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전문 VC ‘A16z’, 런던에 사무실 열었다?

세계 최대 VC인 a16z, 가상자산 규제 피해 런던에 사무소 열어 EU, 지난 4월에 가상자산 관련 법령 통과, 규제 피난처 찾는 기업들 늘어 미국 규제 강화로 유럽 국가들이 반사이득 얻을 수 있을지 주목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VC) 중 하나인 앤드리슨호로위츠(a16z)가 영국 런던에 사무소를 개소한다. 운용자산(AUM) 350억 달러(약 45조원)에 달하는 a16z가 해외에 지사를 설립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자산 규제를 강화하는 것과 달리 영국은 규제가 비교적 명확하고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투자 현황/출처=Pitchbook

가상자산 규제 명확한 영국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a16z는 최근 영국 런던에 첫 번째 국제사무소를 열었다. 런던 지사 설립을 통해 가상자산, 블록체인 기술, 웹3 등 신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a16z는 현재 전 세계 가상자산 스타트업에 76억 달러(약 9조6,900억원)을 투자했다.

a16z가 첫 해외지사로 영국을 택한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가 미국보다 더 명확하기 때문이다. 크리스 딕슨 a16z 창업자는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기술, 웹3 분야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명확한 규제 체계가 갖춰져야 성공할 수 있다”며 “그동안 리시 수낙 영국 총리 등 정부 당국과 논의해본 결과, 영국은 암호화폐 규제와 관련해 앞서가고 있다”고 밝혔다.

a16z 본사가 있는 미국이 가상자산 시장에 칼을 빼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5일(현지 시간) 미 SEC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를 제소하고 시가총액이 큰 가상자산 19종을 증권으로 분류하자, 업계는 분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영국은 런던을 글로벌 암호화폐 허브로 육성시키기 위해 리시 수낙 영국 총리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정책을 논의하고 있다.

a16z뿐만 아니라 2021년부터 대부분의 실리콘밸리 가상자산 기업들이 런던 사무소를 잇달아 개설하고 있다. 최근 미-중 갈등으로 글로벌 기업 분사를 결정한 세쿼이아(Sequoia)와 제너럴 캐탈리스트(General Catalyst)가 대표적인 사례다. 두 회사는 2021년 런던에 사무실을 열고 가상자산 규제가 덜한 유럽으로 이동한 기업들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왔다. 미국에서 지난해 FTX가 가상자산 규제로 폐업 수순을 밟은 데 이어 올해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가 각각 위기를 겪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a16z와 가상자산 투자

a16z는 지난 2013년부터 가상자산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왔다. 지난해 네 번째 펀드를 개설한 a16z의 가상자산 총투자 규모는 45억 달러로, 웹3 투자 금액까지 합치면 76억 달러에 달할 만큼 가상자산을 비롯한 신기술 투자에 적극적이다.

반면 시장 전체적으로는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에 대한 투자가 주춤한 추세다. 지난 2021년에 폭증했던 가상자산 투자가 2022년 하반부터 급감했고, 올해 1분기까지 4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벤처 투자 전문 저널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는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가 더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a16z는 시장 상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올 하반기까지 런던 사무실을 개설하고, 2021년부터 a16z에 합류한 스리람 크리쉬난(Sriram Krishnan)이 런던 팀을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a16z는 이미 런던에 본사를 투고 있는 분산 네트워크 기업 Gensyn과 블록체인 프로토콜 Arweave에 투자한 바 있다.

가상자산 기업들, 미국 떠나 유럽으로

전문가들은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의 주요 가상자산 스타트업들이 ‘백서’ 발행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규제가 없는 스위스에서 가상자산을 발행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 2023년 내내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규제 강화로 인해 미국 내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가 급감하면서, 규제 이민을 떠나는 기업들이 가상자산법안을 마련한 유럽의 주요 국가들로 모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4월 유럽연합(EU)은 세계 최초로 가상자산법 ‘미카(MiCA)’를 통과시켰고, 내년 6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미카는 기존 금융서비스 관련 법령의 적용을 받지 않는 가상자산의 발행 및 거래에 관한 투명성, 가상자산에 대한 공시의무, 내부자거래 규제, 발행인 자격조건 등을 상세하게 명시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 본거지를 둔 가상자산 플랫폼들이 피난처를 찾아 탈(脫)미국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EU 주요국들과 영국이 가상자산 기업들의 ‘규제 피난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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