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쇼크’로 증시 하락, 이창용 “금리인상 속도 안 바꿔”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 미 증시와 코스피가 주춤하면서 최근 늘어난 빚투(빚 내서 투자)에 대한 우려가 덩달아 커지고 있다. 다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 기준금리를 더 빠르게 올리지 않겠단 입장을 확고히 했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을 담보로 빚을 내 투자한 규모를 보여주는 신용공여 잔고는 지난 26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10조 1,033억 원, 코스닥 9조 1,967억 원, 종합 19조 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신용공여 잔고는 코로나19 시기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꾸준히 증가하다 미국의 긴축기조에 증시 침체기가 시작되며 다시금 줄어들었다. 코스피 하락세로 인해 반대매매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신용공여 잔고는 지난 6월 21조 원대를 기록했다 6월 16일 20조 원대로 내려앉았고, 22일 19조 원대, 27일 17조 원대까지 감소했다. 7월 12일엔 17조 7,102억 원까지 줄어들었으나, 최근에는 코스피가 회복세를 보이며 다시금 빚투가 증가했다. 지난달 19일 18조 원대를 넘어선 신용공여 잔고는 지난 10일 19조 원대까지 돌파했다.

이처럼 코스피 회복세를 기대하며 빚투가 다시 증가하는 가운데,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으로 증시가 얼어붙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파월 의장은 잭슨홀 미팅에서 예상보다 더 매파적인 발언을 하면서 시장 충격을 키웠다. 그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 잭슨홀 미팅에서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면 당분간 제약적인 정책 기조 유지가 필요하다”라며 “역사는 조기 완화 정책을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40년 만에 최고 수준에 근접한 인플레이션을 공격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우리의 도구를 강력히 사용할 것“이라며 ”중앙은행이 미국 경제에 약간의 고통을 초래할 방식으로 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전했다. 경기부양보단 물가 억제에 중점을 두겠단 입장을 확고히 하면서 금융긴축이 장기화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파월의 매파적 기조에 내달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탭이 단행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지난 28일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미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75%p 인상할 가능성이 64.0%인 것으로 나타났다. 파월 연설 이전 61%였던 것과 비교하면 3%p나 높아진 셈이다.

이에 미국 뉴욕증시는 이틀 연속 하락 마감했다. 29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84.41포인트(0.57%) 하락한 3만 2,098.99에 거래를 마감했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24.04포인트(1.02%) 내린 1만 2,017.67로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7.05포인트(0.67%) 추락한 4,030.61이었다.

국내증시에 미친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파월의 매파적 발언 이후 국내증시에서 시가총액이 50조 원 이상(코스피 42조 원·코스닥 10조 원) 증발했고, 원·달러 환율은 1,350원 선을 돌파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9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54.14포인트(2.18%) 내린 2,426.89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코스피가 글로벌 증시 대비 극도로 부진했던 지난 6월 22일(-2.74%)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다만 30일 13시 기준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19.44포인트(0.80%) 올라 2,466.33에 거래되고 있으며, 코스닥지수는 13.41포인트(1.72%) 올라 793.92에 거래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파월 의장의 발언 때문에 한국 기준금리를 더 빠르게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 못 박았다. 그는 “파월 의장의 발언은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라며 “파월 의장의 발언 하나로 한국의 통화정책을 바꾸지는 않을 예정이다.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발표한 경제 전망대로 간다면 현재 금리 인상 속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한은이 미 연준보다 빨리 금리 인하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데 대해선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 인상을 시작했지만 먼저 종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연준과 마찬가지로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벗어나 4~5%를 유지하는 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인해 한국이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없다”라며 “환율 상승을 막으려고 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거듭 역설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외환시장 움직임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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