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로 무장한 ‘차이나 커머스’ 침공에 국내 소상공인 ‘한숨’

알리익스프레스, 2023년 한국인 사용자 수 371만 명 증가
올해 국내 물류센터 건립 앞둬, 향후 당일배송 가능할 수도
가격에 밀리고 규제에 치이고, 위기에 몰린 국내 소상공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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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알리익스프레스

최근 ‘차이나 커머스’가 초저가 마케팅을 기치로 내세우며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28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사용자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앱은 월 평균 371만 명 증가한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로 나타났다. 중국 상거래 기업 핀둬둬의 자회사 ‘테무’는 354만 명으로 2위에 올랐다. 여기에 라이브 커머스로 무장한 틱톡샵까지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있어 국내 소상공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가격 경쟁력은 물론 빠른 배송까지, “안 살 이유가 없다” 

국내 소비자들이 중국 쇼핑앱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가격 경쟁력’이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앱에 접속해 보면 쿠팡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되는 비슷한 물품의 가격이 최소 절반에서 많게는 5분의 1 수준에 판매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심지어 동일한 제품도 절반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보조금이나 물류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초저가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간 직구의 최대 단점으로 지목됐던 ‘느린 배송’도 국내 배송사와의 협력을 통해 단축시켰다. 현재 CJ대한통운과 협업 중인 알리익스프레스는 통상 5~7일 안에 중국 제품을 한국 소비자에게 배송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마케팅·물류 강화를 위해 1,0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해는 국내 물류센터 건립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향후 배송 기간은 더 짧아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라이브 커머스를 무기로 내세운 ‘틱톡샵’의 공세까지 더해질 전망이다. 틱톡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틱톡샵은 이미 상표 출원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한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서 라이브 커머스가 주목받기 훨씬 이전부터 이를 활발히 활용했던 중국의 지난해 라이브 커머스 판매액은 1조2,700억 위안(약 236조원)으로 집계됐으며, 방송 횟수는 1억1천만 회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브 커머스 업계 주요 방송 종사자는 270만 명, 판매 상품 수도 7천만 개에 달한다.

현재 중국 라이브 커머스의 대표주자는 타오바오로, 지난 한 해 라이브 커머스로만 2,500억 위안(약 42조원)을 벌어들였다. 이 밖에도 핀둬둬, 티몰, 징동 등 여러 유명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라이브를 통해 활발한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향후 한국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중국의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들도 앞다퉈 한국 진출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셀러들 “폐업은 예견된 수순”

문제는 이같은 차이나 커머스의 침공이 국내 소상공인 업체의 실제 매출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G마켓 등 국내 이커머스 오픈마켓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중국에서 다수의 공산품들을 구매해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차이나 커머스가 국내 시장에 직접 진출하면서 가격과 배송 경쟁력 등에서 밀린 국내 소상공인들의 사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그동안 중국산 제품을 사입해 판매했던 셀러 사이에서는 ‘폐업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한 의류판매업체 대표는 “중국에서 사입해 쇼핑몰을 운영하던 곳들이 조만간 대부분 문을 닫을 것이란 얘기가 들려온다”며 알리에서 구매할 수 없는 식료품 쪽으로 전환하려는 곳들도 많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는 셀러들도 다급해진 것은 마찬가지다. 이들은 중국 직구 상품의 가격대가 너무 낮다 보니 국내 온라인몰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한 온라인 판매자는 “판매 중인 상품군의 시세를 알리에서 찾아보니 도매가보다도 낮더라”며 “최근 쇼핑몰 고객 유입률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고 한숨 쉬었다. 

중국산 제품의 KC 인증 등 상품 안전 검사 부재와 무관세 등 국내 소상공인들과의 역차별도 문제다. 네이버카페 ‘셀러오션’, ‘아프니까 사장이다’ 등에는 차이나 커머스에 위기감을 느낀 소상공인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한 셀러는 “정상적인 경로로 KC인증, 안전인증 검사 등을 거쳐 국내에 들어오는 직구 상품과 달리, 중국 쇼핑앱을 통한 중국산 제품들은 아무런 안전 검증과 관세 부과 없이 그대로 수입되면서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행법 상 국내 사업자가 해외에서 물건을 수입하는 경우B2B(기업간거래)에 해당해 KC인증 등 각종 안전 관련 규제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개인의 해외직구거래에서는 일부 유아용품, 식품 등을 제외하면 의무가 부과되지 않는다. KC인증을 취득해야 국내 유통이 가능한 전자제품은 물론, 특정 성분의 함량이 기준치를 초과하면 폐기되는 건강기능식품 등도 중국 앱에선 아무 문제없이 구매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에서는 알리에서 화장품을 구매했다가 피부가 괴사하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해당 규제는 구매액 150달러 미만에 해당하지만, 이를 초과한 품목도 관세만 부과될 뿐 미인증 제품을 걸러내는 장치는 사실상 없다. 또한 중국 쇼핑앱에서 저가에 구매해 한국에서 되파는 행위도 성행하고 있어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차이나 커머스는 엄청난 자본력으로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몸집을 키워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국내 소상공인뿐 아니라 상품 제조사, 도매상 등 국내 유통업 전반이 위기에 몰리는 상황”이라며 “국내 소상공인들의 사업 기반이 무너지지 않도록 제도적 지원과 보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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