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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오버 밸류에이션, 이대로 괜찮은가

잇따르는 IPO 대어들의 주가 하락, 마이너스 수익률 과도한 성장 가능성 반영한 ‘공모가 뻥튀기’ 논란 이어져 매출액, 영업이익, 시장 컨센서스 반영된 공모가 책정돼야

사진=jcomp on Freepik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상장된 기업공개(IPO) 대어들의 주가가 대폭 떨어지고 있다. 애초에 높았던 공모가가 문제가 됐다는 지적이다. 개인, 기관 가릴 것 없이 투자자들을 울리는 IPO 대어의 배신이 잇따르면서 단기 실적에 과몰입한 증권사들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상장한 대어급 종목들이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한 채 대부분 큰 폭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공모가 뻥튀기 논란

스타트업은 시리즈 A, B, C, D, E 등의 투자유치를 받고 그 몸집을 키워나간다. 일정 궤도에 오르게 되면 장외에서 벤처캐피털(이하 VC) 투자유치에 목을 매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필요한 투자금을 모아 객관적인 평가를 받기 위해 상장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벤처투자시장에 자금이 말랐다는 소문이 돌면서, VC 투자유치가 힘들기 때문에 상장을 통해 자금을 모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증권사들도 자신들의 단기 실적에 사로잡혀 공모가에 기업 실적보다 성장 가능성만을 강조한 높은 밸류에이션을 강요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즉, 기업 상황과 시장을 고려하지 않고 과도한 투자금을 받으려는 기업과 높은 수수료를 받으려는 증권사의 행태가 맞물려 결국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성장 가능성을 과도하게 강조해 높은 밸류에이션을 공모가에 반영하는 것을 소위 ‘뻥튀기’라고 한다. 카카오도 이른바 ‘뻥튀기’ 공모가로 상장된 기업 중 하나로, 카카오 그룹의 합산 시가총액은 올해 들어 50조원 가까이 줄어들며 반년 만에 거의 반 토막이 났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카카오 주가는 11만2,500원에서 7만1,300원으로 36.62% 내렸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도 각각 47.12%, 62.01% 떨어졌고, 카카오게임즈(-46.21%), 넵튠(-58.04%) 등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5개사 모두 올해 코스피 하락률인 21.41%보다 더 부진한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반년 새 반 토막 난 카카오 시총

주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카카오 그룹 시가총액도 쪼그라들고 있다. 전일 종가 기준 카카오 그룹 5개 상장사의 시가총액 합은 59조6,115억원으로 연초(109조1,323억원) 대비 50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해 한때 그룹 합산 시총이 120조를 상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거의 반년 새 반 토막 난 것이다.

글로벌 긴축 정책 가속화 등 기술주에 대한 부정적인 시장 환경이 조성되면서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빠르고 가파른 금리 인상 기조가 카카오 등 기술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카카오페이 경영진들의 스톡옵션 매각 논란, 2대 주주의 블록딜 등 계열사의 개별 악재까지 겹쳐지며 카카오 그룹 전반에 하방 압력이 더해졌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에 대해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면서 단기 전망에 대해서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여전히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에 본격적인 주가 반등을 위해서는 하반기 국내 경기 회복과 글로벌 피어 밸류에이션 상승 등 외부 환경적인 요소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전망치 조정, 금리 인상으로 인한 성장주 밸류에이션 할인 등 매크로 환경에 따른 주요 플랫폼 부문 가치 하락 등을 감안해 목표주가를 11만7,000원에서 10만원으로 하향한다”며 “전반적인 매크로 환경 영향 지속, 2분기 영업이익의 시장 컨센서스 전망치 대비 미달 우려, 핵심 플랫폼 자회사 중 하나인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일부 매각 추진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1조 8,223억원, 영업이익은 1,710원으로 1년 전보다 매출은 35%, 영업이익은 5% 늘어난 규모였다. 이는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뻥튀기’된 공모가를 그 이유로 꼽는다. 보통 주가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반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21년 카카오 매출액은 6조1,361억원이었고, 시가총액은 120조를 상회했다. 카카오가 계속해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해도, 매출액 20배의 수치가 시가총액으로 반영되는 것은 비정상적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비교해보면 이러한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삼성전자의 2021년 연간 매출액은 279조6,000억원이었고, 당시 시가총액은 약 485조원이었다. 매출액의 2배도 되지 않은 금액이 시가총액에 반영된 것이다. 물론, 공모가가 처음 책정될 때 성장 가능성까지 공모가에 반영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오랜 세월 동안 성장을 일궈온 삼성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성장 가능성이 과하게 공모가에 반영됐다는 주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듯 하다.

거품 빠진 쿠팡

쿠팡 또한 마찬가지이다. 쿠팡은 작년 뉴욕증시에 데뷔한 첫날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하며 2018년 투자 라운드 당시 평가된 기업가치를 크게 웃돌면서 성공적인 상장을 이뤘다. 하지만 올해 5월 5일 미국 뉴욕증시에서 전날보다 10.32% 내린 11.99달러(시가총액은 약 24조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3월 상장 첫날 종가인 49.25달러와 비교해 4분의 1 수준이다. 거품이 계속해서 빠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쿠팡 또한 매출 측면에서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22조1,424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 또한 1조8,560억원으로 최대 적자를 기록하면서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매출과 시가총액의 차이는 약 5배 차이로 카카오에 비해 낮지만, 영업손실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결코 정상적인 시가총액이라 할 수 없다.

상장 첫날 시가총액의 11분의 1, 크래프톤

크래프톤 또한 2021년 8월 10일 상장 첫날 당시에는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을 제치고 시가총액 22조1,997억원으로 게임 대장주로 우뚝 섰다. 하지만 지난 8월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전 거래일 대비 2,500원(0.97%) 오른 26만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공모가인 49만8,000원을 47.8% 하회하는 수준으로 지난달 1일에는 장중 21만2,50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는 등 20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크래프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준다.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카카오, 쿠팡에 비해 좋은 실적을 내고 있으며 증가 추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매출액은 2조820억원에 머물고 있다. 이는 상장 첫날 당시 시가총액 22조1,997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11배에 달하는 차이가 난다.

실적 전망 엉터리, 기술특례상장(바이오 기업)

2019년 12월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항암 신약 개발 업체 메드팩토는 상장 과정에서 2021년 예상 매출액이 741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자사의 면역 항암제 후보 물질 백토서팁이 2021년 기술이전(라이선스 아웃)될 것을 기대하고 내놓은 추정치였다. 회사 측은 이 같은 매출 전망치를 토대로 지난해 예상 순익도 429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메드팩토의 지난해 매출액은 여전히 0원이다. 당기순손실은 170억원에 달해 상장 이후 계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울경제가 28일 최근 3년(2018~2020년)간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들어선 기업 65곳(스팩 상장 제외)을 분석한 결과 메드팩토처럼 실적 전망을 엉터리로 한 곳들이 대다수였다. 상장 시 지난해 실적 전망치를 제시한 기업 57곳이 분석 대상이 됐는데 2곳을 뺀 55개사가 매출·영업이익·당기순이익 등 3대 실적 항목에서 1개 이상 전망치를 충족하지 못했다. 실적 항목 3개를 모두 충족하지 못한 곳도 47개사(82.5%)나 됐다.

일례로 2018년 12월 코스닥에 입성한 항암제 개발 업체 에이비엘바이오는 상장 전 2021년 매출을 563억원, 순이익을 261억원으로 각각 추산했다. 그러나 에이비엘바이오의 지난해 실제 매출은 53억원으로 전망치의 9.4%에 불과했다. 더욱이 당기순손실은 435억원에 달하며 적자를 면치 못했다. 또 다른 바이오 벤처인 브릿지바이오는 기업공개(IPO)를 진행하면서 2021년 251억원의 순이익을 올릴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결과는 -263억원의 순손실이었다.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의 발전에 있어 투자유치나 자금 조달은 필수 과제로 당연히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성장 가능성이 과하게 반영된 비정상적인 상장으로 인한 자금 조달이다. 위에 언급했듯 스타트업 또는 벤처기업 상장 시 공모가에 성장 가능성이 반영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객관적인 성장 가능성이 아닌 그저 눈앞의 이익만을 챙기기 위한 기업과 증권사들의 성장 가능성 책정에는 규제가 필요해 보이며 궁극적으로 기업과 투자자들의 상생을 위한 공모가 산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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