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검색 전문 스타트업 ‘엘박스’, 시리즈B 180억 뭉칫돈 유치

판례 검색 전문 서비스 ‘로박스’, 180억 시리즈B투자 유치 단순 판결문 검색 서비스에서 ‘인공지능 기반’으로 진화 미국 리걸테크 회사들 대비 아직 태동기, 성장 여지 아직 충분

사진=엘박스

판결문 검색 서비스를 운영하는 엘박스(LBox)가 18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투자에는 SV인베스트먼트, KB인베스트먼트, 한국산업은행, 다올인베스트먼트, 아주IB투자,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가 참여했다. 다음달 추가 투자유치를 추진하고 있어 시리즈B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2019년 설립된 엘박스는 전국 각급 법원 판결문부터 뉴스, 참고문헌에 이르기까지 일괄적으로 검색할 수 있는 법률 데이터 검색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5년간 기업 전문 변호사로 근무했던 이진 대표가 창업했다. 엘박스는 177만건 이상의 판결문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전체 변호사의 3분의 1이 넘는 11,000여 명의 변호사가 이용 중이다.

이진 엘박스 대표는 “법률정보를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에게 원하는 법률정보를 최적의 형태로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달성할 것”이라며 “이번 투자를 통해 혁신 서비스를 만들어갈 우수한 동료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영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탁근 SV인베스트먼트 상무는 “엘박스는 데이터에 기반한 리걸테크 스타트업으로서 법률 시장의 혁신을 주도하는 플랫폼으로 성장 가능하다”며 “향후 B2C를 넘어 리걸 파이낸스(Legal Finance)까지 비즈니스 확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례 검색’ 키워드 검색 결과물/사진=구글 검색

판결문 검색 서비스, 이미 법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아닌지

변호사들은 판결문 검색 서비스가 민간에서 제공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지 되묻는다. 구글에서 ‘판례 검색’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법원과 국가법령정보센터가 먼저 나온다. 법원 통합검색에서 쉽게 판례를 검색할 수 있고, 법원에서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서비스인 만큼, 보유한 판례의 숫자는 가장 많을 수밖에 없다.

한 세무 담당 변호사에 따르면, “변호사들에게 가장 핵심적인 서비스는 유사한 판례를 얼마나 쉽고 빠르게 찾아주느냐에 달려있다”며 ”법원 판례 중 중요한 경우는 이미 변호사들 사이에서 알려진 경우가 대부분이고, 복잡한 사안에 대해 추가적인 정보를 찾아볼 때 판례집을 찾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이때 찾고 있는 사례와 유사 판례를 법원 서비스보다 더 효과적으로 찾아내 주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사진=케이스노트 홈페이지

경쟁사도 많아, 블루오션 만들어내려면 새로운 시도해야

법원의 판례 서비스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판례 검색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고, 각각이 주장하는 장점도 다르다. 케이스노트의 경우, 사건관리 기능을 통해 현재 소송 중인 사건의 진행상황을 확인하고 추적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된다. 관련 판례가 추가될 때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리걸엔진은 AI 기반의 판례 검색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인공지능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상세 사항이 알려져있지 않으나, 검색 기반의 서비스인 만큼, 인공지능 관련 전문가들은 구글 검색처럼 검색의 연관 키워드를 찾아주거나, 연관된 판례를 좀 더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는 ‘패턴 인식(Pattern Recognition)’ 알고리즘이 추가되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판례의 숫자는 177만 건이라는 엘박스보다 훨씬 더 많은 340만 건의 판례, 60만 건의 유권해석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법원부터 하급심 판례까지 원하는 판례를 찾아주는 서비스로 바람을 불러일으킨 빅케이스의 경우, 유사 판례 서비스, AI 추천 서비스 및 관련 법령 검색 기능이 추가됐다. 한 사건에 대해 다양한 법령이 연결되어 있어 변호사들도 자칫 놓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관련 법령을 꼼꼼하게 찾아줘 변호사들의 업무에 완벽성을 더해주겠다는 것이다.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예스로(YesLaw)의 경우, 해외 판례와 북한법령 등을 추가로 제공한다. 국내 판례로 한계가 있을 때, 해외 판례를 활용해 보완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만큼 변호사들 업무를 추가로 도울 수 있는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최근까지 선두업체로 알려졌던 로톡과 로앤굿보다 신규업체들이 더 많은 판례 숫자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 중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평이다.

사진=로앤컴퍼니 홈페이지

리걸테크, 나아갈 방향은? 판례 물량 경쟁에서 서비스 고급화로

해외에서는 이미 리걸테크(Legal-Tech) 사업이 한층 발전해 변호사의 상담 업무까지 일부 보완하고 있다. 리걸테크는 법(Leg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법률과 기술의 결합으로 새롭게 탄생한 서비스를 말한다. 변호사 검색, 상담 신청, 법령 검색, 업무 처리 등을 도와주는 기술로, 법률 관련 정보를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리걸테크 산업의 현황이다.

로앤컴퍼니의 법률AI연구소에 따르면, 이미 미국의 리걸테크 시장 규모는 2조원을 훌쩍 넘긴 상태다. 유니콘을 바라보는 관련 스타트업도 20여 곳이 활동 중이고, 최근에는 변호사와 프로그래머를 합성한 ‘변호그래머’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인공지능이 서면 서류를 대신 작성하고, 판결 결과와 형량 등을 예측하기도 한다.

서비스 유형도 ‘서면 자동 작성’ ‘변호사 검색 및 중개’ ‘법률 사무 관리’ ‘법률 정보 리서치’ 등으로 다양하다. 심지어 ‘AI 배심원 분석’과 같은 법률 자문 및 전략 수립이나, 우리나라엔 없는 ‘e-디스커버리 제도(전자증거 개시)’에 기반을 둔 리걸테크 업체들도 있다. 국내는 여전히 판례 숫자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이 이어지고 있어 아쉽다는 평도 뒤따른다.

투자 소식을 들은 한 변호사는 “이번에 엘박스가 거액의 투자금을 확보하게 되는 만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리걸테크 기업으로 성장해 변호사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게 되기를 바란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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