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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스타트업이 ‘공룡 엔비디아’의 상대가 될까?

'반도체 골리앗' 엔비디아,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 90%
MS,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 앞다퉈 차세대 반도체 출시
AI 반도체 스타트업들, 거대기업에 맞서 혁신기술로 승부

최근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의 시스템 반도체 설계업체 엔비디아(Nvidia)가 점유율 90%를 차지하며 독주하고 있다. 생성형 AI 프로그램의 신경망 훈련을 가속화하는 하드웨어를 독점 공급하면서 거대언어모델(LLM)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올해 6월 반도체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300조원)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스타트업과 테크기업들은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이 ‘반도체 골리앗’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과 경쟁

최근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은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특정 산업이나 제품에 특화된 고성능 맞춤형 반도체 설계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투자 전문가들은 스타트업 등 신생기업이 엔비디아에 맞서기는 어렵겠지만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는 맞춤형 반도체를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에 소재한 벤처캐피탈(VC) ‘럭스캐피탈(Lux Capital)’의 파트너인 그레이스 이스포드(Grace Isford)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는 가장 영향력 있는 존재지만 맞춤형 반도체 부문에서는 엔비디아가 아닌 다른 플레이어들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0년 1분기~2023년 3분기 AI 반도체 부문 VC 투자 현황(2023.9.30. 기준), 주: 거래액(네이비), 거래 건수(민트)/출처=PitchBook

사실 지난해 11월 챗GPT 출시와 함께 촉발된 생성형 AI 열풍이 바로 AI 반도체 부문의 투자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3분기 AI 반도체 VC들은 26건의 거래를 통해 총 8억1,000만 달러(약 1조400원)의 투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지난 2021년 기록한 AI 반도체 부문 역대 최대 투자금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다만 생성형 AI 프로그램의 성능과 기술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총 거래 건수는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 피치북의 애널리스트 브렌든 버크(Brendan Burke)는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은 엔비디아와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생성형 AI 시장에서 상업적 견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특화된 LLM 기술을 기반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I 클라우드 컴퓨팅, 소형 칩 등 틈새시장 공략해야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은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유수의 빅테크 기업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최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텐서처리장치(TPU)를 출시하고 있는데 TPU는 엔비디아의 GPU보다 성능은 뛰어나면서 전력 소모가 적어 차세대 반도체로 불린다.

AI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은 AI 반도체 스타트업이 공략할 수 있는 분야다. AI 클라우드 컴퓨팅은 인터넷을 통해 원격으로 컴퓨팅 자원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도체 기술로 주로 데이터센터를 구동하는 데 사용된다. 지난 9월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칩렛 기술 전문 스타트업 디-매트릭스(D-Matrix)는 시리즈 B 펀딩 라운드에서 1억1,000만 달러(약 1,500억원)을 조달했다. 당시 펀딩 라운드는 싱가포르의 국부펀드 테마섹(Temasek)이 주도했으며 MS와 삼성벤처투자가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디-매트릭스는 AI 컴퓨터 코드를 보다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디지털 인메모리 컴퓨팅 칩을 공급하는데, 이 기술은 생성형 AI 프로그램이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더 적은 전력을 소모하게 함으로써 데이터센터의 작업 부하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중국의 스타트업들도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기반으로 AI 반도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반도체 굴기’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토대로 성장한 중국의 스타트업들은 최근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등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엔플레임 테크놀로지(Enflame Technology)는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설계 기업으로 지난 9월 시리즈 D 펀딩 라운드를 통해 텐센트, 골든 파트너스 캐피탈 등 투자자로부터 200억 위안(약 3조6,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일부 스타트업들은 소비자용 스마트 기기에 탑재되는 소형 칩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MS의 VC 자회사인 M12가 투자한 신티안트(Syntiant)는 엣지 컴퓨팅을 위한 딥러닝 솔루션을 제공하는 AI 반도체 스타트업으로, 딥러닝과 반도체 설계를 결합해 보청기, 무선 이어폰, 스마트 스피커에서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초저전력 고성능 엣지 AI 칩을 생산한다.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초 시리즈 C1 펀딩 라운드를 통해 대규모 투자금을 확보한 신티안트는 최근 기업가치가 4억5,600만 달러(약 6,000억원) 수준까지 성장했다.

퓨어 플레이(pure-play) 스타트업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8월 캐나다의 AI 반도체 팹리스 스타트업 텐스토렌트(Tenstorrent)는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카탈리스트펀드(SCF)가 주도한 1억 달러(약 1,3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 이어 지난 9월에는 미국의 AI 반도체 스타트업 크네론(Kneron)이 호라이즌 벤처스(Horizons Ventures)와 퀄컴 벤처스(Qualcomm Ventures)가 주도한 시리즈 B 펀딩 라운드를 통해 9,7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조성했다. 버크 애널리스트는 “향후 생성형 AI가 모든 스마트 기기에 탑재될 것”이라며 “전략적 투자자들은 엔비디아와 경쟁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업에 투자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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