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국가 R&D에 방점 찍었지만 “여전히 눈먼 지원”

尹정부, 국가 R&D 예산 31조1,000억원 의결 기술력 강화에 초점, 하지만 변화는 없어 지지부진한 R&D 사업, 이대로 괜찮을까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정부가 국가 연구개발(R&D) 투자의 방점을 기술주권 확보에 두겠다고 밝혔다. 올해 국가 R&D 예산 31조1,000억원 중 국가전략기술 투자 예산은 4조1,000억원(13%)이다. 정부는 기술 투자 예산을 전체의 15%까지 늘려나가겠단 계획이다.

주영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9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운영위원회에서 ‘2024년도 국가연구개발 투자 방향 기준’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R&D 투자 방향성의 핵심은 기술주권 확립과 성장 기반 확충이다. 주 본부장은 “임무 중심의 전략적 투자와 적극적인 민·관 협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과 경제 도약의 기반을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며 “국가전략기술 등에 R&D 투자를 늘려나가되 국가 예산을 헛되이 쓰지 않도록 효율화할 방안을 찾을 방침이다”라고 전했다.

기술 안보화 급부상, 기술력 중요성 커져

최근 글로벌 이슈로 급부상한 것이 있다. 바로 기술 안보화 문제다. 특히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있기에 미국의 기술 안보화에 대해 더욱 중요하게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중 압박이 점차 심해지면서 미국의 대중 무역 규제가 금융제재로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첨단기술의 국산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며 자국이 지닌 기술력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할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가 국가 R&D 투자에 있어 기술주권 확립과 성장 기반 확충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 ‘기술력은 곧 안보’라는 인식이 더욱 굳건해질 전망이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들어서며 상대와 동등한 지위에 서려면 상대가 원하는 기술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글로벌 기술패권 시대를 철저히 대비하고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충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12대 국가전략기술(△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인공지능 △첨단모빌리티 △차세대원자력 △첨단바이오 △우주항공·해양 △수소 △사이버보안 △차세대통신 △첨단로봇·제조 △양자)을 선정, 관련 기술 개발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이에 부응해 창의·도전적 기초연구 지원에 나선다. ‘한계도전 R&D 프로젝트’를 추진해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고 한국연구재단 내 ‘한계도전 전략센터’도 신설한다. 추가로 R&D 사업을 이끌어나갈 책임PM(Program Manger) 직책도 만든다.

정부는 국가전략기술‧탄소중립 분야에 전략 로드맵을 수립하겠단 계획도 세웠다. 범부처 통합 예산 배분·조정을 전략기술 전 분야로 확대할 방침이다. 민·관 협력도 강화한다. 정부는 상시적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민·관 협력 예산에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민간의 의견을 정부 R&D 정책에 적극 반영토록 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범부처 플랫폼 투자 운영, 예타연계 강화, 연구시설·장비 체계화, 지출 재구조화 등을 통해 기술주권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

틀에 갇힌 방향성, 진전없는 효용성 

다만 이번에 제시된 R&D 투자 방향성은 이전과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지난해 R&D 투자 시스템 고도화 전략을 살펴보면 △R&D 지원 플랫폼 구축 △민·관 협력 강화 △임무중심형 R&D 강화 및 이에 따른 성과 창출 촉진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와 올해 전략이 다를 게 무엇이냐는 지적이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 예산 집행의 전형적인 특성에 기인한다. 매년 집행되는 정부 예산은 바로 직전 연도에 결정된다. 즉 2022년도 예산은 2021년에 집행되고, 2023년도 예산은 2022년에 집행된다. 실제 지난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후 집행된 예산도 문재인 정부 시절 결정된 사안이다. 바꿀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이유다. 몇 년에 걸친 장기 예산이 다수 집행되어 있다는 점 또한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이번 정부의 투자 방향성 수립에 있어 이전과 가장 차이 나는 점은 단연 ‘한계도전 전략센터’ 및 ‘책임PM 직책’ 신설일 것이다. R&D 사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보다 강화함으로써 헛되이 쓰이는 정부 예산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그러나 R&D 분야에 전문성이 없는 공무원이 모니터링 관리인을 맡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의미 없는 직책을 쥐여준 채 애꿎은 인력들만 괴롭히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실상 주먹구구식 정책이란 평가를 받는 이유다.

성과 미흡한 R&D 사업, 양보다는 질에 집중해야

계획성 없는 계획을 되풀이한 결과일까. 우리나라의 R&D 사업은 그 성과가 다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e-나라지표가 내놓은 기술이전율 그래프에 따르면, 공공연구기관과 대학의 기술이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보유 특허 등급으로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19개 출연연 보유 특허 중 시장에서 3년 이내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A등급은 9%에 불과했다. 이외 보통 수준의 B등급이 54%, 특허 비용조차 아까운 C등급이 23%인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기술력의 현주소다.

최근 정부는 R&D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새해 정부의 R&D 예산은 사상 최초로 30조원을 돌파했고, 관련 지원 사업도 끊임없이 쏟아지는 중이다. 그러나 질보다 양에 집중하면 결과적으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 현실을 고려 않는 눈먼 지원을 멈추고 혈세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촘촘한 정책을 수립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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