째로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결국 이사회는 닷새 만에 뜻을 꺾고 이사회의 부분적 재구성 및 알트만의 CEO직 복귀 소식을 전했다. 핵심 인력·사업을 앞세운 협상을 가장한 ‘협박’의 효과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전례인 셈이다. 머스크는 이미 지난해 AI 스타트업 ‘x.AI’를 공식 출범한 상태다. 지난달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최대 10억 달러 규모의 x.AI 주식 투자자 모집을 신고하기도 했다. 실제 테슬라의 AI의 사업을 이전할 ‘외부’ 기반이 마련된 가운데, 업계는 차후 갈등 상황 변화에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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