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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위험해” 전동킥보드에 규제 칼날 겨누는 각국, PM 업계 ‘바람 앞 촛불’

2017년부터 시장 다져온 美 전동킥보드 기업 '버드', 결국 파산
안전사고 증가로 규제 압박 강해져, 사고 소송 비용 부담까지
위험천만 '도로 위 무법자' 전동킥보드, 시장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버드-전동스쿠터_v
사진=버드

미국의 PM(개인형 이동장치)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공유 전동킥보드 기업 버드(BIRD)는 20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 연방법원에 파산법 11조(Chapter 11)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향후 90~120일 이내에 파산 절차를 마치고 자산 매각을 촉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안전사고 사례가 누적되며 각국의 PM 규제가 심화하는 가운데, PM 사업이 이대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수요 급감에 안전사고 소송까지, 무너지는 버드

2017년 미국에서 설립된 버드는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를 시작한 지 10개월 만에 22개 도시로 사업을 확대했으며, 이후 미국을 넘어 세계 각국까지 사업 반경을 넓혔다. 현재 서비스를 제공 중인 도시는 350개 이상이다. 버드는 역대 최단기간 내에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등극하며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기도 했는데, 2019년 버드가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약 25억 달러(약 3조2,588억원)에 달한다.

위기는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찾아왔다. 봉쇄 조치로 인해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급감하면서 수익성에 무시할 수 없는 타격을 입은 것이다. 2021년에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을 통해 23억 달러의 기업가치로 뉴욕 증시에 상장했지만, 이후 6개월간 주가가 90% 이상 미끄러지며 오히려 위기가 가중됐다. 버드는 결국 지난 9월 상장폐지 택하며 파산의 길로 들어섰다.

각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전동킥보드의 안전 문제 역시 버드의 발목을 잡았다. 현재 버드는 대규모 소송 비용 부담을 안고 있다. 파산 신청 서류에 따르면 버드가 피고로 판명된 소송은 자그마치 100건 이상으로, 대부분이 스쿠터를 타다가 사고를 당한 사람들의 개인 상해 청구 소송이다. 한때 편의성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도로를 휩쓸던 전동킥보드가 소송을 부르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전동킥보드 사고, 얼마나 위험하길래

전동킥보드의 위험성은 국내 사례만 살펴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현재 국내 공유 킥보드 업체에 강제로 이용자의 면허를 확인할 법적 의무는 없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지난 1월 발의 이후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기 때문이다. 제도의 허점이 고스란히 방치된 가운데, 전동킥보드 사고 발생 건수는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동킥보드 사고 건수(공유형, 개인 보유 합산)는 2018년 225건에서 △2019년 447건 △2020년 897건 △2021년 1,735건 △2022년 2,386건으로 급증했다.

전동킥보드는 바퀴가 작고 진동과 충격에 취약한 구조인 데다, 흔들리거나 쓰러지면 머리를 먼저 부딪치기 쉽다. 속도를 늦추기가 어렵고 완충 장치가 없다 보니 사고 시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와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의 ‘전동킥보드 최고 주행 속도 하향 필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시속 20km 이상으로 주행 중 사고가 발생할 경우 킥보드에 가해지는 충격은 자전거의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속 25km 주행 중 충돌 시 전동킥보드에 가해지는 충격은 905kgf(킬로그램힘)로 자전거(392kgf)의 2.3배에 달했다. 국내 전동킥보드 사고 사망자 수도 2018년 4명에서 2022년 26명까지 대폭 증가했다. 현행 제도 하에서 전동킥보드는 단순 부상을 넘어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교통수단인 셈이다.

전동스쿠터_V
사진=unsplash

“사고 막아라” 규제 압박에 흔들리는 PM 업계

이처럼 전동킥보드는 안전사고 위험이 큰 교통수단으로 여겨진다. 이에 세계 각국 정부는 전동킥보드 규제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경우 국민투표에서 유권자의 약 90%가 전동킥보드 서비스 금지에 찬성,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 자체가 금지됐다. 캐나다·영국 등 여타 주요국 역시 전동킥보드 안전 규제를 강화하거나 관련 서비스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각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 압박에 쓰러지거나 위기에 놓인 기업도 적지 않다. 독일의 전동킥보드 스타트업 티어 모빌리티는 지난달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의 22%를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으로 벌써 3번째 정리해고다. ‘전기자전거계의 테슬라’라는 평가를 받던 네덜란드의 반무프는 지난 7월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버드의 경쟁사인 마이크로모빌리티닷컴(MCOM) 역시 지난 19일 나스닥 증시에서 상장 폐지됐다.

우리나라 PM 업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공유 모빌리티 플랫폼 더스윙은 최근 자사의 공유형 전동킥보드 최고속도를 25km/h에서 20km/h로 낮춘다고 밝혔다. 사고에 취약한 전동킥보드의 특성을 고려해 고속 주행을 금지한 것이다. 퍼스널 모빌리티(PM) 공유 플랫폼 지쿠(GCOO)를 운영하는 지바이크는 최근 119억원 규모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하며 생존에 성공했으나, 국내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을 뚫고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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