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턴’을 지분 확대 기회로 삼는 VC들

투자 시장 하락기, VC 지분 확대 관점에선 기회
실제 VC 지분율 중앙값 수치도 2021년 11.3%→올해 14.9%로 늘어나
한편 IPO 시장은 여전히 회복 요원, 몸값 낮춘 쉬인이 실마리 될까

투자 시장에서 다운턴(경기 하강국면)은 투자 심리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매수 측면에선 투자자에게 기업 지분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팬데믹 시기에는 가격이 급등하며 VC(벤처캐피탈)들의 투자 수요 또한 커졌고 이에 투자자들은 현재보다 작은 지분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지분 가치가 감소하면서 동일한 금액으로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멘로 벤처스(Menlo Ventures)의 파트너 매트 머피(Matt Murphy)는 “기업의 경영권 프리미엄의 가치가 내려가야 했던 시기가 있었듯이, 이제는 올라갈 시기가 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분 확대하는 VC들, 내년에도 지분율 증가 예상

이같은 추세는 통계로도 나타났다.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의 2023년 3분기 미국 VC 가치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VC는 지분율 중앙값을 저점인 2021년 11.3%에서 올해 3분기까지 14.9%로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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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2023년까지 VC 라운드 단계별 지분의 중앙값 추이(2023.9.30 기준), 주: 시드 단계(네이비), 초기 단계(민트), 후기 단계(스카이블루), 성장 투자(옐로우)/출처=Pitchbook

보고서에 따르면 이전 단계의 라운드들에서 VC들이 획득한 지분이 급격하게 늘어나진 않았지만, 올해는 투자자들이 2021년보다 각 기업에서 더 많은 지분을 획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모든 투자 라운드 단계의 지분율이 회복한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해 머피 파트너는 “더 많은 기업이 평가 가치가 낮을 때 자본을 조달하므로 내년에도 투자자들의 지분 비율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는 VC에도 긍정적인 상황이다. 낮은 가격에서 더 많은 지분을 소유할수록 향후 엑시트(투자금회수) 수익이 증가하고 전체 펀드 수익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지분을 가진 투자자일수록 경영이나 이사회에서 더 많은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다.

2년 새 VC 지원 아시아 스타트업 IPO 급감

VC의 포트폴리오 내 기업들에 대한 지분율 증가와는 달리 VC 지원 아시아 스타트업들의 기업공개(IPO) 수치는 아직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치북 보고서에 따르면 VC 지원 아시아 스타트업 IPO는 5년 전과 비교할 때 여전히 높지만, 지난 2년 동안 급격하게 감소한 모양새다. 올해 아시아 기업의 IPO는 259건으로 약 1,270억 달러(약 167조6,400억원)를 조달했고, 2021년에는 309건의 IPO를 통해 약 3,900억 달러(약 514조8,000억원)를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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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2023년까지 VC 지원 아시아 기업들 IPO 추이(2023.11.11 기준), 주: 엑시트 가치(네이비), 엑시트 건수(민트)/출처=Pitchbook

전체 IPO 시장 역시 비슷한 분위기다. 인플레이션, 주요국 통화 긴축, 지정학적 갈등 등 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지난 2018년 이후 4년 만인 2022년부터 IPO 시장이 감소세로 전환해 올해도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기준 2022년 IPO 건수는 1,333건으로 1,795억 달러(약 236조9,400억원) 규모다. 이는 2021년에 기록한 2,436건, 4,599억 달러(약 607조원)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시장 맞춰 몸값 낮춘 쉬인, 지분 확대 기회가 IPO 유인책 될까

로이터 통신을 통해 중국의 최대 패스트패션 브랜드인 쉬인(Shein)이 비공개로 미국 IPO를 신청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아시아 기업들의 상장 활동이 감소한 시점에서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번 IPO 주간사로는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가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IPO(기업공개)는 내년으로 예정됐다. 앞서 쉬인은 지난 2020년에도 미국 상장을 시도했으나 철회한 바 있다.

쉬인이 내년 IPO를 통해 얼마의 가치를 받을지 아직 예측하긴 이르다. 다만 올해 5월 20억 달러(약 2조6,400억원)를 조달할 당시 기업가치는 약 600억 달러(약 86조원)로 평가됐다. 이는 쉬인이 IPO를 통해 목표로 하는 900억 달러(약 116조원)의 기업가치보다 약 30% 할인된 금액이다.

2008년 중국에서 설립된 쉬인은 2022년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했다. 현재 주요 투자자로는 무바달라(Mubadala), 세쿼이아 차이나(Sequoia China), 제너럴 아틀란틱(General Atlantic) 등이 있다. 창립 이후 쉬인은 트렌드를 빠르게 좇는 패스트패션과 초저가 정책으로 급성장했다. 다만 노동 착취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으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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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 지원 아시아 기업 IPO 순위(2023.11.11 기준)/출처=Pitchbook

한편 쉬인이 상장한다면 VC 지원 아시아 스타트업 중 가장 큰 IPO가 될 전망이다. 올해 10억 달러(약 1조3,200억원) 이상 가치를 가진 유일한 아시아 유니콘 기업은 지난달 상장한 인도네시아 물류 스타트업 제이앤티 익스프레스(J&T Express)다. 또 다른 올해 주요 아시아 상장 기업으로는 공작기계 및 산업용 로봇 제조 전문기업 에스엠이씨(SMEC)가 있다. SMEC는 아시아 지역에서 신규 자본으로 10억 달러 이상을 조달한 유일한 기업으로, 지난 5월 상하이 시장에 상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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