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MSS 글로벌 헬스 컨퍼런스 개최, 의료계도 챗GPT 열풍

GPT-4가 지금 수준에서도 의료 분야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문가들 3가지 걸림돌, 개인정보 보호 문제, 성능의 가변성, AI 및 데이터 과학 인재 부족 단기적으로 주로 임상 문서 자동화, 환자 참여형 어플, 수익 주기 자동화에 업계 역량 집중될 듯

사진=HIMSS

지난 4월 17일부터 21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2023 HIMSS 글로벌 헬스 컨퍼런스 & 전시회’에 모인 3만5천여 명의 의료 전문가들 사이에서 헬스케어 분야에서의 인공지능(AI)의 역할이 화두로 떠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 기업도 새로운 의료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으며, 전문가 패널은 의사의 과로나 인력 부족과 같은 업계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AI의 잠재력에 대해 논의했다.

컨퍼런스의 오프닝 기조연설에서 미국 보건의료정보관리시스템협회(HIMSS)의 CEO 할 울프(Hal Wolf)는 챗GPT에 글로벌 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물어봤다고 밝히며 토론의 서두를 열었다. 물론 농담이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글로벌 최고 의료 책임자인 데이비드 휴는 의료 산업을 변화시킬 수 있는 생성 AI의 잠재력이 실제로 “혁신적”이라고 강조했다. 휴는 관리 업무 간소화와 같이 영향력이 크고 위험도가 낮은 애플리케이션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진단 또는 환자 대상의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려면 기업, 학계, 식품의약국과 같은 연방 기관이 협력하여 새로운 기술을 연구해야 하는 만큼 규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에 휴는 의료 산업에 AI를 도입하는 것을 정지 표지판, 신호등, 도로가 없는 자동차를 도입하는 것에 비유하기도 했다.

HIMSS 컨퍼런스의 화두: 생성 AI

전 세계가 온통 챗GPT 열풍이다. 의학계도 그 열풍을 벗어나지 못했다. 복잡한 프롬프트를 기반으로 텍스트나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생성 AI는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원을 받는 OpenAI의 ‘챗GPT’ 출시와 함께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의학 논문검색 사이트 PubMed에 챗GPT 관련 연구가 첫 등장한 2022년 12월을 기점으로 4월 27일 현재, 관련 논문이 총 300건 넘게 등록됐다. 약 한 달 전 관련 연구가 140여 건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한 달 만에 2배가 넘는 연구가 쏟아져 나온 셈이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관련 연구 이후 가장 폭발적인 트렌드라고 의학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학계뿐만 아니라 의료 공급업체, 의료 시스템 리더, 투자자들이 참석한 HIMSS 컨퍼런스에서도 업계에 있어 생성 AI의 중요성과 그 파급력이 강조됐다. 이에 챗GPT와 생성 AI가 논의의 초점이 됐으며, 주요 기업들의 발표가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도 했다. 에픽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 오픈AI(Azure OpenAI) 서비스 통합을 통해 전략적 협업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환자 메시지 응답 자동화와 에픽의 슬라이서다이서의 자연어 쿼리 개선에 초점을 맞춘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의료 프로세스를 간소화하는 것이 이번 파트너십의 목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뉘앙스(Nuance)는 GPT-4를 사용하는 임상 문서 자동화 애플리케이션 Dragon Ambient eXperience(DAX) Express를 공개했다. Nuance의 기존 Dragon 제품은 약 50만 명의 의료진이 사용하는 간단한 받아쓰기 도구인 Dragon Medical One과 품질 관리 검토 및 고도의 사용자 지정 기능을 갖춘 풀서비스 앰비언트 임상 문서화 도구인 DAX였다. 한편 새로운 DAX Express 제품은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도 임상 문서 자동화를 제공한다.

생성 AI: 최첨단 원무과의 탄생

GSR Ventures의 파트너인 저스틴 노르덴은 당장 GPT-4 개발이 중단되더라도 의료 분야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료 IT에서 생성 AI의 잠재적 응용 분야에는 임상 문서 워크플로, 환자 참여, 수익 주기 자동화 등이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뛰어난 언어 이해 능력을 갖춘 GPT-4가 해당 프로세스를 크게 개선해 의료 서비스의 효율성과 환자 접근성의 혁신을 불러오리라 기대한다.

생성형 AI는 청구 처리, 결제 수금, 거부 관리와 같은 작업을 자동화하여 의료 분야의 수익 주기를 혁신할 수도 있다. 의료 서비스 제공업체는 AI를 사용하여 청구 데이터의 패턴을 분석하고 예측함으로써 문제가 확대되기 전에 잠재적인 문제를 식별하여 지불 지연 또는 거부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개선된 효율성은 보다 정확하고 시기적절한 환급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환자와 의료 서비스 제공자 모두에게 이익이다.

2016년 미국의학협회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의사들은 환자를 진료하는 시간 외에 행정 업무에 1~2시간을 추가로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유사하게 2017년 미국 의과대학협회 저널에서도 응답자들이 업무 시간의 약 24%를 행정 업무에 소비한다고 답한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의사 중 3분의 2 이상이 행정 업무가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GPT-4와 같은 생성형 AI에 의료 지식을 학습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단순한 행정 업무에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의 관리 부담을 줄이고, 전반적인 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AI를 통해 진료 예약, 처방전 발급, 청구 업무와 같은 일상적인 작업을 자동화함으로써 의료 전문가가 환자 치료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또한 AI 기반 챗봇이 환자들의 문의를 처리해 환자의 대기 시간을 단축시킬 수도 있다.

한편 GPT-4와 같은 오픈 소스 생성 AI 모델이 의료 분야를 대중화할 수 있을 것으로 많은 기대를 받고 있지만, 몇 가지 장애물이 존재한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 성능의 가변성, 최고 수준의 AI 및 데이터 과학 인재 부족으로 인해 업계에서 실행 가능한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단기적인 성공은 방문 후 예약 알림과 같은 환자 참여형 애플리케이션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한 상호운용성 문제

생성형 AI가 HIMSS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였다면 상호운용성은 가장 보편적인 주제였다. 상호운용성은 의료 산업에서 오랫동안 논의되어 온 핵심적인 주제다. 가치 기반 치료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의료 서비스 제공자와 지불자 간의 원활한 데이터 교환이 필요하며, 이는 파편화된 의료 데이터를 통합하는 FHIR(Fast Healthcare Interoperability Resources) 프로토콜을 통해 촉진되고 있다. 보건의료정보표준 플랫폼에 따르면 FHIR은 불꽃을 의미하는 Fire처럼 ‘퐈이어, [faɪə(r)]’로 발음하며, 의료정보 기술표준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기구 HL7에서 개발한 차세대 의료정보 표준 프레임 워크다. 또한 21세기 치료법(21st Century Cures Act), 신뢰 교환 프레임워크 및 공통 협약(TEFCA)등 이러한 규제는 업계가 상호 운용성을 향상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시도다.

사진=보건의료정보원

이러한 고품질 상호운용성 솔루션에 대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제공업체와 결제업체의 API 채택이 느리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상호운용성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업은 단기적으로 제한된 사용 사례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데이터 품질은 여전히 상호운용성의 핵심 문제로 남아 있다. 이에 환자의 중복 기록을 줄이고 EHR 데이터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마스터 환자 인덱스(MPI)를 제공하는 4메디카(4medica)와 같은 솔루션을 활용할 수 있다.

디지털 의료의 미래

디지털 치료기기(DTx)는 사람들이 건강 문제를 예방, 관리, 치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일종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국내 최초로 디지털 치료 기기를 승인한 바 있다. 이처럼 디지털 행동 건강 분야에서 일부 기업은 재정적 어려움 속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가상 행동 건강 스타트업 코그노아는 자폐증을 진단하는 도구를 제공하고 관련 디지털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코그노아는 자폐증 진단을 위한 온라인 툴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폐증은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단 시기를 앞당기면 좋은 예후를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 많은 보험 회사에서 자폐증 검사 및 치료를 보장하고 있으므로 디지털 진단과 치료법을 결합하는 것은 시너지 효과가 있다. 기존 의료 서비스와 연동되는 코그노아와 같은 스타트업은 더 쉽게 도입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일부 디지털 행동 건강 회사는 자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몇몇 회사는 정신 건강 관리에 대한 더 나은 접근성 제공을 통한 성공적인 시장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DTx는 보험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최근 파산한 피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의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보험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DTx 솔루션은 더 빠르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다른 자폐증 스타트업인 하이브리드 자폐증 치료 제공 업체 코르티카(Cortica)는 최근 옵텀 벤처스(Optum Ventures)가 주도한 거래에서 7,5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코르티카는 진단 및 치료 솔루션을 모두 제공한다. 코르티카의 자금 조달은 시장의 역풍에도 불구하고 가상 행동 건강에 대한 투자자들의 강력한 관심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히고 있다.

테스트-치료 모델 및 디지털 치료

DTx 또는 디지털 치료법은 디지털 치료법과 진단 도구를 결합할 수 있기 때문에 인지도 마케팅에 덜 집중할 수 있다. 이는 사람들이 이러한 치료법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검사 및 치료 모델을 만들기 위한 인센티브로 기능한다. 약물과 함께 사용하여 약물 용량을 조정하고 개선할 수 있는 디지털 치료법은 DTx 회사에게 또 다른 옵션을 제공한다.

이 옵션의 장점은 보험 회사의 보험 적용 여부 결정에 크게 의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의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디지털 치료 처방법과 같은 새로운 규정은 가상 치료 솔루션에만 집중하는 DTx 회사의 운영 방식을 바꿀 수 있으리라 기대되고 있다. 한편 검사 및 약물 치료와 같은 다른 종류의 치료와 함께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DTx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치료법을 사용하기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이리스 텔레헬스는 가상 정신과 의사를 제공하여 의료 시스템을 지원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2023년 말까지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이 계속 변화함에 따라 향후 1~2년 동안 다른 회사와 합병하거나 인수할 기회를 모색할 수도 있다. 아이리스 텔레헬스는 보험 회사나 고용주와 경쟁하는 대신 더 나은 정신 건강 서비스에 대한 수요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판매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각 환자를 유치하는 데 드는 비용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유지한다. 또한 인력의 ‘우버화(Uberization)’를 피해 정신 건강 전문가를 유지하기 위해 아이리스 텔레헬스(Iris Telehealth)는 이들을 임시직처럼 취급하지 않는다. 즉, 정규직 직원을 고용하여 특정 위치에서 특정 환자와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통해 환자에게는 더 나은 치료를 제공하고 정신 건강 전문가에게는 더 높은 만족도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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