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 발전에 화이트칼라 울고, 블루칼라 웃는다

산업연구원, AI 대체 일자리 60%는 전문직종
한국은행, 국내 일자리 12%는 AI가 대체한다
AI 열풍 속 화이트칼라 대체 위기에 블루칼라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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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손가락을 이용해 달걀을 들어 옮기는 모습/사진=테슬라 유튜브 캡처

인공지능(AI)이 급속히 발전함에 따라 앞으로 한국에서 AI가 대체할 수 있는 일자리가 전체 일자리의 13%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AI가 대체할 수 있는 일자리의 절반 이상이 화이트칼라 직종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 수준이 높을수록 진가를 발휘하는 AI 앞에 화이트칼라 직군들의 위기감이 팽배한 가운데, 물리적 움직임이 불가능한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블루칼라의 주가가 높아지고 있다.

산업연구원 보고서 발간, 한국 일자리 13% AI가 대체

13일 산업연구원(KIET)이 발간한 ‘AI 시대 본격화에 대비한 산업 인력 양성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AI로 대체 가능한 국내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의 13.1%인 327만 개로 집계됐다. 산업연구원이 AI가 미래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보여주는 ‘AI 노출지수’로 대체 위험성이 큰 일자리를 추정한 결과다.

AI로 대체될 일자리가 가장 많은 산업군은 제조업(93만 개)으로 나타났다. 이어 건설업(51만 개),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46만 개), 정보통신업(41만 개) 순이었다. 제조업 내에서는 전자 부품 제조업(19만 개), 전기 장비 제조업(11만 개), 기타 기계·장비 제조업(10만 개), 화학물질·제품 제조업(9만 개) 등에서 AI 도입에 따른 일자리 소멸 여파가 클 것으로 추정됐다.

직종별로 보면 AI 대체 가능성이 높은 일자리(327만 개)의 약 60%인 196만 개는 전문직에 집중됐다. 특히 공학 및 정보통신 전문가 비중이 높은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에서만 45만 개의 전문직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건설업(43만 개)과 제조업(37만 개) 부문의 전문직 일자리 타격도 작지 않았다. 금융업에서는 일자리 소멸 위험군의 99.1%가 경영·금융 전문가 직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은 “AI의 노동 대체 양상은 과거 로봇의 생산직 일자리 대체와 매우 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산업연구원은 AI의 일자리 대체가 본격화하지 않은 현시점에서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연구원은 “AI는 새로운 직무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아 신규 창출될 직종을 전망하고 이에 요구되는 기술과 숙련도를 갖춘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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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은행도 “국내 일자리 341만 개 AI로 대체될 것”

지난해 한국은행도 이와 유사한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은 ‘AI와 노동시장 변화’를 주제로 BOK 이슈노트를 발간, AI가 지난 10년간 빠른 발전을 거듭하면서 다양한 업무에 활용되고 있는 가운데, 의사와 회계사 등 전문직도 AI에 대체될 것이라 전망했다. 한국은행이 특허 정보를 활용해 직업별 AI 노출 지수를 산출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일자리 중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큰 일자리는 341만 개로 추정된다. 이는 전체 일자리의 12% 수준이다.

직업 분류로 살펴보면, 대표적인 고소득 직업인 일반 의사(상위 1% 이내), 전문 의사(상위 7%), 회계사(상위 19%), 자산운용가(상위 19%) 등의 노출도가 높은 편이었다. AI가 비반복적, 인지적 분석 업무를 대체하면서 이들 일자리에 타격을 줄 것이란 예측이다. 임금수준과 학력수준별로 보면, 고학력·고소득 근로자일수록 AI에 더 많이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기존의 산업용 로봇이나 소프트웨어가 일자리를 대체헀던 것과 차별되는 양상이다. 해당 기술의 발전도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지만, 당시에는 반복적인 업무를 하는 저소득 일자리가 먼저 사라진 바 있다.

AI는 고용은 물론, 임금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노출 지수가 높은 일자리일수록 고용이 줄어들고 임금 상승률도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또한 AI가 도입되면서 근로자들에게는 기존과 다른 능력이 요구될 것으로 전망된다. AI가 도입돼도 STEM(과학Science·기술Technology·공학Engineering·수학Mathmatics) 기술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겠지만, 동시에 AI가 할 수 없는 사회적 기술, 팀워크 능력, 의사소통 능력과 같은 소프트스킬(soft skill)이 앞으로 더 많은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클 것이란 분석이다.

대체 가능성 낮은 직군은 ‘블루칼라’

반면 AI 일자리 잠식에서 안전한 직군으로는 블루칼라(제조·건설 등 육체노동 종사자) 직종이 거론된다. AI가 고도화하더라도, 블루칼라가 수행하는 육체노동·돌봄 등은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영국 최대 출판기업 피어슨그룹이 발표한 ‘스킬스 아웃룩’ 보고서에 따르면 회계사·행정비서 등 특정 화이트칼라(사무직) 업무의 30%는 AI가 처리 가능한 반면, 배관공 등은 작업량의 1%만 AI가 대체 가능했다.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의 중간 성격인 ‘그레이 칼라’인 요리사·소방관도 AI에 대체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에 미국에선 잘만 하면 억대 연봉을 벌 수 있는 블루칼라 직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직장 평가사이트인 글래스도어에 따르면 미국에서 마스터급 배관공은 연 9만348달러(약 1억1,700만원)를 번다. 이는 2022년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석사학위 소지자 평균 연봉(8만6,372달러)을 웃돈다. 배관공의 평균 연봉은 6만130달러로 지난해 미 대졸 초임 평균 연봉(5만8,862달러)보다 높다. 도제 훈련을 받는 ‘초짜’ 배관공도 연 5만785달러(약 6,600만원)를 받는다.

AI의 일자리 잠식뿐 아니라 고령화로 인해 젊은 노동력이 부족해진 점도 블루칼라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미 전국 제조업 협회(NAM)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제조업 분야에서 210만 명 인력 부족이 예상된다. 이에 미국 등 선진국에선 경쟁력을 갖춘 블루칼라의 임금 수준이 개선되면서 화이트칼라와의 임금 격차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영국 고용시장 최하위층에서 임금 상승률이 최상층보다 더 가팔랐다. 2016년 이후 미국에서 급여 하위 10%의 실제 주당 소득은 상위 10%에 비해 빠르게 증가했다.

이렇다 보니 미국 내에선 대졸자의 ‘메리트’가 예전만 못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조사에 따르면 2010년대 중반부터 미국 내에서 대졸자 임금 프리미엄은 감소했다. 2015년 미국 학사 학위 이상 근로자는 고졸자보다 평균 3분의 2만큼 더 많이 급여를 받았다. 4년 뒤 격차는 절반으로 줄었다. 이런 가운데 AI 기술이 발달하면 블루칼라 직종의 업무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매년 미국에서는 작업 중 270만 건의 부상 사고가 일어나며 이 과정에서 약 5,000명이 사망한다.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는 모니터링 강화에 AI가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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