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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쓱닷컴, 오아시스, 11번가도 IPO한다고?

쏘카 이후, 적자 기업 상장에 무리한 공모가 비판 글로벌 자금 시장 경색, IPO 고민하는 기업들 쓱닷컴, 오아시스, 11번가, ‘투자 겨울’ 피할 수 있을까?

김슬아 컬리 대표/사진=컬리

상장 전후 기간 내내 체급이 안 되는데도 무리한 공모가로 상장에 도전한다는 비난에 직면했던 쏘카 이후, 벤처기업 특례에 따른 적자 기업들의 상장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지난달 22일 상장예비심사서를 통과한 컬리(Curly, 서비스명 ‘마켓컬리’)도 상장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영업 현금흐름을 놓고 봤을 때 상장을 미룰 경우 현금흐름 압박이 올 것이라는 외부의 우려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되는 가운데, 기대했던 6~7조원 수준이 아니라 2조원에도 못 미치는 상장가액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진입하는 것에 기업 내부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의 시선도 달갑지 않다. 이미 지난해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등의 사례에서 봤듯 이번 쏘카 때와 마찬가지로 무리한 공모가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흥행 실패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진=쓱, 오아시스, 11번가

상장 시점에 대한 고민

컬리의 상장을 기다리는 곳은 쓱닷컴과 오아시스, 그리고 11번가다. 이미 쓱닷컴은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오아시스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한 데다 모기업인 이마트의 지원이 있는 만큼, 영업손실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며, 오아시스는 새벽배송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올 2분기에 영억이익 71억9천만원을 기록하는 등 흑자로 돌아섰다.

SK그룹 산하의 11번가도 컬리가 상장예비심사에 들어간다는 소식에 한국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업공개(IPO)를 준비에 나섰다. 다만 2분기 영업손실이 515억원에 이르는 등 쏘카, 컬리와 같은 상황에 부닥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그룹 내에서는 ‘시점이 좋지 않다’는 우려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만 아니라 이미 5천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그룹차원에서 한 차례 보전해준 데다 올해 들어 작년 대비 영업손실이 커지고 있는 만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평에서 벗어나기 위한 내부의 고민 또한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 vs. 상장

증권업계에서는 글로벌 자금 시장 경색이 가속화함에 따라 실적 부진 기업들이 IPO를 고민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선택인가에 대한 큰 물음표가 돌아다닌다. 당장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벤처기업들에게 성장을 완전히 포기하고 대규모 감원 등 구조조정을 통해 4~5년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반대로 주가 하락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인 만큼, 최소한 3~4년 이상 하락세에 있을 주식을 투자자들에게 ‘떠넘기기’하는 것은 회사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반적으로 추가 자금 확보가 어려운 기업들은 불경기가 다가오면 대규모 감원, 사무실 이전, 복지 축소 등의 구조조정 정책을 통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여력을 기른다. 이러한 정책의 여파는 직원 급여 및 복지 축소, 사직, 업무 동력 상실 등으로 나타난다. 심한 경우 핵심 인력 상당수를 잃은 기업들이 다시 유사한 역량을 갖춘 팀을 꾸리기 위해 5년, 10년씩을 버리거나 아예 사업을 끝내는 경우도 있다.

상장을 자금 확보의 돌파구로 삼는 기업들은 쏘카의 사례에서 보듯 악화 일로를 겪던 영업 현금흐름을 일시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반면, 평판은 급격히 나빠진다. 일례로 카카오그룹의 경우 상장 후 주가가 반토막이 나자 계열사인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의 주가까지 공모가 대비 30% 미만으로 추락했다. 상장 초기 1년 만에 주가가 70% 이상 폭락하는 원인은 보통 회사 오너의 구속, 배임, 횡령 등 중요한 법적 책임에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그룹 및 유사 사례 모두 무리한 공모가 책정에 따른 자충수로 해석한다. 주가가 매일같이 움직이는 만큼, 상장사에는 기업 평판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어 기업 활동 홍보(IR, Investor Relations)에 많은 역량을 쏟아야 하기 때문에 공모가 대비 50%~70% 하락은 IR팀의 역량만으로는 회복 불가능한 악재라는 것이 증권 업계의 중론이다.

향후 이커머스에 대한 투자 전망

이커머스 업계는 지난 몇 년간 유통 업계에 혁신을 불러일으켰다. 그간 도매시장이나 대형마트, 그리고 소수의 물류 업계가 유통 이익을 독과점한 가운데, 소비 패턴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등장한 주요 이커머스 회사들이 유통 독과점을 상당히 분쇄한 바 있다.

그러나 기존 독과점을 분쇄하면서 지불해야 하는 비용도 상당했다. 아마존의 사례에서 보듯이 궁극적으로는 수익성이 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경쟁이 과열화된 현시점에 이커머스가 오아시스처럼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유통업계 관계자의 전망이다. 심지어 작은 청과상도 ‘떼다 팔기’로 이익을 보기 위해서는 몇 년간 관련 업계에서 네트워크를 쌓으며 기존 영업망에 저비용으로 침투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유통 업계의 상식이라고 한다.

컬리의 경우 매각이라는 옵션을 제외하면 상장 이외에는 다른 생존 전략이 없는 만큼 흥행 여부를 떠나 어떤 방식으로건 상장하게 되리라 전망되는 가운데, 컬리의 상장 여부와 관계없이 쓱닷컴, 오아시스, 11번가는 이번 ‘투자 겨울’을 피하리라는 것이 증권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쓱닷컴과 11번가는 거대 대기업이 뒤에서 받치고 있는 이커머스 회사들인 만큼, 되려 ‘공모가 사기’라는 악성 입소문이 돌 경우 대기업 집단 전체의 평판이 급격하게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이커머스 시장이 한 차례 정리가 된 데다 컬리의 예상상장가치가 반토막 나는 등 여러 사건을 겪은 벤처투자 업계도 당분간 이커머스 쪽 투자에 소홀해질 전망이다. 라이브 커머스 사업을 준비 중인 한 벤처기업가는 “(마케팅) 에이전시에 있으면서 라이브 커머스 사업체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 창업 준비를 했으나, 투자 유치가 어렵겠다는 생각에 다시 구직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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