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 빗발치는 소비자 수요에 의료계 ‘한숨’

15일부터 야간·휴일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 소비자 수요 몰렸다
급증한 주말 비대면 진료, 미비한 제도로 처방약 관련 혼란 이어져
의구심 거두지 않는 의료계, 비대면 진료 위험성 강조하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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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범사업 확대 이후 첫 휴일이었던 지난 주말, 각 플랫폼에서 비대면 진료 예약 요청이 쇄도한 것이다. 20일 비대면 진료 플랫폼 ‘나만의닥터’를 운영하는 메라키플레이스는 15일부터 주말 사이 비대면 진료 접수 건수가 전주 동기 대비 6,700% 증가한 2,000여 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잠들어 있던 소비자의 비대면 진료 수요가 입증된 가운데, 비대면 진료에 반대하는 의료계의 우려는 커져만 가고 있다.

사업 확대 후 첫 휴일, 비대면 진료 수요 몰렸다

보건복지부는 앞서 이달 15일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보완 방안을 시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6개월 이내 대면 진료를 한 적이 있는 환자의 경우 의사 판단에 따라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더해 비대면 진료를 제한 없이 허용하는 의료 취약지에 시·군·구 98곳을 추가해 그 범위를 확대했으며, 오후 6시 이후 야간이나 휴일에 한해 연령 및 진료 이력 제한 없이 비대면 진료 및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시범사업 확대 이후 돌아온 첫 주말,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는 소비자의 비대면 진료 수요가 몰렸다. 메라키플레이스 측은 “시범사업 보완 방안이 시행된 첫 주말부터 비대면 진료가 급증한 것은 현재 독감 유행과 더불어 비대면 진료에 강력한 수요를 가지고 있던 기존 사용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주말 비대면 진료가 폭증하면서 처방약 수령 관련 불만도 폭주했다. 시범사업이 일부 보완됐음에도 불구, 약 배송이 허용되지 않아 환자들이 직접 문을 연 약국을 찾아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메라키플레이스에 따르면 약국이 비대면 진료라는 이유로 약 조제를 일방적으로 거절하는 경우도 다수 발생했다. 비대면 진료가 ‘불법’이라며 조제 거부를 당한 일부 환자는 플랫폼을 상대로 환불을 요청하기도 했다. 메라키플레이스 관계자는 “나만의닥터 이용 환자들이 최대한 처방약을 잘 수령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비대면 진료 이후 약국을 찾는 데 무리가 없도록 휴일 약국, 심야 약국 안내를 실시간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 목숨으로 러시안룰렛”, 의료계 반발 이어져

비대면 진료가 ‘부활’의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의료계의 반발 역시 눈에 띄게 거세지고 있다. 의료계는 이전부터 비대면 진료가 환자와 의료기관을 위험에 몰아넣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실제 지난 9월 대한내과의사회가 회원 대상으로 실시한 비대면 진료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회원 중 60%는 비대면 진료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비대면 진료 참여율은 46%에 그쳤다.

회원들은 비대면 진료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로 ‘법적 책임에 대한 면책 조치 부재(98%)’와 ‘오진 위험 등 안전성 문제(77%)’를 지목했다(이하 복수응답). 비대면 진료 경험자 중 64.4%는 ‘(대면 진료 대비) 충분한 진료가 이뤄진 것 같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48.5%는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것 같아서 불안했다’고 평가했다. ‘오직 시진과 문진만으로 진행되는 비대면 진료는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의료계의 우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소아청소년과 의사회는 이번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를 “국민 목숨을 대상으로 러시안룰렛(총알을 1발만 장전한 후 돌아가며 방아쇠를 당기는 게임)을 하자는 것”이라고 묘사했다. 정부가 비대면 진료 거부를 종용하는 의료계에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조처하겠다는 뜻을 드러내자, 조규홍 복지부 장관 등을 협박죄와 강요죄 등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관련 제도의 미흡함이 시장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무작정 사업을 확대하기 이전에 기술적·제도적 보완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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