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러진 ‘두나무’ 실적에 희비 엇갈린 두 VC, 에이티넘인베스트와 우리기술투자

두나무 비롯한 비상장기업 주가·실적 줄줄이 곤두박질, 투자 VC들 희비 엇갈려 적기에 지분 처분한 에이티넘인베스트는 웃고, 시기 놓친 우리기술투자는 4000억 적자 한동안 시장 침체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투자 시장 ‘폭탄 돌리기’ 한동안 멈출까

글로벌 경기 침체로 상장을 눈앞에 뒀던 스타트업들의 실적과 주가가 줄줄이 미끄러졌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던 VC들도 줄줄이 손실을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에이티넘인베스트와 우리기술투자의 희비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 비상장 투자로 완전히 엇갈린 모양새다. 이 두 벤처캐피탈(VC)의 운명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티넘인베스트는 700억원이 넘는 성과보수를 올렸다. 현재 청산을 진행 중인 ‘에이티넘 고성장기업투자조합'(이하 에이티넘 고성장 펀드) 덕분이다. 두나무를 주요 포트폴리오에 포함하고 있는 에이티넘 고성장 펀드는 이미 원금의 4배(402.6%)가 넘는 분배금을 LP들에게 배분했다.

반면 두나무 주식 251만 282주(지분율 7.24%)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기술투자의 2022년 영업수익은 334억원으로 전년 대비 96% 급감했다. 2021년 8,119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4,301억원의 영업적자가 됐다. 지분을 처분할 시기를 놓친 가운데 두나무 주가가 폭락하며 막대한 손실을 떠안은 것이다.

흔들리는 가상화폐 시장, 두나무 주가 폭락

두나무는 2021년 가상화폐 투자 열풍을 타고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점차 시장 열기가 위축되기 시작하자 실적과 주가가 동시에 미끄러졌다. 가상화폐 투자 ‘붐’이 일었던 2021년 54만5,000원까지 뛰었던 주가는 27일 오전 9시 기준 11만원까지 추락했으며, 20조원에 달하던 기업가치는 3조 8,514억원으로 5분의 1 수준까지 고꾸라졌다.

실적 역시 주가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2020년 1,767억에 그쳤던 두나무의 매출액은 2021년 3조7,045억원까지 불어났다. 하지만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지나간 이후 두나무의 실적은 빠르게 악화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두나무의 연결기준 누적 매출은 1조569억원, 누적 영업이익은 7,38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3%, 영업이익은 72% 급감한 수준이다. 누적 당기순이익은 3,32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4% 감소했다.

사진=서울거래비상장

세계 각국에서 통화 긴축 정책을 내놓으며 투자 시장 전반이 위축되자, 위험성이 큰 가상화폐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더해 ‘테라-루나’ 폭락 사태, 세계 3위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 등 악재가 겹치며 혼란이 한층 커졌다. 악재가 누적되며 암호화폐 투자 열기가 식자, 매출의 99%가 거래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두나무의 실적도 함께 휘청였다.

올해도 불확실한 시장 상황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화 긴축 기조 속 경기 침체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는 가운데, 두나무뿐만 아니라 상장을 앞두고 있었던 스타트업들의 주가가 줄줄이 미끄러지고 있다. 일례로 컬리는 2021년 4조에 달하는 기업가치로 2,500억원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으며, 이후 2022년 가을 약 7조원에 상장을 계획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기업가치는 8,847억원으로 2021년 대비 4분의 1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사진=서울거래비상장

두나무 투자한 VC들의 ‘희비 교차’

두나무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두나무에 투자했던 VC들의 희비가 교차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의 영업수익은 2021년 1,176억에서 2022년 1,010억으로, 영업이익은 832억에서 352억으로 각각 14.1%, 57.8% 감소했다. 펀드 포트폴리오의 기업가치를 의미하는 조합지분법이익은 2021년 966억원에서 2022년 37억원으로 미끄러졌다.

하지만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미소를 짓고 있다. 안정적인 관리보수와 700억원이 넘는 성과보수 덕분이다. 에이티넘인베스트는 2021년 164억원의 관리보수를 올린 데 이어 지난해 151억원의 관리보수를 챙겼다. ‘에이티넘 고성장기업투자조합'(이하 에이티넘 고성장 펀드)의 청산 진행으로 2021년 발생했던 지분법이익이 사라졌지만, 대신 지분 처분 수익 784억원이 ‘성과보수’로 인식됐다. 성과보수는 펀드 청산 완료 혹은 청산 전 기준 수익률을 넘은 VC가 얻게 되는 수익이다.

2014년 3월 결성된 에이티넘 고성장 펀드는 결성액이 2,030억원 규모에 달하는 대형 펀드로, 국민연금공단, 한국교직원공제회, 우정사업본부 등이 주요 출자자(LP)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에이티넘 고성장 펀드가 두나무에 초기 투자를 진행한 것은 2016년이며, 당시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500억원이었다. 하지만 에이티넘 고성장 펀드가 청산을 시작한 2021년 말,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20조원에 달했다. 펀드가 운영되는 8년 사이 가치가 400배가량 뛰어오른 것이다. LP들은 이미 원금의 4배(402.6%)가 넘는 분배금을 배분받았다.

사진=pexels

반면 에이티넘인베스트보다 1년 앞선 2015년 두나무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우리기술투자는 적절한 회수 시점을 놓쳤다. 이후 두나무 주가가 곤두박질쳤고, 우리기술투자가 보유한 두나무의 지분가치는 2021년 8,095억원에서 2022년 3,552억원으로 56.1% 급락했다. 영업수익은 8,119억원에서 334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2021년 기록한 7,935억원의 영업이익은 4,301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이 됐다. 우리기술투자는 현재 두나무 주식 251만282주(지분율 7.24%)를 보유하고 있다.

두나무 외에도 수많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기업의 기업가치 하락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에게 투자했던 VC들의 조합지분법이익은 빠르게 급감하는 추세다. 이 같은 상황에도 성공적으로 투자 수익을 올린 에이티넘인베스트의 전략은 간단했다.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기’다. 더 큰 수익을 위해 기다리는 대신, 욕심을 버리고 확실한 수익을 택한 것이다. 이때 에이티넘인베스트의 지분을 매수한 이들은 일종의 ‘폭탄 돌리기’ 게임 패배자가 됐다.

이번 사태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가상화폐 시장과 벤처기업에 낀 ‘거품’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가상화폐 시장과 투자 시장 모두가 위축되어 있는 만큼, 당분간은 시장 내에서 이 같은 위험천만한 ‘폭탄 돌리기’가 벌어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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