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양모 못지 않다”… ‘잔인한 방관’ 일삼은 양부 징역 5년

재판받고 나오는 정인이 양부 안모씨 / 사진=한국경제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 끝에 숨지게 한 이른바 ‘정인이 사건’ 가해자인 양부모에게 1심 재판부가 각각 무기징역과 5년 형의 선고를 내렸다.

법원은 검찰이 구형한 사형과 7년 6개월 형에 비하면 감형된 것이라 이에 아쉬움을 표하는 국민이 대다수지만, 과거 판례와 비교했을 때 비교적 중형이 내려졌단 평가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읽으며 양모 장모(35)씨를 향해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살해할 확정적 고의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살인의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살인죄 적용의 이유를 설명했다.

또 아동학대 방치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정인이 양부 안모(38)씨 대한 공소사실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살릴 마지막 기회조차 막아 버렸다”며 양형기준보다 높은 형을 선고했다.

안씨는 양손으로 정인양의 양팔을 꽉 잡아 빠르고 강하게 손뼉을 치게 하는 등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를 받았다. 또 안씨는 양모 장모씨와 함께 정인양을 주차장에 홀로 방치하거나 장씨의 학대로 몸이 쇠약해진 정인양에게 보호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그러나 안씨는 재판 과정에서 일부 학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장씨가 아이를 학대한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런 안씨의 주장에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양부로서 아내의 양육 태도와 피해자의 상태를 누구보다 알기 쉬운 지위에 있었음에도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학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아내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가 3회나 이뤄졌음에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아내의 기분만을 살피면서 학대를 방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질타했다.

이어 “오히려 아내의 일부 범행에 동조해 함께 피해자를 자동차 안에 유기하기도 했다”면서 “아내의 학대 행위를 제지하거나 피해자에게 치료 등 적절한 구호 조치를 했더라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비극적인 결과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망 전날 어린이집 원장이 피해자의 악화된 건강 상태를 설명하고 피해자를 꼭 병원에 데려갈 것을 강하게 당부했음에도 이러한 호소조차 거부했다”면서 “피해자를 살릴 마지막 기회조차 막아 버린 점을 고려하면 엄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정인이의 사망 당시 응급실에서 정인이의 상태를 진료한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서 16개월 정인이의 상태를 보고 피가 딱 거꾸로 솟았다”고 밝혔다.

그는 정인이의 배를 찍은 사진을 설명하며 “이 회색음영 이게 다 그냥 피다. 그리고 이게 다 골절”이라면서 “중간중간 새로운 뼈가 자란다든지 붙은 자국이 있다. 이 정도 사진이면 교과서에 실릴 정도의 아동학대 소견”이라고 말했다.

이어 “애들은 갈비뼈가 진짜 안 부러진다. 1개월 갈비뼈가 부러진다는 건 무조건 학대로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사망 전날 어린이집에 등원한 정인이는 먹지도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였고 선생님 품에 얌전히 앉아있거나 우두커니 고개만 돌릴 뿐이었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하원을 위해 찾은 안씨에게 “병원에 꼭 데려가라”고 당부했지만 양부와 양모 누구도 정인이를 의사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사망 당일에도 정인이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챈 장씨가 “병원 데려가? 형식적으로”라고 안 씨에게 메시지를 보낼 정도로 이들 부부는 16개월 아기의 실질적 고통은 외면하는데 급급했다.

정인이 양부모 1심 선고 공판, 눈물 흘리는 시민 / 사진=연합뉴스

장씨는 재판부가 “무기징역에 처한다”고 선고하는 순간 오열했다. 안씨는 무표정하게 한숨만 내쉰 것으로 전해졌다. 안씨는 이날 법정구속됐다. “남은 아이를 생각해 달라”며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는 간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인이 사건’의 결심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정빈 가천대 의과대학 법의학과 석좌교수는 “정인이 오른쪽 팔을 보면 피부는 깨끗하지만 팔뼈 아래쪽 제일 말단 부위가 완전히 으스러졌다”며 “(때렸다기보다는) 팔을 비틀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으드득 소리가 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정인이는 대장과 소장이 파열되지 않고 췌장 절단과 장간막 파열만 발생한 것으로 보아 2차례 이상 밟힌 것으로 보인다”면서 “8, 9, 10번 갈비뼈가 부러져 있었는데, 8번 갈비뼈는 이미 한번 부러진 후 치유된 상태였다. (정인이가) 울지도 않는 아이라고 했는데, 갈비뼈가 아파 울지 못했을 것”이라고 정인이가 생전에 느꼈을 고통을 대변했다.

이 같은 소견은 앞서 ‘그것이 알고 싶다’에 공개된 정인이 엑스레이를 보고 판독을 했던 현직의사의 의견과 거의 일치한다. 그는 “어깨나 팔을 잡고 애를 빙빙 돌렸는지 GH joint(어깨 관절) 부위의 손상 및 골절도 보인다. 어깨가 거의 뭉개진 것이다. 아니면 왼쪽 팔을 고정한 상태에서 복부나 명치를 엄청나게 세게 때리거나 발로 밟았다는 생각도 든다. 안 그러면 소아 견관절이 저렇게 골절소견이 나온다는 건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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