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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와 이커머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의 의무휴업으로 전통시장 살아났나 정책 목표와 효과에 대한 진지한 고민 필요

사진=소상공인연합회

대형마트들의 격주 일요일 의무휴업 폐지가 논의되는 중이다. 24일 정부의 관련 후속 회의에서 어떤 의견이 나올지 모르는 일이나, 인기투표 스타일의 졸속 결정이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업계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상황이다.

10년이나 지속되어온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과연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데 도움을 줬는지에 대해 명확한 결론은 없다. 다만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대형마트도 골목상권도 승자가 아니었고 진짜 승자는 이커머스였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한국유통학회 연구자료에 따르면, 지방의 대형마트 폐점 후 반경 1km 이내에 있는 상권의 매출은 4.8%, 1~3km 이내 지역은 2.7% 줄었다. 매출액이 줄어든 만큼, 주변 상권의 고용 인력은 429명씩 감소했다. 이렇게 줄어든 매출액은 어디로 갔을까?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주변 점포의 소비금액은 8~15% 줄어든 반면, 온라인 쇼핑과 식자재마트 이용금액은 7~37%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유통업계 속설을 뒷받침해주는 데이터다.

대형마트가 전통시장의 경쟁상대였나?

애당초 대형마트가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의 상대였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에도 합리적인 데이터는 실종됐고, 소상공인들의 외침밖에 없는 상태다.

서울 동작구 이수역 14번 출구 일대의 남성사계시장은 서울시 내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전통시장이다. ‘지난 10년간 대형마트 규제로 이득을 본 부분이 있었나’, ‘대형마트 휴무일에 매출액이 더 늘어나는가’와 같은 질문에 관심을 가지는 상인은 드물었다. 대형마트를 경쟁자로 생각한 적도 없고, 대형마트 갈 사람들이 전통시장으로 오지도 않는다는 것이 전통시장 상인들의 생각이다. 실제로 대형마트 휴무일에 특별히 매출액이 더 증가한 상인은 없다는 것이 공통적인 답변이었다.

반면, 대형마트는 휴무일 앞뒤로 매출액 풍선효과가 생겼고, 인근 교통이 불편해지는 부작용만 있었다는 것이 대형마트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커머스의 고속성장과 대형마트의 쇠퇴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는,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유통업계 관계자들이 모두 깨달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유통업계의 전반적인 의견이다. 이미 대부분의 소비재들이 온라인 판매채널 위주로 거래되는 시대가 왔고,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은 모두 온라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없는 신선식품 위주로 시장이 개편된 지 오래라는 것이다.

반대로 대형마트는 쇠퇴일로에 있다. 홈플러스의 당당치킨이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자, 이마트, 롯데마트 등의 유통 경쟁사들이 비슷한 가격에 유사한 상품들을 연달아 출시했다. 미끼상품으로 한 명의 방문객이라도 더 끌어들이겠다는 마케팅 전략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계속된 적자에 지방 점포 부지를 매각하며 사업 정리를 진행 중인 대형마트 3사 입장에서는 의무휴업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정책이 더더욱 뼈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마트가 신개념 놀이공원 형태로 조성한 스타필드를 ‘고육지책’이라고 표현한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시장 파이는 한정된 상태에서 이커머스가 가져가고 남는 시장을 누가 더 갖고 오느냐의 싸움”으로 지난 10년간 유통업계의 경쟁 상황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마트는 생존을 위해 지마켓을 인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홈플러스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걸 매장 부지 매각으로 간신히 버티는 중인데, 2015년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던 MBK파트너스는 매각 전략을 아무리 고민해도 인수할 기업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했다.

졸속행정, 졸속정책, 졸속법안의 끝

외형만 클 뿐, 생존을 위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대형마트에 족쇄를 채우는 정책은 실패했다. 골목상권의 생존권을 보장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고, 소비자의 불편만 가중한 데다, 상권 주변의 교통만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생존권 투쟁에 10년간 목소리를 높인 소상공인연합회는 지금도 의무휴업 철폐를 반대한다. 의무휴업이라도 있어야 전통시장이 보전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유통업계 전문가들과 연구자료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심지어 대형마트들도 생존을 고민하는 처지다. 말 그대로 졸속행정, 졸속정책, 졸속법안 끝에 모두가 피해를 보는 결과가 나왔다.

모든 규제는 나름의 명분과 목표를 갖고 결정되어야 한다. 정책 목표와 효과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인기영합적인 정책을 선택했을 때의 결과를 10년 후에 우리가 목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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