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법에 연이어 반기 드는 미국, 과잉 포지티브 규제의 폐단

미국의 거센 반발 맞닥뜨린 공정거래위원회 플랫폼법
AMCHAM부터 CCIA까지 '플랫폼법 추진 재고' 요청
미국 빅테크, '한국 특유 포지티브 규제'에 불만 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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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메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등이 몸담고 있는 미국 CCIA(컴퓨터통신산업협회)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 경쟁촉진법'(플랫폼법) 재추진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사전적 규제’ 성격을 띠는 플랫폼법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것이다. CCIA는 7일 협회 홈페이지 내 성명을 통해 “한국의 플랫폼법은 혁신적인 미국 수출 기업에 차별적 부담을 부과하고 한국 내 경쟁을 해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플랫폼법, 미국 기업 차별 소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법은 시장을 좌우하는 소수의 거대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 △최혜 대우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 부당 행위를 사전 규제하는 법안이다. EU(유럽연합)의 DMA(디지털시장법)와 유사하게 플랫폼 기업에 사전적으로 족쇄를 채우는 법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플랫폼 사업자인 카카오와 네이버는 물론, △애플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도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플랫폼법 규제 반경에 들 가능성이 큰 미국 측은 즉시 반발했다. 지난 1월 미국상공회의소(AMCHAM)는 찰스 프리먼 아시아 담당 부회장 명의의 성명에서 “미국상공회의소는 플랫폼 규제를 서둘러 통과시키려는 듯한 한국에 대해 우려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정부가 법안의 전체 조문을 공개하고, 미국 재계와 미국 정부 등 주요 이해관계자와 논의할 충분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불만을 제기한 미국상공회의소는 미국 최대 경제 단체이자 미국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로, 산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해 미국의 정책·입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CCIA의 주장 역시 미국상공회의소와 유사한 결을 띤다. 조나단 맥헤일 CCIA 디지털 무역 담당 부사장은 “특정 기업을 사전 지정해 해당 기업에 임의적이고 차별적인 부담을 초래할 수 있는 방안(플랫폼법)을 한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고 발언, 플랫폼법이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명확한 규제 기준조차 밝히지 않고 무작정 미국 빅테크 기업에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는 한국 정부에 경고의 뜻을 전달한 것이다.

‘포지티브 규제’의 위험성

업계는 이 같은 갈등이 무리한 ‘포지티브(positive) 규제’에서 비롯된 폐단이라고 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적으로 DMA를 모방, 공정 경쟁을 위한 규제를 넘어 기업에 ‘족쇄’를 채웠다는 지적이다. 포지티브 규제는 법률과 정책을 통해 허용되는 것들을 나열하고, 이외의 것들은 모두 허용하지 않는 규제를 의미한다. 사전적으로 규제 사항을 내걸고, 최소한의 것 외 모든 사항을 금지하는 엄격한 규제 방법인 셈이다.

지금껏 한국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채택해 왔다. 문제는 이 같은 포지티브 규제가 과감한 도전·혁신을 중시하는 신산업 분야에서 기업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로 작용해 왔다는 점이다. 세계 각국이 네거티브 규제(법률과 정책에서 금지된 것 외 모든 것을 허용하는 규제)를 앞세워 신산업 기술 패권을 확보하는 사이, 국내 기업들은 포지티브 규제의 장벽에 부딪혀 수많은 도전을 포기해야만 했다.

이에 정부는 핵심 선도사업 등에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유예해 주는 규제 샌드박스(sand box) 제도 등을 앞세워 구조 개선을 추진했으나, 뚜렷한 시장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업계는 플랫폼법이 한국 시장 특유의 과잉 포지티브 규제며, 잘못된 구조를 고착화하는 ‘악수(惡手)’라고 지적한다. 네거티브 규제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미국 시장에 근거 없는 포지티브 규제를 주장할 경우, 차후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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