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소부장 기업 ‘흡수’하는 韓, 벤처투자 넘어 R&D센터 설립까지

반도체 장비사 韓으로 '집결', 영향력 제고 성공하나
삼성·SK 등 대형 고객사 포진, "한국은 투자 기회의 나라"
성장하는 반도체 생태계, 일자리 창출 효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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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오스틴 캠퍼스의 모습/사진=GSC 아키텍츠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회사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가 경기도 오산에 R&D센터를 설립한다. 이미 부지 매입과 건설 허가 과정을 모두 거친 상황인 만큼 R&D센터 설립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TEL)에 이어 어플라이드, ASML 등 세계적 반도체 장비사들이 한국에 집결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영향력이 점차 넓어지는 모양새다.

어플라이드, 韓 R&D센터 설립 ‘초읽기’

알려진 바에 따르면 어플라이드는 한국 R&D센터 설립을 위해 경기도 오산 가장동 157-1번지에 위치한 1만7,938㎡(5,426평) 부지를 매입했다. 주체는 어플라이드가 국내 R&D를 위해 신설한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코리아이노베이션앤테크놀로지다. 어플라이드는 센터에서 전자빔(e빔)·식각·증착 등 반도체 장비 최소 20대 이상을 가동하고 국내에서 100명 이상의 연구 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다. 어플라이드는 지난 2022년 7월 산업통상자원부, 경기도와 한국 R&D센터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회사는 이후 한국 본사가 위치한 성남을 비롯해 용인, 수원, 화성 등 경기 지역에서 폭넓게 부지를 물색하다 최종적으로 오산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R&D센터 부지는 행정 구역상으론 오산 시내지만 지리적으로는 화성과 경계에 위치한다. 고객사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과 접근성 등 지리적 이점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결과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주요 반도체 공장과의 거리는 삼성전자 기흥공장 12㎞·화성공장 9.8㎞·평택공장 19㎞, SK하이닉스 이천공장 56㎞ 등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신규 공장이 각각 들어설 용인 첨단 반도체 국가산업단지(19㎞)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49㎞)와도 가깝다. 부지는 정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신규 택지지구 세교3지구 내 위치해 주변 도로 등도 재정비될 예정이다. 사업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다는 의미다.

어플라이드가 매입한 부지는 기존 건축물이 철거된 곳이라 기반 공사 등만 거치면 바로 공사를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미 건축 허가까지 받은 상태이니만큼 R&D센터 착공은 초읽기에 들어섰다. 어플라이드가 센터를 가동하게 되면 한국에서 연구개발을 수행하게 돼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최신 장비는 물론 아직 출시되지 않은 신장비까지 한국에서 테스트하고 반도체 개발에 활용할 수 있어 차세대 공정 기술과 제품 개발에 유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투자 및 R&D 인력 채용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어플라이드가 R&D를 세우면 이미 센터를 운영 중인 램리서치와 TEL에 이어 최근 삼성전자와 공동연구소 설립 계획을 밝힌 ASML까지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 톱4가 모두 국내 R&D 거점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 초격차를 지속 유지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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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마크 리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 대표이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어플라이드 최첨단 R&D센터 MOU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경기도

韓에 둥지 트는 글로벌 기업들, 왜?

이처럼 글로벌 소부장 기업이 우리나라에 둥지를 틀기 시작한 데엔 국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고객사들이 다수 포진한 영향이 크다. 실제 지난 2022년 아난드 카마나바 어플라이드 해외투자 총괄 임원은 한국에 거금을 투자한 이유에 대해 “한국엔 그만큼 투자 매력도가 높은 기술과 인력을 갖춘 스타트업들이 많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 투자 기회의 나라”라고도 덧붙였다. 어플라이드 측에 따르면 어플라이드 매출의 약 22%가 한국 시장에서 나온다. 카마나바 대표는 “반도체 장비를 만들려면 부품이나 모듈 공급사가 필요한데 한국은 이런 공급 사슬도 잘 갖춰져 있다”며 “한국의 성장이 전체 생태계와 우리 회사 발전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를 검토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플라이드 외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특히 영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장비용 진공 펌프회사 에드워드가 국내 진출에 가장 적극적이다. 에드워드는 지난해 6월부터 충남 아산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진공펌프 생산 규모를 기존보다 2배 이상 늘린 신규 설비를 가동했다. 에드워드는 전체 생산량의 80%에 달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용 펌프를 한국에서 생산한다. 여기서 만들어진 제품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고객사뿐 아니라 미국 인텔과 마이크론, 대만 TSMC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업체로도 공급되니, 사실상 이 거점이 에드워드에 있어 글로벌 반도체 ‘허브’인 셈이다. 최근엔 충남 천안에 R&D 시설을 확장해 글로벌 연구 인력을 한국으로 집중시키기도 했다.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영향력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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