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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동산 PF, 건설사 빠지고 캐피탈과 증권사만 부실 위험

강화 부동산 경기침체로 부동산금융 부실 우려 대두

사진=freepik

부동산 경기침체로 건설사들 부동산 PF 지급보증 기피

2008년~2010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건설사는 부동산 금융시장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지급보증에 대해 많은 부담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는 국내 경제, 특히 부동산 시장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왔는데 무엇보다 주택거래가 중단되면서 집값이 순식간에 하향세로 돌아섰고, 대규모 분양에 나섰던 민간건설업체들은 막대한 PF 대출 이자를 막지 못해 워크아웃을 신청하거나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극심한 유동성 위기를 겪어야 했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채 1년도 되지 않아 국내 굴지의 건설 명가들이 신용등급하락과 함께 무너졌으며 대표적인 사례로 ▲대주건설 ▲금호건설 ▲신동아건설 ▲풍림산업 ▲남광토건 ▲남양건설 ▲한일건설 ▲월드건설 ▲동문건설 등 건설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크고 작은 업체들이 사업 부진과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금융위기에 따른 국내 건설사들의 위기는 더욱 가속화되면서 올해에는 ▲동양건설산업 ▲진흥기업 ▲범양건영 ▲동일토건 ▲임광토건 ▲LIG건설 ▲벽산건설 등이 줄지어 추락했다.

특히, 워크아웃을 신청한 중견 건설사들과 달리 LIG건설, 진흥기업의 경우 각각 LIG그룹, 효성그룹사의 계열임에도 불구하고 사업 부진과 최소 수천억에서 1조원대 PF 대출금을 감당하지 못해 법정관리에 나서면서 시장과 업계의 충격을 안겨줬다.

건설사가 이처럼 PF 지급보증에서 발을 빼기 시작한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었다. 미분양이 발생해 시행사가 공사비를 주지 못하고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이후 사업 리스크는 건설사가 모두 떠안게 된다. 특히 2010년 이후 인천 영종과 청라, 판교 등지에서 아파트 공급 과잉으로 입주 대란이 일어날 때마다 지급보증을 한 건설사들의 피해가 컸다.

엄격해진 회계처리도 건설사가 PF 지급보증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다. 건설사의 PF 지급보증은 우발채무에 포함되며 그 내역도 상세히 공시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올해 대우건설과 현대건설, 서희건설 등에 공시 내용이 부실하다며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은행들도 과거와 달리 건설사에 PF 지급보증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증권사와 건설사가 함께 부동산 PF를 해오던 와중 건설사가 발을 뺀 것이다.

부동산 PF 급증한 캐피탈사

최근 1~2년 동안 캐피탈사들은 부동산 PF 부문을 크게 강화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전수조사를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이다. 7월 여신업계에 따르면 자산총액 기준 상위 5개 캐피탈사(현대캐피탈, KB캐피탈, 하나캐피탈, 신한캐피탈, 우리금융캐피탈) 가운데 부동산 PF 대출 잔액이 가장 많은 곳은 신한캐피탈이다.

신한캐피탈(총자산 11조8천억원)은 지난 1분기 기준 1조6,283억원으로 지난 2020년 말 8,372억원에 비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전체 여신성 자산의 17%를 차지하는 부동산 PF는 대부분 계열, 시중은행, 보험사, 증권사와 공동 참여하고 있다.

KB캐피탈(총자산 14조9천억원)의 경우 부동산 PF 대출 잔액 규모는 지난 1분기 기준으로 1조3천억원 수준이다. 올해 초 캐피탈사 등 여전업계의 PF 대출 분류 기준이 변경되면서 기존 담보대출로 분류되던 브릿지론의 일부가 PF 대출로 재분류됐다. 이에 따라 외형적으로는 부동산 PF 대출 규모가 많이 증가한 셈이다.

자산규모에서 업계 1위를 달리는 현대캐피탈(총자산 34조2천억원)의 경우 자동차 금융이 총채권의 76.1%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부동산 PF 대출 잔액도 지난 2020년 말 4천억원 규모에서 1분기 1조원을 넘어섰다. 우리금융캐피탈(총자산 11조2천억원)의 지난 2020년 말 부동산 PF 대출 잔액 규모는 5,341억원이었다. 올해 1분기에는 9,565억원으로 역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우리금융캐피탈의 자동차금융 비중은 영업자산의 30%를 차지하며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최근 부동산 PF 대출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사업 영역 확대에 따른 위험도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캐피탈사 한 관계자는 “캐피탈사의 수익 구조가 한정된 소매금융 중심에서 기업금융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한 고육지책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캐피탈사 다른 관계자는 “부동산 PF 등 투자금융 자산은 여신성 자산과 달리 회수금액과 시기를 확정하기 어렵다”면서 “최근 금리급등 등 자본시장의 변동성이 커 이익 변동성 역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PF 發 부동산금융 부실 시작돼

올해 들어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증권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급랭 시 후순위 부동산 PF·브릿지론 비중이 높은 중소형 증권사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3일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국내 24개 증권사의 부동산금융 위험노출(익스포져) 규모는 약 44조7,000억원이었다. 우발부채 28조4,000억원, 대출채권 7조2,000억원, 펀드 9조2,000억원 등이었다.

부동산 PF 가운데서도 마중물 격 자금인 브릿지론의 위험도가 더욱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브릿지론은 본 PF 전 시행사가 땅을 사고 회사를 운영할 자금을 빌려주는 단기 대출이다. 최근 공사비 인상 등으로 지방 부동산 개발 사업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본 PF로 넘어가지 못할 위험도가 증가했다는 게 한신평의 진단이다. 중형사의 경우 브릿지론에서 지방 광역시 및 기타 지방 비중이 42%, 대형사는 30% 수준이다.

김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단기자금시장의 불안이 고조되면서 PF ABCP, PF ABSTB의 롤오버 등 리파이낸싱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주요 23개 증권사의 평균 PF 신용공여액은 약 9000억원 수준이다. 특히, IB 부문 내 PF 사업 비중이 높은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4개 증권사는 1조5000억원 이상의 익스포저를 가지면서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

PF 대출 금융 리스크에 취약한 것은 증권사뿐만이 아니다. 여전채를 발행해 PF 대출 브릿지여신을 진행한 캐피탈사들도 부동산 하강 위험에 노출됐다. 한신평은 캐피탈사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자체 신용도가 열위하거나 계열의 재무적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캐피탈사는 영업자산 규모의 역성장, 일부 영업자산의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축은행 부실사태 재발 우려감도 대두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당사 신용등급을 보유한 13개 저축은행을 분석한 결과 PF 대출 합계는 올해 3월 말 4조5,000억원으로 전체 PF 대출(10조2,000억원)의 44.7%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PF 대출은 2018년 말 2조1,000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상태로 고정이하 비율은 1%대의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요주의 비율은 20% 내외로 크게 상승했다.

김 연구원은 “캐피탈사를 비롯한 여전사의 경우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사업 주체가 대주단을 구성할 때 보통은 은행이나 신탁사와 함께 선순위(Tran A)로 자금을 출자하지만, 2020년 이후 유동성 증가와 부동산 경기 호황에 힘입어 부동산 사업 부문에 공격적으로 비중을 늘리면서 증권사와 함께 중순위와 후순위(Tran B, C) 참여 건수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추가적인 양질의 사업을 선정하는 것보다 당장의 익스포져 리스크 관리와 셀다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김 연구원은 “경기 하강 국면에서 PF의 우발채무가 현실화될 경우 파급효과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부동산 경기 둔화가 이제 막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추가적인 양질의 사업을 선정하는 것보다 당장의 익스포져 리스크 관리와 셀다운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커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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