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 AI 품고 활주하던 ‘오라클’ 주가 추락, 클라우드 시장 열기 가라앉은 이유는?

챗GPT 열풍과 함께 날아오른 ‘오라클’, 클라우드 사업 성장 둔화로 주가 추락 생성 AI 등장 이후 ‘클라우드 산업’ 속속 베팅한 투자자들, 실상은 ‘기대 못 미쳐’ 성장세 둔화 주원인으로는 경기 침체·오픈소스 모델 등 지목돼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 오라클의 클라우드 사업 부문 실적 및 가이던스(예상 전망치)가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뒤 오라클의 주가는 12일(현지 시간) 미국 증시에서 3.5% 하락했다. 시장에 ‘생성 AI’ 열풍이 불어든 이후 주가가 빠르게 치솟았지만, 시장 기대만큼 AI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자 곧장 그 인기가 사그라드는 양상이다.

기대치 밑돈 실적, 주가 3.5% 추락

지난 8월 말 종료된 회계 1분기에 오라클은 124억5,000만 달러 (약 16조5,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주당순이익(EPS)은 1.19달러다. 월가의 매출액 예상치는 124.8억 달러, 주당순이익은 1.15달러로, 선전했다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시장이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클라우드 사업이 예상을 밑도는 성적을 받아들었다. 오라클의 해당 분기 클라우드 매출은 46억 달러(약 6조원)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여기에는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 매출 31억 달러(17% 증가),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 15억 달러(66% 증가)가 포함됐다. 가파른 매출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보이지만, 전 분기에 매출이 54%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오히려 둔화했다.

오라클의 다음 분기 가이던스 역시 시장에 실망을 안겼다. 최근 오라클은 인수한 의료 소프트웨어 업체인 서너를 제외하고는 다음 분기 클라우드 매출액이 5~7% 증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는 월가의 컨센서스인 8%를 하회하는 수치다. 실망한 투자자들은 증시에서 속속 매물을 토해내기 시작했고, 이날 매도세가 몰리며 오라클의 거래량은 전 거래일보다 208% 폭증했다.

생성 AI와 함께한 오라클의 비상

오라클의 주가는 올 들어 챗GPT발 ‘생성 AI’ 열풍을 타고 뛰어오른 바 있다. 너도나도 ‘제2의 챗GPT’를 만들기 위해 AI 모델 개발에 뛰어들며 클라우드 인프라 수요가 증가했고, 오라클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투자자 기대 역시 부풀어 오른 것이다. 실제 지난 분기(회계기준 4분기, 올 3~5월)에 오라클은 138억4,000만 달러(약 17조원)의 매출과 주당 1.67달러(약 2,145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137억3,000만 달러, 주당 1.58달러를 소폭 웃도는 수치다.

사진=unsplash

특히 당시 클라우드 인프라 부문 매출이 14억 달러(약 1조8,000억원)로 76% 증가하며 성장세를 견인했다. 업계 2위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나 3위 구글 클라우드보다 한층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시장에 눈도장을 찍은 것이다. 당시 오라클의 최대 수익원인 클라우드 서비스 및 라이선스 지원 부문의 매출은 93억7,000만 달러(약 12조4,700억원)로 23% 증가했다.

성장세에 힘입은 오라클은 캐나다 AI 스타트업 코히어와 손을 잡고 생성 AI 클라우드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MS가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와 협력, 대화형 챗봇을 위한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자사 서비스에 접목한 것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생성 AI 시장을 발판 삼아 뛰어오르겠다는 오라클의 포부가 읽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 이 같은 전략은 투자자들의 환심을 사는 데 성공했다. 오라클은 올해 들어 주가가 50%가량 뛰었다.

클라우드 사업의 성장 침체, 이유는?

클라우드 기술은 AI 기술의 중점인 ‘빅데이터’를 다루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클라우드를 이용해 방대한 데이터를 바로 저장하고, 클라우드상에 있는 컴퓨팅 파워를 빌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연산 과정과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이전, 개인이 가지고 있는 PC 효능 이상의 작업을 구현할 수 있는 셈이다. AI 개발사들은 하드웨어 격차를 좁히고, AI 프로젝트 추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클라우드를 찾는 경우가 많다. 생성 AI 열풍에 따라 클라우드 시장이 급부상했던 것 역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클라우드 수요는 시장 기대 대비 크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챗GPT로 생성 AI가 떴지만, 상품성을 갖춘 서비스는 사실상 없지 않았나. 최근 들어 발을 빼는 기업이 늘어난 것 같다”고 전했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기업이 ‘당장의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생성 AI 시장에서 철수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계에 몰린 기업들이 비싼 돈을 주고 외부 서버를 쓰는 것을 꺼리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구현된 서비스를 API로 가져다 쓸 수 있도록 하는 클라우드의 장점 역시 개방형(오픈소스) 모델에 밀리고 있다. 최근 유망 AI 스타트업과 메타 등 일부 빅테크 기업이 오픈소스 모델 개발에 힘을 싣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일반 사용자, AI 모델로 상업화된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기업 등이 AI 모델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실제 지난 2월 메타가 GPL-3 라이선스 기반의 오픈소스 모델 라마(LLaMA)를 공개한 이후 알파카(Alpaca), 비쿠냐(Vicuna) 등 다양한 후속 오픈소스 기반 모델들이 등장했다. 오픈소스 모델 등장 이후 관련 연구에 속도가 붙으며 생성 AI의 접근 장벽 역시 빠르게 낮아지는 추세다. 클라우드의 매력이 점차 흐려지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 성장세가 점차 둔화하는 가운데, 오라클은 과연 성장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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