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플랫폼 종속’ 우려에 휘청이는 비대면 진료, 끝나지 않는 공방

'민간 플랫폼' 영향력 우려하는 의료계, 시장 혼란 및 독점 위험성 강조
금융권 등 시장 전반에서 검증된 '플랫폼 종속'의 위험성, 우려 피해 가긴 어려워
일각서는 "공공 플랫폼 필요하다" 주장, 민간 서비스 대비 실효성은 '글쎄'

‘비대면 진료 플랫폼’ 관련 논쟁이 격화하는 추세다. ‘플랫폼 종속’을 우려하는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 시장에 플랫폼 기업이 진입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의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향한 ‘규제 드라이브’도 좀처럼 멈추지 않는 양상이다. 일각에서 공공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플랫폼 업계는 “30여 개에 달하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제2의 타다’로 만들 셈이냐”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종속’ 우려

‘거대 플랫폼’이 야기하는 독점·공정성 문제는 이미 이커머스, 금융권 등 산업계 전반에서 입증된 바 있다.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 시장에서 ‘플랫폼’이 주도권을 잡을 경우 국내 보건의료체계와 약국 생태계에 2000년 의약분업 수준의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 플랫폼으로 인해 발생할 변화에 뚜렷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의료계의 가장 큰 우려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회원사 모집 형태로 의료기관과 약국을 선별 등록할 수 있는 현행 방식, 즉 비대면 진료 플랫폼 및 전자처방전에 대한 ‘표준화·개방화’ 여부다. 표준화·개방화는 환자가 전국 모든 의료기관·약국에서 진료·처방·조제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 전국 의료기관·약국을 빠짐없이 포함하기 어려울 경우, 최소한 플랫폼이 중개하는 의약품 전자처방전 전송 시스템을 표준화·개방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플랫폼이 기관을 ‘선별’할 권리를 갖게 될 경우, 일방적으로 특정 의료 기관과 약국에 지나친 특혜를 주거나 배제하는 등 의료 시장을 자유롭게 조종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 뒤흔드는 ‘플랫폼 종속’의 폐단

‘플랫폼 종속’은 비대면 진료 외 시장에서도 상당한 논쟁거리다. 일례로 금융권에서는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 증대로 금융사와 소비자가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플랫폼들이 추후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금융사 측에 높은 수수료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간 금융사들은 각 사 창구, 자체 온라인 채널 등을 통해 금융 상품을 판매해 왔다. 그러나 온라인 금융 플랫폼이 활성화하며 플랫폼을 거쳐 상품에 유입되는 고객이 늘었고, 플랫폼 수수료 지급으로 인한 불필요한 사업비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만약 플랫폼이 시장 영향력을 앞세워 중개 수수료를 인상할 경우, 금융사는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험료·대출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사와 소비자가 나란히 플랫폼에 ‘휘둘리는’ 상황이 연출되는 셈이다.

금융권 플랫폼 종속 우려를 낳은 카카오페이손해보험/사진=카카오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플랫폼 업무 위탁’ 방안 역시 종속 우려를 키웠다. 금융위는 지난 6월 핀테크 업체에 예적금 계좌의 개설 및 해지, 대출 및 어음의 할인의 심사 및 승인 등 은행 고유업무를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비금융정보를 금융사보다 더 많이 확보한 핀테크나 대형 플랫폼 기업이 은행 업무를 위탁할 경우, ‘동일 업무-동일 규제’ 원칙이 적용되지 않아 플랫폼 독점 문제가 한층 심화할 수 있다.

플랫폼이 수수료를 많이 납부한 업체의 상품을 비교·추천 서비스 상단에 노출하거나, 자체 금융사 상품을 적극 홍보하며 공정성이 훼손될 가능성도 있다. 카카오페이의 카카오페이손해보험사가 대표적인 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아직 많은 상품군을 내놓지 않은 상태지만, 차후 카카오페이가 비교·추천 서비스와 자사 보험 상품을 연계할 경우 시장 공정성이 크게 흔들릴 위험이 있다. 

‘공공 플랫폼’, 해결책 될 수 있을까

선례가 존재하는 이상 비대면 진료 플랫폼도 ‘독점’ 우려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의료 서비스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공공 플랫폼’을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복지부 소위원회에서 “비대면 진료에서 우려되는 처방전 위조, 약 오남용, 비대면을 남용하는 의사, 수가 문제 등이 모두 플랫폼에 모여있다”며 “정부가 플랫폼을 장악해야 관리·감독이 가능하다”며 정부 주도 공공 플랫폼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공급자 중심의 공공 플랫폼만으론 의료 서비스 소비자 수요를 충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반박한다. 우리나라 공공 플랫폼의 실적이 대부분 저조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2020년 출시된 실제 강원도 공공 배달 플랫폼인 ‘일단시켜’는 27억원이 투입됐지만, 이용이 저조해 지난 8월 서비스를 종료했고, 농어촌 민박 예약 플랫폼 ‘일단떠나’의 앱스토어 다운로드 건수는 1만 명을 겨우 넘어선 정도다.

플랫폼 사업의 비전문가인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들이 운영하는 ‘공공 플랫폼’과 소비자·수익 중심으로 운영되는 ‘민간 플랫폼’은 운영 기조부터가 다르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장기화하는 비대면 진료 관련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극단적으로 민간 플랫폼 사업을 규제하기보다 국민 편의와 시장 안정을 고려한 ‘타협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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