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결국 낸드값 10% 인상, 감산에도 수익성 확보 어려웠나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2차 감산에 이어 가격 10% 인상까지 결정 내년 이후 흑자전환 시기 6개월 이상 앞당길 것이라는 목표 감산 기간 공정 전환에도 속도 내는 중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 가격을 최소 10% 이상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가격 정상화 전략을 추진해 낸드플래시 사업의 반전을 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상반기에 하반기부터 감산 정책을 발표한 바 있어 이번 가격 인상도 수익성 확보를 위한 고민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12나노급 16Gb DDR5 D램/사진=삼성전자

올 상반기부터는 감산 선택, 하반기부터는 가격 인상

삼성전자는 올해 1월 웨이퍼 투입을 자연적으로 조절하는 ‘사실상 감산’을 선언했고, 4월에는 웨이퍼 투입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인위적 감산’ 기조를 밝힌 바 있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하반기 들어서는 감산 폭이 더 확대되고 있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하반기 D램 30%,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40%까지 감산 폭이 확대될 것으로 추정한다.

이번 가격 인상 결정도 수익성 타개를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D램의 경우 올 상반기 감산에 들어간 이후 조금씩 가격 반등세를 보이고 있어 가격 개입의 여지가 적은 반면, 낸드플래시 제품들은 여전히 가격 반등이 요원한 상황이다. 올 초 챗GPT에 대한 관심이 집중됨에 따라 서버 기업들의 D램 및 낸드플래시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예상보다 하드웨어에 대한 요구도가 높지 않아 서버 수요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던 것이 2차례에 걸친 감산의 주원인이었다는 설명이다.

즉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걸어온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올해에도 회복세를 보이지 않자, 감산과 더불어 인위적인 가격 인상이라는 방침을 꺼내든 것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 시장 수요가 회복될 경우 낸드플래시 수익성 개선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마이크론도 지난 8월 도이치뱅크 기술 컨퍼런스에서 “(낸드) 재고 수준과 가격이 안정화되기 시작했다”며 “(업계의) 감산 기조가 유지되고 수요가 확대된다는 가정하에 하반기에는 가격결정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전경/사진=삼성전자

감산 규모 확대로 재고 소진, 내년부터는 가격 모멘텀 있을 것 전망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 8월 낸드 시장 분석보고서를 통해 “최근 주요 낸드 공급업체들이 중국 모듈 제조업체와 협상을 통해 낸드 웨이퍼 계약가격을 높였다”며 “이에 따라 낸드 현물가 올랐다”고 밝혔다. 트렌드포스는 낸드 계약가를 인상한 업체명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일 것으로 예상했고, 이달 들어 삼성전자가 가격 인상을 공식화한 것이다.

국내 메모리 업계 관계자는 “낸드 산업에서 상당한 수준의 감산이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 업계 분위기는 감산 규모를 키워서 재고 소진을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모인 것 같다. 감산 움직임이 지속된다면 향후 IT 기기 수요가 살아날 경우에 가격이 빠르게 반등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업계에서는 낸드 공급 과잉이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해 왔다. 낸드 수요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고 기대됐던 중국 봉쇄 해제와 ‘618 쇼핑축제’ 등의 효과가 미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보다 조기 인상이 결정된 것을 두고 관계자들은 시장 수요 부족을 원인으로 꼽는다. 낸드 최대 수요처인 스마트폰 출하량은 5억2,200만 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3.3% 감소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기업들의 낸드 재고 수준은 18~20주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적정 재고 수준인 5~6주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미 감산에 들어간 만큼, 재고 물량을 저가 소진하기보다 가격 인상을 통해 재고 손실 처리를 늦추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감산 중 공정 전환에 힘쓰는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8월부터 평택 P1 낸드 라인 일부를 가동 중지하고 238단 공정 전환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산이 장기화되는 만큼,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공정 전환을 이번 기회에 진행해 가격이 회복되는 내년 이후를 노리는 전략이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의 낸드 감산량을 올해 4분기까지 최대 3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분기 감산량은 25% 수준이었다.

KB증권은 5일 삼성전자에 대해 “4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을 동시에 인상하고,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흑자전환 시기가 예상보다 6개월 이상 앞당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3분기 잠정 실적 발표가 주가 반등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도 추정됐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에 4분기 DRAM과 NAND에 대해 두 자릿수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추정돼 4분기 DRAM, NAND 가격은 2021년 3분기 이후 2년 만에 동시 반등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10월 다음 주 예정인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실적 발표가 투자자들에게 실적 바닥을 인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주가 반등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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