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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1년 내 상환 예정 전세보증금 300조원, 역대 최대규모 예상

1년 내 상환 보증금 300조원 중 77.3% 수도권에 집중 1분기 주택담보대출의 40% 규모, ‘역월세’내는 집주인도 등장 최대 30% 전세가 하락에 하반기들어 대출 손바뀜 시장 커질 듯

지난 7일간 ‘전세보증금’ 관련 키워드 클라우드/출처=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

반포동의 ‘대장아파트’로 불리는 X아파트 브랜드에 지난 2021년 하반기에 전세로 입주한 A씨는 전세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을 보고 신규 계약을 위해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인근 반포주공1단지의 재건축으로 이사를 나오던 당시, 이주자 지원 대출액 10억원을 포함해 18억원에 전세 입주했던 탓에 최근 이자율 상승에 따라 부담이 커진 상황이나, 집주인은 전세금을 돌려주는 대신 이자 보전을 위해 거꾸로 월세를 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른바 ‘역월세’다.

국토교통부 신고 임대 실거래가, 단위: 조원/출처=직방

1년 안에 세입자에게 돌아갈 전세보증금, 2011년 이래 최대 규모

19일 직방이 전국의 전세계약기간(2년)에 맞춰 분석한 결과 올 하반기에 계약이 만료될 예정인 2021년 하반기 전국 주택전세거래 총액은 149조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내년 상반기에 계약 만료가 예정된 2022년 상반기 전세거래 총액 153조900억원을 더하면 향후 1년 동안 전국의 전세계약 만료에 따른 보증금 반환액은 300조원을 넘어선다. 지난 2011년에 자료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2021년 하반기까지 이어졌던 반포동 일대의 재건축으로 최대 30조원 규모의 이주자 대출이 풀렸고, 그중 대부분이 인근 아파트의 전세금으로 들어갔을 것으로 추측한다. 반포주공1단지에서 20년간 부동산 업을 했다는 B씨는 사무실을 이전하던 2021년 하반기에 고액의 월세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입지가 좋은 인근 지역 상가를 구하기 힘들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아파트들은 더 사정이 안 좋았다고 답했다. 자녀들의 통학 및 출퇴근 등을 고려해 인근으로 이사하던 주민 중 일부는 동작구 사당동이나 흑석동, 상도동 등으로 이주했고, 덕분에 인근 지역의 전세가액도 덩달아 뛰었다.

서울에 118조, 경기도에 99조, 수도권 전체는 233조원

시·도별로 향후 1년 동안 전세계약이 만료되는 전세보증금 총액은 서울이 118조6,800억원으로 가장 많고, 경기도 98조9,300억원, 인천 15조8,200억원 등 수도권에서만 233조4,300억원(77.3%)이 집중된 상황이다. 즉 300조원 중 무려 80%에 가까운 전세금이 수도권 아파트 및 주택에서 반환될 예정인 셈이다.

이어 부산은 12조1,700억원, 경상남도7조77억원, 울산2조8,000억원 등 부울경 권역에서 22조7,500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1년 내 만료되는 전세보증금 총액 약 300조원은 올해 1분기 가계신용대출액인 1,853억의 16%, 주택담보대출액인 750조의 40%를 넘는 규모다.

직방은 전세거래보증금 거래총액이 줄어들고,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도 2년 전에 비해 13.5% 하락한 상황을 감안할 때 전세보증금 미반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경고의 메시지를 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역월세가 더 이상 희귀한 사정이 아닌 것은 반포동 인근의 부촌에서도 마찬가지인 만큼, 집주인들의 자금 사정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으로 갈수록 전세보증금 미반환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하는 모습이다.

지난 7일간 ‘전세보증금’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출처=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

전세가격은 최대 30% 하락한 상황, 역월세로도 감당 못 하는 집주인 나올 수도

전문가들은 전세가격이 2년 전에 비해 약 15%가량 하락한 데다, 특히 서울 주요 지역에서는 하락폭이 더 큰 탓에 보증금 반환을 위한 대출 손바뀜 합계액이 수십조원에 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당시 인근 사당동으로 이주한 C씨는 2021년 9월 입주 당시에 7억4천만원의 전세보증금을 부담했으나, 재계약이 다가온 6월에 집주인과 5억원 근처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근 부동산 전문가들은 2021년 하반기와 2022년 상반기에 입주했던 전세입자들은 최대 30% 이상 가격 차이가 있는 데다, 최근 이자율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약 2배가량 늘어난 점을 미뤄볼 때, 전세입자들이 적극적으로 전세금을 깎으려 들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주 당시 5억원의 전세대출을 받은 C씨의 월 이자는 당초 120만원에서 220만원으로 뛰었다. 목표대로 9월에 2억4천만원을 돌려받아 2억원을 상환해도 3억원에 대한 월 이자가 약 130만원에 달해 2억4천만원 전액을 상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근 집주인들 중 전세금을 다른 투자처에 활용한 경우에는 결국 역월세를 감당하겠다며 전세입자와 합의하거나, 은행에서 전세자금 반환을 위한 대출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부동산 업자 B씨는 지난 한 달간 은행을 소개해 준 사례가 10건에 달한다며 집주인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시기라고 답했다.

인터넷 언론, SNS, 커뮤니티 등에서 수집된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아파트 전세 대출에 대한 문제로 ‘정부’, ‘규제’ 등의 키워드보다 ‘보증금’, ‘마련’, ‘서울’ 등의 키워드가 더 가깝게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에서는 키워드가 가깝게 등장할수록 함께 언급되는 빈도가 높아 콘텐츠를 생성하고 소비하는 관계자들이 더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설명한다. 즉 서울 지역 아파트에 전세보증금을 깔고 앉은 집주인들의 가장 큰 고민은 부동산 관련 정부 규제가 아니라 보증금 마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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