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예비심사 철회한 ‘피노바이오’, 바이오 ‘버블 붕괴’ 영향인가

"9개월이나 심사 밀렸다" 피노바이오, 결국 상장예비심사 철회
파두 사태 등 변수로 심사 연달아 지연, 그동안 기업가치 변해
'코로나 거품' 붕괴하는 제약·바이오 시장, 기업가치 하락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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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약물 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 플랫폼 전문 바이오텍 기업 피노바이오가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철회했다고 13일 밝혔다. 지난해 5월 상장예비심사 청구 후 ‘파두 사태’ 등 대내외 변수로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가치 평가절하 리스크를 고려해 철회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소식을 접한 업계는 이어지는 고금리 기조로 바이오 분야의 ‘거품’이 빠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상장예비심사 지연 등은 부수적인 이유일 뿐이며, 본질적인 상장 철회의 원인은 제약·바이오 분야 전반의 기업가치 저하에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거듭된 심사 지연으로 상장 제동

피노바이오는 암세포를 선별하는 항체에 항암 치료 약물을 결합해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차세대 치료 기술 ‘ADC’를 필두로 상장을 준비해 왔다. 지난해 1월에는 SCI평가정보와 이크레더블로부터 각각 A, BBB 등급을 받으며 기술성 평가를 통과했고, 같은 해 4월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126억원 규모의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순탄할 것만 같았던 피노바이오의 IPO에 제동이 걸린 것은 지난해 5월 심사 청구에서부터였다. 피노바이오는 심사 청구 후 9개월에 달하는 기간을 ‘대기’해야 했다. 지난해 불거진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기업 파두의 ‘뻥튀기 상장’ 논란 등 대내외 변수로 심사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피노바이오 측은 거래소 심사가 1년 가까이 지연되면서 기술성 평가 이후 진척된 R&D 성과를 적정 밸류로 반영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심사가 지연되는 동안 창출한 성과에 따라 피노바이오의 기업가치가 변했다는 의미다.

피노바이오 관계자는 “거시경제의 불확실성과 금리 인상 여파로 주식시장 전반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이라 판단했다”며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하는 대신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최적의 시점에 다시 도전하는 것이 적절하다 판단해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고금리 기조 속 벤처투자 시장이 싸늘하게 식어버린 가운데, 기업가치 평가절하 리스크를 고려해 한 발 물러섰다는 의미다.

거품 빠진 제약·바이오, 지금은 물러설 때

주목할 만한 부분은 피노바이오 외에도 수많은 제약·바이오,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상장을 철회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디지털 분자진단(PCR) 기업 ‘옵토레인’ △안면 및 바디 필러 주사제 전문 기업 ‘코루파마’ △치과질환 치료제 제조 기업 ‘하이센스바이오’ 등이 줄줄이 상장 예비심사를 철회한 바 있다. 지난해에도 △비만·당뇨 신약개발 기업 ‘글라세움’ △펩타이드 신약 기업 ‘엔솔바이오사이언스’ △3D 영상 헬스케어 기업 ‘쓰리디메디비젼’ 등 수많은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이 IPO 절차를 중단했다.

이들 기업이 줄줄이 상장을 철회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발생한 ‘바이오 버블’이 본격적으로 붕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바이오산업은 대표적인 고성장 산업으로, 금리 변화에 따라 업황이 움직이곤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저금리 상황은 바이오 스타트업이 성장하기에 최적의 환경이었던 셈이다. 중소벤처기업부·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국내 벤처투자 및 펀드결성 동향’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신규 벤처투자액의 81%(4조8,000억원)가 비대면·바이오 분야에 흘러 들어갔다.

하지만 팬데믹 상황이 마무리되고 고금리 기조가 본격화하자, 투자자들의 지갑은 속속 닫히기 시작했다. 실제 2023년 상반기 기준 바이오‧의료 벤처기업 투자 규모는 5,961억원으로 2022년 상반기(1조3,159억원) 대비 54.7% 급감한 바 있다. 수많은 바이오 분야 스타트업이 자금난에 봉착했고, 일부 기업은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기술 개발에 성공한 뒤 자금 부족으로 사업화 위기를 겪는 시기)’을 넘지 못한 채 유동성 위기에 휘말렸다. 바이오 부문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눈에 띄게 낮아진 현시점, 피노바이오가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할 이유는 사실상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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