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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4차산업 헛발질 정책 ⑤ 수학 교육은 어디로 갔나?

교육부, 이번에도 ‘디지털 인재 양성 종합 방안’에 수학 제외 ‘AI는 코딩을 잘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하는 정책 관계자들 지난 정부, 혈세 5조원 투입해 ‘인공지능 교육’했지만 현실은?

사진=교육부

지난 8월 22일 교육부의 ‘디지털 인재 양성 종합 방안’에 또다시 수학 교육이 빠졌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데이터 과학계 관계자들은 수학 및 통계학이 인공지능, 데이터 과학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2000년대 초반 김대중 정부 시절의 IT교육인 코딩 교육에만 얽매이고 있다는 맹비난을 해 온 지 오래다.

S대 기계공학 학·석·박사 과정을 졸업 후 해외 대학의 데이터 과학 석사 과정을 온라인으로 재학 중인 모 연구원은 “요즘 박사 시절에도 배우지 못한 수학들을 배우고 따라가느라 정신이 없다 보니 박사 때 프로젝트 하느라 수학 공부를 제대로 안 했던 게 뼈아프게 후회된다”는 경험담을 공유하며 “최근 교육부가 내놓은 디지털 인재 교육이 완전히 초점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하여 해외 대학 관계자는 “한국 학생들이 평균적으로 수학 실력이 모자라 한국 학생 전용의 기초 수학 수업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는 논평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이 수학을 못 한다니?

서울대 경제학부를 최상위권으로 졸업하고 유럽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A씨(39)는 “유학을 떠나기 전만 해도 유럽 애들보다 한국 학생들이 훨씬 더 수학을 잘하는 줄 알았다”며 “그런데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내가 수학을 제일 못 하는 학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이어 “처음에는 과 수석을 노리고 갔는데 매년 졸업 못 하는 한국인이 수십 명이나 된다는 걸 듣고는 제발 졸업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바꿨다”고 덧붙였다.

같은 현상은 타 전공에서도 발견된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미 서부에 위치한 S대 기계공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했던 B씨(36)는 “지금이야 박사 후 연구원하면서도 무시당하지 않을 실력을 갖췄지만, 처음 미국에 왔을 때만 해도 ‘내가 수학을 정말 못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며 국내 대학 학부의 수학 교육 수준이 글로벌 최상위권 대학에 비해 눈에 띄게 모자란 수준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

대전 K대 교수로 재직 중인 C씨는 “한국 돌아온지 한 달만에 기대를 버렸다”면서 “한국에서는 조교 뽑아서 연구하긴 어려울 것 같아서 혼자 하다 보니 결국은 해외 명문대 교수들과의 연구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대학원이나 운영하면서 정부 프로젝트, 기업 프로젝트 열심히 수행할 대학원생들을 투입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겠더라”며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인공지능은 수학, 통계학이 아니라 코딩인 줄 아는 교육부 관계자

취재 중 만난 교육부 정책 입안자들과 지방관청의 교육 정책 관련자들은 위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 하는 표정들을 지으며 “인공지능은 코딩을 잘해야 되는 거잖아요?”, “코딩 막~ 하면 막 인공지능으로 되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 같은 기초적인 이해가 떨어지는 반응들을 내놓기도 했다.

세종시의 모 국책연구소 연구원 D씨는 “유학 시절 봤던 수준의 연구를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국내 와서 하는 연구는 행시 합격한 4급, 5급 사무관들의 뇌피셜을 맞다고 보증해줄 수 있는, 몇십 페이지 껍데기 자료 만들기밖에 안 되는 것 같다”는 혹평을 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들이 4차산업 정책을 구성함에 있어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써 왔던 정책들을 이름만 바꾼 채 계속 내놓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향후 4차산업 교육이 나아갈 길

관계자들은 지난 정부 내내 ‘4차산업 지원 교육’이라는 이름만 갖다 붙인 실업률 감추기 정책에 하나 같이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왔다. 이번 정부 들어서도 제대로 4차산업을 키우려는 의지는 온데간데없고, 국가경쟁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에 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려는 것에 대한 불신의 골은 점점 깊어지는 상태다.

이미 1020세대는 탁상물림 중인 5060세대보다 훨씬 더 디지털 친화적이다. 평범한 학생들을 더 디지털 친화적으로 만들겠다는 탁상행정 대신 수학적으로 훈련이 잘된 우수 인재를 양성해, 고급 과학·기술 역량을 갖춘 산업 역군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미 지난 정부는 최소 5조원의 혈세를 ‘인공지능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길바닥에 쏟아부었다. 이러한 지원으로 만들어진 인력은 미국 명문대 석사는커녕 학부 과정 시험문제도 못 푸는 수준이다. 이렇게 길바닥에 무한정 돈을 쏟아부어 가며 성장할 수 있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적절한 교육 정책을 만들어 낼 수 없다면 차라리 복지에 그 예산을 돌리라는 비난을 듣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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